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의 구성원들은 일에 대한 몰입도가 낮고 근속기간 역시 짧다. 영혼이 담긴 일을 기대하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일에 몰입하지 못한다면 창의성과 자발성을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 몰입이 어려워진 이유와 구성원의 몰입을 유도하는 방안을 살펴본다. ‘영혼 없는 리액션(reaction)’, ‘영혼 없는 칭찬’ 등 ‘영혼 없는’ 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진심이 담기지 않은 기계적이고 무성의한 행동이나 반응 앞에 주로 붙는 이 말은 예능 프로그램 등에서 우스개로 많이 쓰이고 있다. 눈을 우리의 조직으로 돌려보자. 모든 조직은 주도적으로 최선을 다하는 구성원을 바란다. 구성원들 역시 마지못해 일하기보다 몰입해 일하며 보상과 보람을 얻고, 더 나아가 자아실현까지 이루고자 한다. 이런 조직과 구성원의 바람이 조화를 이룰 때 양자 모두 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치열한 경쟁 속에 있는 우리 기업의 구성원들이 일에 몰입하지 못하고, ‘영혼 없이’ 일하고 있다면 그것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가? 그것은 더 이상 우스개가 아니다. 낮은 몰입, 짧은 근속 “옛날 사람들은 흥정은 흥정이요 생계는 생계지만, 물건을 만드는 그 순간만은 오직 아름다운 물건을 만든다는 그것에만 열중했다. 그리고 스스로 보람을 느꼈다.” 수필가 윤오영의 작품『방망이 깎던 노인』의 일부이다. 작가는 하찮아 보이는 다듬잇방망이를 깎으며 마냥 시간을 끌던 노인을 못마땅히 여겼지만, 결국 그의 높은 장인정신과 완벽주의 앞에서 반성하게 된다. 문학적 표현에 가깝다고 할 이 ‘영혼을 담은 일’을 명확히 정의하긴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수필 속 노인처럼 주인의식을 가지고 몰입하는 가운데 수행한 일이어야 함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한 의식 조사와 통계들을 보면 현재 한국 기업의 구성원들은 일에 영혼을 담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기업의 구성원들은 몰입도가 매우 낮고, 조직에 머무는 기간도 짧다. 이 ‘낮은 몰입과 짧은 근속’은 ‘영혼을 담아 일하는 모습’과는 꽤나 거리가 먼 것처럼 느껴진다. 글로벌 평균보다 현저히 낮은 몰입 한국 기업 구성원들의 몰입 수준은 매우 낮다. 컨설팅 회사인 타워스 왓슨(Towers Watson)의 2012년 ‘글로벌 인적자원 설문 조사(Global Workforce Study)’에 따르면 한국 기업 구성원 중 몰입 수준이 높은(highly engaged) 구성원은 전체의 17%에 불과했다. 10명 중 8명 이상이 일에 충분히 몰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모두 바삐 일하는 것 같지만, 몰입한 구성원은 드문 것이다. 국제적인 비교에서 문제는 더 심각하다. 우리 기업들의 몰입 수준이 높은 구성원 비중인 17%는 글로벌 평균 35%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한국 기업 구성원들의 몰입 수준은 절대적으로, 또 상대적으로 매우 낮다고 할 수 있다. OECD에서 가장 짧은 근속기간 한국 근로자들이 조직과 직업에 머무는 기간 역시 매우 짧다. 2013년 OECD 자료 기준으로, 한국 근로자의 근속기간은 평균 5.5년이다. 이는 자료가 있는 26개국 가운데 가장 짧은 것으로, 평균인 10.7년의 절반에 겨우 턱걸이한 수준이다. 근속기간은 노동시장이나 법규 등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또한 짧은 근속을 몰입의 직접적 원인이나 결과로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나 단기 계약직과 같이 짧은 기간만 일하는 근로자의 증가나, 혹은 나은 조건만을 찾아 직장이나 직업을 자주 바꾸는 근로자의 증가 모두 안정감과 열정을 가지고 일에 몰입하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하기는 어렵다. 한국 기업의 구성원들이 느끼는 일에 대한 감정은 이제 쿨(Cool)한 정도를 지나 차갑게 식은 것은 아닐까? 우리는 이제 ‘방망이 깎던 노인’처럼 열정을 가지고 몰입하여 일하는 것이 사치가 된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혼을 담아 일하기 어렵게 만든 3가지 위기 1984년 동아일보와 일본 아사히신문이 공동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일에 대한 적극적 소명의식을 지닌 한국인은 72.1%로 일본의 60%보다 월등히 높았음을 알 수 있다. 