오늘날은 알파라이징의 시대다. α(alpha)+rising= alpharising, 즉 서로 다른 사람이나 일, 사물들이 만나 서로에게 도움(알파가)이 되는 결과를 만들어내야 하는 세상이다. 빠르게 변화는 세상일수록 협업의 지혜와 힘이 필요하며, 특히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공직이야 말로 말할 나위없이 그러한 자세가 더욱 중요하다. 효율적인 정부의 역할이란 획기적으로 개선한 효율적인 인사나 제도시스템으로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정부나 국민 모두가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드는 알파라이저의 역할이어야 한다. 연공서열 방식의 승진과 순환보직시스템은 전문성을 키우는 데 한계 이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 가장 절실한 것은 두말할 나위없이 사람을 키우는 일일 것이다. 민간과 견줘 결코 뒤지지 않는 전문인력, 우수인재 양성이 필요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전문화되고 검증된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 지식기반사회의 도래로 다원화되고 복잡해진 글로벌 이슈로부터 보편적 사회적 가치 확대, 국민 개개인의 다양한 요구 등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따라서 국가발전의 견인차 역할로서 국제 및 국내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공직자들에게 각자의 맡은 분야에서 탁월한 전문성으로 무장해야 함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그 전문성이 개인의 노력만으로 성취되기는 쉽지 않다. 제도 등에 의해 적극적으로 뒷받침되고 장시간 사회적, 국가적 투자와 관심을 필요로 한다. 무엇보다 공직자 전문성 확보와 역량 향상은 정부시스템과 인사제도 개선을 통해 기존 장애요소들이 해소되어야만 비로소 완성될 수 있다. 불필요한 시간이나 인력낭비를 줄일 수 있도록 전문직위 종사자들의 안정성과 전문성을 강화해 고도화되는 국민적 요구에 부합한 행정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전문영역별 공무원의 능력이 향상되고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면 불필요한 사회적 오해와 불신은 자연히 감소할 것이다. 그 결과 궁극적으로 국가의 정책 역량과 국가경쟁력도 함께 강화될 것이다. 공직자를 변화시키려면 먼저 공직환경이 바꿔야 한다. 여기서 바꿔야 할 공직환경이란 무엇보다 공직사회의 인사시스템을 의미한다. 공직자의 전문성 강화와 행정서비스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공무원의 전문화는 특별한 지식과 기술을 보유한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하는 실행능력을 높이는 것까지를 포함한다. 이것을 범부처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부처벽을 뛰어넘는 인사관리시스템이 필요하다. 물론 각자의 선택과 지닌 전문성을 바탕으로 해서다. 공직자들을 스스로 원하는 전문가로 양성함으로써 기존의 인사제도하에서의 부작용도 방지하고, 상습적인 ‘줄서기’ 등의 인사문제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부처이기주의나 소속 부서, 직렬, 입직경로 등에서 비롯된 갈등이나 부정적 관행을 최소화하기 위한 전문성 개발과 확대는 매우 의미가 깊다. 예를 들면, 토목직이 환경부나 건교부 등에만 머무를 것이 아니라 경제부처나 사회부처에서도 자기역량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야 한다. 계급제도하에서의 기존 승진코스의 본질은 유지하되 일정 단계까지만 올라가면 그 다음 부터는 본인의 전문성을 살려 새로운 길로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사실 기존 관료제가 가지고 있는 지나친 계급제적 특성, 즉 연공서열 방식의 승진과 순환보직시스템은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공직자에게 필요한 전문성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 공직자 중에는 해당분야의 민간 전문가들보다 더 해박한 학문적 지식과 깊은 혜안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이런 전문지식을 공직현장에서 활용하거나 유지,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다는 데 있다. 못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기회가 없어서 못하는 것이다. 국가적으로 볼 때, 담당업무의 전문성 확보와 실행은 개인적으로 보나 조직으로 보나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보직경로가 개인 적성과 전문성을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공무원이라 할지라도 순환보직의 형태로 전문분야와는 관계없는 업무에 계속 근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순환보직을 거치면서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고 실전감각을 익히는 데는 도움이 되겠지만 어느 특정한 분야, 예를 들면 전문 교육훈련분야나 국제대외협력분야 등에서 전문성을 계속 개발하고 이를 확대할 수 있는 기회는 많지 않다. 