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인사담당자들에겐 2015년도 사업계획에 따른 인사부문의 과제 정리와 함께 승진 인사, 조직개편에 대한 고민으로 눈 코뜰 새 없이 바쁜 시기다. 이 때 인사담당자들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할까. 사람관리를 통해 조직에 활력과 성과를 이끌어 내는 것이 인적자원관리의 목표라면, 그것을 가능하게 할 중요한 지렛대가 자기 인식의 고양이라고 할 수 있다. 최고 경영층, 임원 및 리더, 구성원 전체의 현재 보유 능력과 한계, 향후 개발 가능한 능력 그리고 잘 변하지 않는 개인 및 조직의 특질을 정확하게 인식시키는 것이 인적자원관리의 주요한 활동이다. 이는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인적자원관리이며, 조직개편과 연말 인사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 할 수 있다. 경영층에게 있는 그대로의 조직 역량을 보여주어야 짐 콜린스는 그의 저서『위대한 기업은 다 어디로 갔을까』에서 기업이 몰락하는 과정을 상세하게 설명한다. 기업 몰락의 첫 단계가 자만심이 생겨나는 단계인데, 그 예로 자기 조직 역량을 과대 평가하거나 잘못 평가하여 몰락의 길을 간 에임스와 자기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하게 인식한 월마트를 대비하여 설명한다. 초기 성공에 대한 해석의 차이, 조직 역량에 대한 인식 차이가 두 회사의 운명을 갈라놓은 것이다. 조직의 역량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역할을 인적자원관리부서가 해야 한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조직 역량의 수준 및 경쟁자와 비교한 강·약점을 정기적으로 정리해 경영층에게 보고해야 한다. 즉, 내년도 사업계획에 조직역량분석 자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직개편의 목적이 사업성과 극대화인데 인사부서가 배치(Staffing)의 역할만으로는 부족하고 조직 역량 진단에 근거한 조직개편 그리고 인사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조직 역량은 영업, 생산 등 기능단위의 역량일 수도 있고, 사업단위의 역량일 수도 있고 인적자원 총합의 역량일 수도 있다. 우리의 조직에 맞는 역량을 정의하여 지속적으로 점검, 보고해야 한다. 중간리더의 자기 인식을 강화시켜야 임원 인사철만 되면 기업 임원들로부터 볼멘소리 섞인 전화를 자주 받게 된다. 그때마다 느끼는 것은 아주 명확한 성과의 차이가 아니고서는 자신의 승진 누락 및 퇴직 사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임원쯤 되면 특히나 그 직급까지 올라가면서 갖게 되는 자기 이미지와 연말에 받게 되는 부정적인 피드백의 불일치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한 영역에서 임원까지 올라오면서 이루었던 성취와 당해 연도에 받는 피드백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강점이 오히려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함에도 본인은 수긍을 못한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자기 인식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도록 제도와 운영의 여러 요소를 정렬시키는 것이다. 중간리더의 경우 상당 기간 동안 조직 및 일상생활을 통해 스스로에 대한 이미지가 굳어져 있으며, 대개의 경우 자신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부정적인 자기 이미지를 갖고 있더라도 그 원인을 본인에게서 찾는 사람보다는 타인이나 환경에서 찾는 사람이 훨씬 많다. 더군다나 현재 몸담고 있는 조직에서의 성공 이외의 다른 대안이 적은 사람의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성과나 리더십 및 개인적인 특질에 대한 피드백을 지속하고, 조직 상황에 대해 솔직하게 전달하는 것이 필요하다. 먼저, 연초부터 연말까지 성과에 대한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구조화해야 한다. 스티븐 로빈스는 “성과 평가를 할 때 최고의 놀라움은 놀라움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비교적 객관화 될 수 있고 수용성이 높은 영역이다. 대상자가 되는 리더의 성과를 일 년 동안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성과의 좋고 나쁨을 알려주어야 한다. 가능하면 자의적으로 해석할 소지가 있는 고맥락 소통방식보다는 직설적인 저맥락 소통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두 번째로, 자기 이미지를 일치시키는 작업을 꾸준히 해야 한다. 