예전부터 우리 구성원이 일과 멀었던 것은 아니라는 의미일 것이다. William A. Kahn 교수는 몰입의 전제 조건으로 일의 ‘안정성(safety)’, 일의 ‘의미 또는 중요성(meaningfulness)’, 그리고 일에 필요한 에너지와 지원의 ‘이용 가능성(availability)’을 꼽았다.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의미와 보람 있는 일을, 충분한 힘을 가지고 할 때 높은 수준의 몰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 구성원들의 낮은 몰입은 기업 환경 변화에 따라 구성원들의 몰입 조건에 위기가 발생했음을 나타내는 적신호로 볼 수 있다. 환경 변화가 초래한 몰입의 위기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안정성의 위기 199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장기고용이 주를 이루던 기업과 구성원 간 관계가 유연성 중심으로 변화했다. ‘조직에 충성하고 열심히 일하면 평생이 보장된다’는 과거의 암묵적 계약이 유효성을 잃으면서 구성원들은 전에 경험하지 못한 안정성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었다. 이후 과거의 우량기업들이 경쟁 속에서 도태되는 일이 잦아지면서 안정된 직장이라는 개념 자체가 흔들렸다. 또한 기술 변화의 가속화는 보유한 경험과 기술의 가치를 빠르게 진부화 시켜 이제 직업인으로서의 안정성도 보장받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 거기에 조직의 성장이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승진 등 개인적 성장과 리더십 발휘의 기회 역시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조직 밖에서의 삶을 꿈꾸기도 어렵다. 사회 안전망이 아직 충분히 제 역할을 못하고 있고, 자영업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조직 외의 마땅한 대안도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눈 앞이 막막한 상황에서 구성원들은 실패에 따른 안정성의 상실이 두려워 조직 내에서도 하고 싶은 일을 과감히 추진할 용기를 잃고 소극적으로 움츠러들게 된다. 하지만 조직 역시 심화된 경쟁 속에서 구성원의 안정성을 높여줄 뾰족한 대안을 제시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의미의 위기 환경의 변화는 성취감과 보람 등 구성원들이 일을 통해 얻기 바라는 ‘일의 의미’에도 위기를 불러왔다. 과거 복잡성이 낮고 안정적인 상황에서는 자신의 일이 성과에 공헌하는 과정과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지 않았고, 지시에 따라 열심히 노력하면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와 능력 향상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업무의 분화가 심화되고 조직의 복잡성이 높아지면서 구성원들이 일의 맥락을 파악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특히 경영환경의 변화가 빨라지면서 과거 관행에 의존한 업무 수행으로는 성공할 가능성이 낮아지고, 심지어 일의 내용이 환경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 구성원들이 특정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성취감 등 고차원적인 의미 이전에, 일의 이유조차 납득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이에 더해 아직도 남아 있는 위계적 조직운영 관행에서 비롯된 ‘하라면 하는 거야’라는 식의 리더십은 의미의 상실과 더불어 몰입을 더욱 저하시킬 수 있다. 활력의 위기 Effectory International 사가 일에 대한 스트레스와 에너지 정도를 측정한 ‘구성원 활력도(vitality)’ 조사 결과를 보자. 한국 근로자들의 활력도는 조사 대상 52개국 중 51위로 바닥권이다. 우리 구성원들은 몰입에 필요한 활력을 지니고 있지 못한 것이다. 이러한 낮은 활력은 표면적으로는 구성원들이 과다한 업무에 지쳤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일의 양과 관련된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 우리 구성원들이 활력을 잃은 근본 원인은 일하는 방식의 잘못에서 찾아야 할지도 모른다. 해야만 하고 의미가 있는 일이라면 긴 시간 몰입하면서도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하지 않아도 될 일을 하면서는 쉽게 지치게 마련이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과 구성원들은 ‘오래 일하는 것이 잘하는 것’이라는 투입량 중시 사고에 젖어 있다. 