각자가 부처에서 맡은 직무와 동떨어진 Z형 순환보직을 계속하는 한 직무에서 달인의 경지에 이르는 최고 전문가로 성장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Y형 경력발전제도 통해 공직자의 전문성 키울 수 있어 특히, 문제가 되는 것은 현 공직분류체계에서 개인들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해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인사를 통합 시행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오늘날 FTA와 같은 경제환경의 도래, SNS를 활용한 교육환경의 변화, 한 부처를 뛰어넘은 융·복합적 국가과제 수행 등 다변화되고 글로벌화되는 공직 환경에서 특정 분야의 달인 경지에 이르는 공직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은 매우 시급하고도 국가적으로 중요한 일이 되었다. 한 직위에 임명되어 그 해당 직무군·직무렬 내에서만 순환보직하게 함으로써 공직 전체의 전문성은 높이면서도 승진과 전보를 자체적으로 원할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절실한 것이다. 지금까지의 관행을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자신의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시켜주는 것이 필요한 이유이다. 여기서 최근 화제가 되었던 Y형 경력발전제도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Y형 인사제도란 공직을 중견간부와 고위관료로 나눠 관리하되 고위관료를 다시 전문관료와 정책관료로 수평적으로 양분해 각기 다른 임무와 역할을 부여하게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전문관료는 동일 직무렬 내에서 부처를 초월해 제한 범위 안에서 고위직 초반까지 정도 승진·전보하도록 하며, 이에 반해 정책관료는 직무군 내에서 범부처적으로 순환해 과거처럼 최고위직까지 승진·전보되게 된다. 다시 말해, 중견간부가 고위관료로 진입하는 단계에서 자신의 그간 경험과 적성,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직무군 내에서 정부부처를 초월해 넓게 순환하는 정책관료와 직무렬 내에서 부처를 초월해 비교적 좁게 순환하는 전문관료로 양분하는 것이다. 전문관료들은 자신의 전문성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각자 적성과 능력에 맞는 경력개발을 하게 되며, 해당 직무렬에서 오랜 기간 근무함으로써 자연히 해당 분야의 전문성을 축적하게 된다. 또한 교육훈련을 통해 계속적으로 필요한 역량을 개발하고 축적할 수 있다. 굳이 고위정책관료로 나가지 않아도 많은 행정경험과 전문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기 분야에서 큰 공헌을 하게 된다. 또한 공직에서 쌓은 전문지식과 경륜을 바탕으로 퇴직 이후에도 민간으로 진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가져 평생 공직에서 축적한 지식과 경험을 연구소나 대학, 기업 등에서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다. 대신 전문관료들은 항상 높은 수준의 관련지식과 기술력을 갖추도록 노력하되, 스스로 선택한 전문경로를 따르기 때문에 자기효능감이 매우 높고, 여러 가지 관련 업무를 경험하도록 해야 순환보직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다. 현행 인사제도 하에서는 일반적으로 보직기간이 짧고 Z형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자신의 전문성을 잃기 쉽다. 하지만 Y형 인사제도하의 공직분류체계는 보직이 바뀐다고 해도 근무처만 달라질 뿐 같은 종류의 전문적인 업무를 계속하게 되어 업무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 공직자 개인별·업무별로 필요한 전문성과 업무경력을 바탕으로 스스로 선택해 이뤄지는 인사시스템이 시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직무군·직무렬 운영체제는 소속된 특정 부처에 제한받지 않고 해당 직무군이나 직무렬 내에서 개인의 특성에 맞는 지위를 부여하기 때문에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전문성을 증대할 수 있을 것이다. 하버드대 하워드 가드너 교수는 21세기를 성공적으로 살기 위한 미래 마인드로서 다섯 가지로 제안하고 있다. 통합하는 마음, 창조하는 마음, 존중하는 마음, 윤리적인 마음, 그리고 마지막으로 학습자의 자세로서 훈련하는 마음을 들고 있다. 그것은 어느 특정분야에 통달하고자 하는 자세와 마음이 있어야 미래를 성공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오늘날의 공직환경은 과거와 달리 시간과 생각, 그리고 정보를 공유하고,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국민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그러한 노력 끝에 국민들의 동참을 얻어낼 수 있으며, 이것이 곧 정부와 국민이 혼연일체가 되는 동행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공직을 둘러싼 급변하는 환경변화로 과거와 같은 단순 행정 중심의 사고로서는 우리 공직사회가 미래 환경변화에 적극 대처할 수 없다. 지금은 우리모두 변화와 희망의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새벽이 깊으면 곧 아침이 온다. 다가오는 미래 한국을 선도할 수 있는 새로운 인사시스템의 구축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국가 인재양성 프로그램이 하루 빨리 완성되기를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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