이는 정기적인 진단이나, 리더십 훈련을 위한 다양한 현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최소한 1년에 1회는 본인을 객관화해서 타인의 시각과 내 시각이 얼마나 다른지를 확인시켜주고 그 차이를 줄여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세 번째는, 조직 상황에 대한 솔직함이다. ‘스톡데일 패러독스’ 처럼 근거 없는 낙관보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마주하게 하는 것이 상황에 대한 바람직한 자세이다. 승진이나 조직개편은 살아있는 생물을 다루는 것과 같다. 언제 변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다른 결론이 날 수 있음을 리더들에게 알려주는 것이 필요하다. 공식·비공식적인 소통 경로를 통하여 조직의 환경을 알려주는 것, 이 또한 인적자원관리부서의 역할이다. 정조도 사람관리에 대한 고민은 우리와 비슷했다. “군주가 인재를 쓰고자 할 때 제 아무리 작은 재간을 가졌어도 버려도 좋을 만한 사람은 없다. 흠결이 있는 인물과 장점이 있는 작은 인물까지 다 거두고 끌어안아, 포용하고 양성하는 나의 무리 속으로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누군들 버리고, 누군들 쓰지 못하겠는가? 그러나 가르쳐도 따르지 않고 이끌어도 따르지 않는다면, 그 때에는 죄를 묻고 물리치며 섬으로 변방으로 귀양을 보낸다. 이들이 개과천선하면 다시 기용하고 그렇지 못하면 그만이다.” (안대회의 정조치세어록 중에서) 신입사원에서부터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사람은 잘 변하지 않는다. 게다가 대부분 습관적으로 반응한다. 뇌과학자 김대식 교수가 한 매체와의 인터뷰한 내용을 인용하면, “인간의 자유의지는 착시다. 다만 ‘자유의지(free will)’는 없을지라도 인간은 ‘무언가를 하지 않을 의지(free unwill)’는 있다. 보통 사람들이 내가 의지를 가지고 선택을 한다고 하는데, 뇌과학에서는 선택은 자신도 모르는 프로세스에 의해 이루어지고 내가 선택했다고 착각하게 한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일상에서 이루어지는 많은 결정과 선택이 경제성과 효율성 때문에라도 습관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리고 그 결정들을 우리는 자유의지로 했다고 착각한다. 생각의 패턴이나 행동 방식, 언어 취향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 개인의 역량은 더욱 그러하다. 또한, 플라톤의 향연에서는 소크라테스가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이 세상에는 무지라는 병이 있어서 선하지도 지혜롭지도 않은 자도 자신에게 만족한다.” 조직 행동론에서 이야기하는 자기 관대화 경향과 유사하다. 자기 행동이나 습관을 별로 바꾸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뇌과학자 이야기와 소크라테스 이야기를 합친 것이 우리 일상에서 매일 일어난다. 대부분 반복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며 그 것에 큰 불편함을 못 느끼고 오히려 만족하기까지 한다. 개개인의 역량과 특질들은 정해져 있어 잘 변화하지 않는 것과 조직은 이런 구성원을 통해 사업의 성과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 사이에 인적자원관리자가 존재한다. 앞에서 언급한 자기 인식을 강화시키도록 하는 것이 유일한 성과창출의 지렛대이다. 신입사원에서부터 리더가 될 때까지 자기 인식이라는 거울을 자주 사용하라는 것이다. 인사평가, 역량 진단을 통한 피드백이 신입사원부터 이루어지고 역량 개발 활동과 경력개발 기회를 제공하면서 개인의 자기 인식을 심화시켜야 한다. 그래야 구성원도 자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될뿐더러 동료의 성공에도 수긍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다만, 거울은 좌우가 바뀌어 보이듯이 자기 인식을 높이는 조직적인 노력도 완벽하지 않을 수 있으므로 다양한 각도와 지속성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신입사원이 성장하여 리더가 되고 최고 경영층이 되는 과정은 물론이고되고 나서도 자기 인식에 기반한 사고와 결정들을 하게 될 것이다. 정조대왕의 말에 다시 귀를 기울여 보자. “처음에 나는 내 마음대로 추정도 해보고 내 뜻대로 믿어도 보았다. 재능을 시험 해 보기도 하고, 일을 맡겨 단련도 시켰다. ….(중략)…. 마치 맹주가 규장으로 제후를 통솔하듯 했으나 그들을 상대하고 올리고 내리는 절차에 지쳐버린 지 벌써 20년이다. 근래 들어 다행히도 태극, 음양, 오행의 이치를 깨달았고, 또 사람은 각자가 생겨먹은 대로 써야 한다는 이치도 터득했다. 그래서 대들보감은 대들보대로 기둥감은 기둥으로 쓰고, 오리는 오리대로 학은 학대로 살게 하여 인물을 인물의 성질대로 내버려 두고 인물에 맞추어 대응한다.” ‘있는 그대로’ 조직관리와 인사를 행한 정조대왕의 진면목이 잘 드러난 것으로 우리에게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오 승 훈 인싸이트그룹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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