이러한 사고는 새로운 일을 통해 가치를 창출하기 어려워지자 오래, 그리고 많이 일함으로써 저조한 성과를 무마하려는 방어적인 생각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부가가치가 낮은 일도 과감히 제거할 수 없다. 가치 없는 업무는 계속 늘어나고, 구성원들은 그런 업무를 되풀이 하면서 활력을 잃게 된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이 낮다는 여러 통계 자료는 우리가 하지 않아도 될 일에 많은 시간을 쏟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도 있다. 잃어버린 영혼의 대가는? 구성원들의 낮은 몰입은 조직 혹은 구성원 어느 한쪽의 책임이 아니다. 그러나 낮은 몰입의 부정적인 결과는 오롯이 조직과 구성원들의 몫이 된다. 조직의 생산성은 낮아지고, 구성원들도 보람을 찾지 못하고 소모되는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심각성에도 낮은 몰입 수준을 마주한 우리 기업들의 대응은 왠지 안이한 것만 같다. 일단 자리에 있으면 가치를 창출하고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낙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환경도 구성원도 변했으니 어쩔 수 없다는 한탄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간단히 넘길 문제가 아니다. 갤럽(Gallup)은 몰입도가 낮은 구성원으로 인한 비용이 미국에서만 매년 4,500억 달러에서 5,500억 달러에달한다는 조사를 내놓기도 했다. 정상적 몰입 수준을 지닌 구성원이라면 쉽게 대응할 사소한 문제가 몰입이 낮은 구성원의 손에서 걷잡을 수 없는 커다란 사고로 번질 수 있다. 또한 몰입도가 낮은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구성원들은 협조를 방해하고, 책임 회피 문화를 확산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영혼 없이 일하는 구성원들로 가득 찬 조직은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이 적었던 과거에는 적절한 규율 속에서 매뉴얼에 따라 일하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불확실성 속에서 일과 산출물의 양보다 중요한 것은 빠른 대응과 창의성 그리고 자발적 협조를 통한 시너지의 실현이고, 그런 역량을 지닌 구성원이 많아야만 미래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영혼 없이 자리만 지키는 구성원들에게서 자발성과 창의성을 기대할 수는 없다. 일에 영혼을 담을 수 없게 됨에 따른 대가는 결국 조직의 미래인 것이다. 일에 영혼을 담기 위해서는 교세라의 창립자 이나모리 가즈오는 인재도 물질처럼 자연성(自燃性), 가연성(可燃性), 불연성(不燃性)의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했다. 스스로 불타오르는 인재가 있고, 주변의 영향을 받아 타오르는 인재가 있고, 어떻게 해도 타오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어떤 일이나 몰입해서 일하는 인재들을 자연성인재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소수에 불과할 자연성 인재만을 바라보며 조직을 운영할 수는 없다. 조직은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함으로써 최대한 많은 구성원들이 열정을 불태우고 더 나아가 일에 영혼을 담으며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이때 구성원의 만족과 몰입을 혼동해서는 곤란하다. 물론 일을 통해 구성원들이 경제적 문제와 생활의 안정 등 기본적 욕구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함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그것은 첫 단추일 뿐, 몰입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후한 보상과 복지제도, 그리고 안정성을 자랑하지만 일 자체의 의미가 없는 조직을 생각해 보자. 구성원들이 그 조직에 머물기를 바랄 수는 있겠지만, 일에 영혼을 담지는 않을 것이다. 이른바 ‘신의 직장’을 만드는 것만으로는 구성원들의 몰입을 담보할 수 없는 것이다. 구성원의 몰입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기본적 처우 개선과 더불어 무엇보다 수행하는 일 자체와 수행 과정이 구성원들에게 높은 차원의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도록 해야 한다. 그와 함께 몰입의 장애물들을 과감히 솎아내야 한다. 