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3년 차 A씨는 성과가 탁월해 사내에서 촉망받는 인재이다. 그런데 요즘 그의 마음이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전과는 다르게 회사만 나오면 마음이 뒤숭숭하다. 불편한 마음을 다잡으려고 애써보지만 흐트러진 마음은 도통 잡히지 않는다. 벌써 두 달째. 원인을 생각해보니 회사 전체적으로 사업실적이 떨어져 분위기가 안 좋아진 시기와 정확히 일치한다. 경영진과 리더들은 실적을 높이기 위해 조직을 강하게 압박한다. 회의도 잦아졌고, 또 매번 회의 때마다 실적 점검을 한다. 전반적으로 조직의 긴장감이 높다. 주변 동료들은 실적이 좋은 A씨를 부러워하지만 A씨는 남모르게 무척이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A씨에게 물었다.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회사란 무엇인가요?” A씨는 “업무에 자율성이 보장되는 회사, 성과에 대한 공정한 평가와 보상이 이루어지는 회사, 직원들이 여유와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회사”라고 말 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나쁜 회사란 무엇인가요?” A씨는 좋은 회사의 반대 개념이라며 “매출과 실적 압박이 심한 회사, 사소한 일처리 방법까지 지시받아야 하는 회사, 수시로 바뀌는 평가 기준과 보상이 불합리한 회사, 일이 없어도 야근을 해야 하고 일찍 퇴근하면 눈치를 봐야 하는 회사”라고 말했다.

“그러면 지금 다니는 회사는 좋은 회사인가요? 나쁜 회사인가요?” A씨는 대답을 이어갔다. “지금 다니는 회사가 나쁜 회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3년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지금 회사가 아니라면 어디서 이렇게 많은 배움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을까 싶다. 그런데 최근, 회사 전반적으로 실적이 떨어지면서 매출 압박이 심해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과거처럼 자율적으로 일을 하도록 두는 것이 아니라 세세한 부분까지 너무 압박한다. 야근도 불만이다. 9시 이전에 퇴근하면 눈치가 보인다. 나는 오늘 할 일을 마무리했는데 리더나 동료들이 일을 하고 있으니까 먼저 나가는 게 불편하다. 그리고 야근을 하면 저녁 먹고 커피 마시는 시간이 생겨 실제 일하는 시간은 아주 짧다. 그래서 동료들 신경 안 쓰게 조용히 퇴근을 했는데 다음 날 상사가 불러 인사도 안 하고 퇴근한다며 질책을 했다. 나는 직장이 일만 하는 곳이 아니라 고 생각한다. 저녁시간에 사람도 만나고 자기 계발도 하고 싶은데 지금은 일 외에는 개인의 시간이 전혀 없다. 사업 목표도 그렇다. 나는 실적을 달성하면서 가고 있는데 다른 동료들이 부진하자 내 개인 목표를 수정했다. 일을 잘 하면 계속 새로운 일이 주어진다. 연초에 부여받은 업무와 목표가 불과 6개월 만에 다 바뀌었다. 연말에 어떤 기준으로 평가할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된다. 그래서 지금은 좋은 회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A씨에게 다시 물었다.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A씨는 한숨을 몰아쉬며 대답했다. “이직을 고려하고 있지는 않다.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라 맡은 역할에 충실하려고 한다. 힘이 들고 의욕이 떨어지는 것은 내가 감수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다른 회사를 알아봐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지금의 회사 상황이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가 적다는 거다. 그래서 더 힘들고 고민이 많이 된다.” 어느 기업이든 위기는 있다. 특히 한국기업처럼 짧은 시간에 고도성장기를 거쳐 선진국형 저성장 구조를 가진 기업 환경에서는 기업경영 자체가 상시적인 위기다. 기업은 위기가 오면 비상경영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고 한다. 문제는 비상경영을 한다고 하면서 기업이 가진 좋은 문화를 모두 던져 버리고 나쁜 문화를 형성해 버리는 것이다. 비상경영을 통해 단기적인 위기를 극복할 수는 있지만 그 결과로 나쁜 조직문화가 만들어진다면 득보다 실이 훨씬 더 크다. 특히 회사에 꼭 필요한 인재, 즉 핵심인재가 이러한 과정에서 회사에 대한 애사심이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떨어져 조직을 떠난다면 기업 입장에서 이만저만 손해가 아닐 수 없다. 앞에 사례로 제시한 핵심인재 A씨에 대해 조직의 리더들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상황을 그대로 두면 A씨는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비상경영한다면서 좋은 인재를 놓치게 된다. A씨의 마음을 이해하려는 노력, 다시 말해 소통이 필요하다. 첫째, 대화를 나눠라. 고민이 무엇인지 어려움이 무엇인지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둘째, A씨가 조직에 기여하고 있음을 인정해주고 표현해줘라. 사람은 자신이 인정받는다고 느낄 때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다. 셋째, 함께 개선점을 찾아라. 리더는 조직운용의 개선점을 찾을 수 있고 핵심인재는 개선된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 명심할 것은 꼼꼼한 업무 지시와 야근은 실적 향상을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것이다. 좋은 회사, 나쁜 회사란 무엇인가? 회사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다. 그 속에 있는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어떻게 행동하는가가 좋은 회사, 나쁜 회사를 결정짓는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회사처럼 운영되면 좋은 회사, 내가 생각하는 나쁜 회사처럼 운영되면 나쁜 회사다. 요컨대, 좋은 회사, 나쁜 회사는 그 속에 있는 구성원들에게 달려있다. 문제가 있는 경영자, 임원, 리더, 직원들이 많다면 나쁜 회사가 되는 것이다. 나쁜 회사는 없다. 문제 있는 사람이 나쁜 회사를 만들 뿐이다.

정진호 IGM 세계경영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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