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설의 창조경영

카카오가 별로 매출실적을 내지 못하던 수년 전에 경영컨설팅회사를 하는 친구들을 만나면 ‘카카오는 망할 것’이라는 얘기들을 자주 했다.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것이었다. 실제 카카오는 매출이 2009년 300만 원, 2010년 3400만 원으로 손실만 많은 회사였다. 그러나 분위기는 2011년부터 달라졌다. 그해 17억 9900만 원으로 고개를 들었고 지난해에는 2107억 원으로 급증했다. 최근에는 다음과 합병하면서 다음카카오가 시가총액 기준 코스닥 1위 업체로 단숨에 올라섰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네트워크 증폭성이라는 新가치 최근 페이스북이 인수한 세계 최대 메신저업체 와츠앱을 보라. 회원이 6억 명인 이 회사를 페이스북은 190억 달러(약 19조 원)를 주고 샀다. 회원 1인당 32달러 정도로 계산한 것이다. 카카오톡이나 와츠앱은 예전 같은 비즈니스 모델이 있어서가 아니라 ‘괜찮은 회원’이 많아서 성공한 것이다. 회원들이 연결하며 만들어가는 커뮤니티 네트워크의 폭발적 증폭성이 가치인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 20세기까지를 산업경제 시대라고 하는 데 비해 21세기는 연결경제(connection economy) 시대로 부른다. 인터넷 덕분에 지구상에서 지리적·시간적 격차는 거의 없어졌다. 그런 만큼 개방된 공간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을 응집력 있게 모을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 됐다. 상품이 아니라 관계요, 판매가 아니라 연결에서 새로운 부가 창출되는 것이다. 불과 20년 전인 1990년대만 해도 이런 가치는 창출하기가 어려웠다. 21세기 커뮤니티 사이트가 다른 것은 바로 그 기반이다. 언제 어디서나 휴대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기반 기기가 된 것이다. 책상 붙박이던 PC에 비해 언제든 응답할 수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 회원 각자가 이용자가 되면서 서비스 사용이 일상화된 것이다. 최근에는 중장년 등 비(非)고객집단까지 흡수되기 시작하면서 폭발적인 성장세가 계속되고 있다. 산업경제 넘는 돌파구로 봐야 연결경제시대 승자들의 면면을 보라. 사람들을 연결하는 다음카카오, 페이스북, 밴드가 승자다. 전 세계 중소기업들이 서로 상품을 올리려고 경쟁하게 만든 알리바바, 타오바오, 아마존, 이베이, 그리고 국내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킨 G마켓, 인터파크, 티켓몬스터 등이 이 시대의 주역이다. 공짜로 검색하는 서비스를 주면서 사람들이 입력한 키워드로 빅데이터를 축적하는 구글, 네이버, 위키피디아도 이미 거대한 지역을 점령한 군웅이다. 이들은 연결경제 초기에 용기 있게 도전해 전인미답의 영토를 개척했다. 대부분 산업경제 시대에는 아무런 기반이 없던 이들이다. 이 회사들이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페이스북은 삼성과 스마트기기를 만들려고 방한했다. 구글은 이미 무인자동차 개발에 선두 주자가 됐다. 알리바바는 알리페이 등으로 금융시장을 평정하려 하고 있다. 연결경제는 산업경제와는 승리의 비결이 다르다. 회원 보호가 최우선이다. 큰 거래가 일어나지 않아도 된다. 회원들이 매일같이 하는 일상이 사이트 내에서만 이뤄진다면 그 관계의 연결이 계속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우리 산업계는 지난해 매출증가율이 사상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회복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산업경제의 끈을 내려놓고 연결경제에도 눈을 떠야 할 시점이다.

 

권 영 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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