이를 위한 조직의 과제를 생각해 보자. 도전적인 일과 참여 기회 부여 맛없는 음식을 맛있게 먹기 어렵듯, 누구나 할 수 있는 따분한 일을 하며 흥미와 몰입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미국의 경제조사기관인 컨퍼런스 보드(the Conference Board) 역시 구성원들이 보이는 낮은 몰입의 이유 중 하나로 다양성과 도전성이 부족한 일을 꼽았다. 조직은 열심히 하라는 독려 이전에 일 자체를 ‘맛있게’ 요리하는 솜씨 있는 요리사가 되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는 몰입도가 높은 구성원과 유사한 개념으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구성원(responsible worker)’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그런 구성원들을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도전적인 목표와 과업의 부여가 필요하다 역설했다. 도전적 목표의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과는 물론, 기량과 업적에 대한 구성원의 자부심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조직과 리더는 개인의 잠재력을 고려한 도전적 목표를 부여하여 구성원들이 일을 하는 과정에서 성취감과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을 맛볼 수 있도록 일을 설계해야 한다. 구성원 역시 도전적인 과업의 수행이 높은 수준의 인재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회임을 알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도전적 목표와 참여 기회의 조화, 그리고 건전한 실패의 인정이다. 달성이 버거운 목표나 일을 일방적으로 부여하고 실패는 전혀 용납하지 않는다면 몰입을 유도할 수 없다. 과업의 설계와 목표 설정부터 구성원을 참여시키고, 건전한 실패에는 패자부활의 기회를 줄 때, 어렵더라도 ‘나의 일’이라는 책임감을 가지고 도전하며 몰입할 수 있다. 창업자 주커버그(M. Zuckerberg)를 중심으로 ‘해커(hacker) 정신’을 표방하고 있는 Facebook사는 6~8주 주기로 ‘해커톤(hackathon : hacker + marathon)’이라는 행사를 열고 있다. 구성원들은 스스로의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팀을 구성하고, 해커톤이 벌어지는 그 날 밤을 꼬박 새워 일하면서 아이디어의 실행 방안을 만든다. 밤새워 일하는 것은 힘들고 시간 제약도 있지만 자신이 구상한 내용을 현실화할 기회를 얻을 수 있어 호응은 매우 높다고 한다. 물론 모든 시도가 성공으로 이어질 수는 없다. 그러나 타임라인, 채팅 등 주요 기능이 이 해커톤을 통해 비롯되었을 정도로 이 행사는 단순한 상징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또 한편으로 해커톤은 자발적으로 기획한 아이디어를 구현해보는 기회를 부여함으로써 구성원의 의식 속에 도전정신과 자발성을 자연스레 배양하는 도구이자 해커 문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일의 맥락과 의미에 대한 충분한 정보 제공 이제 그저 지시에 따라 관성적으로 열심히 일할 뿐인 인재를 두고 몰입 수준이 높다고 하기는 어려운 시대다. 지시에 앞서 경영자의 눈으로 스스로 조직에 기여할 바를 찾고 이를 일에 반영하는, 생각하는 힘과 결합된 몰입만이 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몰입이라 할 수 있다. 조직의 목표와 운영 방식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이런 깊은 몰입의 전제가 된다. 조직의 상황을 이해하고, 일이 동료와 고객에게 어떻게 기여하는지 알 수 있을 때 일의 중요성과 보람을 찾고 스스로 해답을 찾으며 몰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칙센트미하이(M.Csikszentmihalyi) 교수도 조직의 비전과 이의 실천이 구성원의에너지를 결집시키는 강력한 요인이라 지적하였다. 이런 이유로 많은 조직들이 고객과 세상에의 기여를 담은 비전을 설정하고 이를 구성원과 공유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경우 비전은 액자 속에 머무는데 그치고, 구성원들은 일의 맥락을 놓친 수동적 존재가 되기 쉽다. 변화가 심하고 복잡한 조직 속에서 구성원들이 과업의 맥락과 의미를 가늠하기란 그만큼 힘든 것이다.따라서 충분한 정보의 제공을 통해 구성원들이 일의 흐름을 깨닫고  스스로 생각하는 자세를 갖도록 하는 의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구성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일이 조직 내에서 어떤 공헌을 하는지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재포스(Zappos)사는 일정 시간 타 부서 동료의 뒤에서 그의 일을 관찰할 수 있는 ‘그림자 세션(Shadow Session)’이라는 독특한 제도를 운영한다. 이 제도를 통해 구성원들은 일의 흐름과 자신의 노력이 조직 속에서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이해할 기회를 얻게 되어 보다 넓은 관점을 갖게 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일의 흐름까지 개선하고 있다. 물론 이는 아주 작은 사례가 되겠지만 이런 사소한 시도로부터 구성원들의 시각을 넓혀갈 수 있는 것이다. 몰입의 발목을 잡는 비효율의 제거 업무 효율화와 근무 여건의 개선은 구성원 몰입의 저해 요소를 제거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비효율적인 조직 운영과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은 몰입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크고 복잡한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이 일에 몰입하기 어렵다. 근무 시간 중에 별도로 집중해서 근무하는 ‘집중근무제도’를 운영해야 하는 모순적 현실이 이를 웅변한다. 퇴근 시간이 지나야 일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야근을 한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낯설지 않다. 의사결정의 지체로 지시를 기다리거나, 회의실이 비기를 기다리며 멍하니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런 ‘일도 아니고 노는 것도 아닌’ 비효율들은 낭비일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몰입 의지를 쉽게 꺾는다. 현실적으로 다양한 과업이 얽힌 거대 조직이 완벽하게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구성원들의 집중을 위한 업무 효율화는 끊임 없이 진행되어야 한다. 피터 드러커도 구성원들의 몰입과 성과를 저해하는 주된 원인 중 하나로 비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꼽고, 이러한 비효율을 없애 구성원을 꼭 필요한 일에 집중하게 하는 것이 경영자의 주된 임무라 지적하였다. 블루투스 헤드셋 등 오디오 장비 업체인 미국의 플랜트로닉스(Plantronics)사는 2008년부터 일하는 방식과 업무 환경을 혁신적으로 개선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 회사는 업무 프로세스를 면밀히 분석해 업무 공간을 협업, 의사소통, 깊은 사고, 집중을 위한 4개의 영역으로 재편하고, 구성원들이 그날의 업무 성격에 가장 적합한 장소와 시간을 선택해 근무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효율성을 높였다. 또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회의 등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정보 인프라를 구축하였다. 이와 함께 기존의 회의 및 보고 문화를 개선하고, 조직을 철저하게 ‘투입보다는 성과 중심으로’ 운영함으로써 구성원들이 핵심적인 업무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결과로 이 회사는 업무 공간 운영 비용을 30% 이상 절감함과 동시에 구성원의 이직률을 낮추고 만족도를 높였으며 구성원의 몰입을 크게 향상시키는 성과를 얻었다. 몰입은 마음으로부터 돈으로 살 수 없는 여러 가지 중 하나가 몰입일 것이다. 몰입은 마음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몰입을 다룬 연구들도 하나같이 몰입을 높이는 데 있어 금전적 보상의 한계를 지적하며, 심리적인 요인 즉, 마음을 강조한다. 우리 구성원들의 몰입이 낮다는 것은 어쩌면 그 동안 조직이 구성원의 마음에는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마음은 마음으로 얻어야 하고 그 과정은 길고 지루할 수 있다. 그러나 구성원들이 마음으로부터 조직을 신뢰하고 일에서 보람을 느끼며 몰입한다면, 나아가 일에 영혼을 담는다면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조직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강승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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