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야를 막론하고 ‘창의’, ‘창조’가 화두다. 이유가 무엇일까? 초 경쟁시대가 도 래했기 때문이다. 초경쟁시대라 함은 국가 간의 경계가 허물어져서 전 세계가 경쟁상대가 되는 무한경쟁시대, 그리고 업종 간의 경계도 무너져서 언제 어느 업종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할지 모르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말한다. 이러한 초경쟁시대에는 더 이상 품질만 좋다고 저절로 팔리지 않는다. 상품이나 서비스를 보고 고객의 입에서 “와우!”하는 감탄사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남다른 차별화 포인트가 있어야만 한다. 그 차별화 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것이 ‘창조’이다. 이러한 창조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가속화될수록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창조를 만들어 내는 주체는 사람이므로 창조의 중요성이 강조 될수록 창의적인 인재 역시 중요시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시점에서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거나 스스로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위해 따져봐야 할 몇 가지 오해와 진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정답이 아니면 실패다? 아니다, 정답은 하나가 아니기 때문이다 19세기 중반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금광이 발견됐다는 미국 캘리포니아로 몰려들었다. 이른바 골드러시였다. 부자가 되겠다는 꿈에 부풀어 모두들 금관 찾는 일에 매달렸지만 대부분은 금부스러기도 구경하지 못한 채 지쳐갔다. 17세 청년인 아무르도 그렇게 금광을 찾아 헤매다가 우연히 빈 물통을 발견하곤 ‘아, 계속 이렇게 금광을 찾아 헤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차라리 물이라도 쉽게 마실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했다. 바로 그 순간 그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금맥이 아니라 수맥을 찾자!’ 이 후 그는 금맥을 찾을 때 사용하던 도구를 이용해 강에서부터 물길을 만들었다. 그는 그 길로 끌어 온 물을 여과해 식수로 만들어 팔기 시작했고, 그의 예상은 적중하여 골드러시가 끝날 무렵 그는 백만장자가 되었다. 금광을 찾는 것만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처음에 찾으려 했던 것보다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정답이 훨씬 더 효과적이고 유용한 경우도 많다. 3M의 효자상품인 ‘포스트잇’도 강력한 접착제를 만들려다가 실패하여 만들게 된 것인데 오히려 다른 어떤 접착제보다 더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화이자의 ‘비아그라’ 역시 심장병 치료제로 개발하려다 우연히 나온 제품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업존’이라는 회사에서는 고혈압 치료제인 ‘미녹시딜’이라는 제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임상실험 결과 고혈압에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고 털이 자라는 부작용만 발견되었다. 업존은 당초 목적으로 보면 미녹시딜은 실패한 제품으로 폐기처분 되어야 마땅했지만 몇몇 연구원들이 털이 자라는 부작용에 주목하여 발모제로 개발하여 대머리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 머리카락이 다시 잘 자라게 하는 특효약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처음에 예상했던 결과에서 벗어났다고 실패라고 생각하는 것은 창의력을 죽이는 길이다. 세상에는 정해진 정답이 없고, 있다고 해도 답은 하나가 아니라는 수평적인 사고와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점이 필요하다. 모방은 짝퉁이다? 아니다, 다른 분야 아이디어를 내 상황에 독창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창조이다 포드 자동차를 만든 헨리포드의 재산은 1,881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이것은 재산이 580억 달러인 빌 게이츠를 훨씬 앞서는 것으로 인류 역사상 재산 순위에서 10위 안에 드는 매우 높은 수치이다. 헨리 포드가 그렇게 부자가 된 것은 포드 자동차의 최고 히트 상품이었던 ‘모델 T’ 덕분이다. 모델 T는 1908년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어 1928년 생산이 중단될 때까지 20년간 총 1,500만 대 이상의 판매기록을 세운 자동차이다. 모델 T의 장점은 무엇보다 가격이 파격적으로 싼 것이다. 포드가 이 차의 가격을 혁신적으로 낮출 수 있었던 것은 대량생산 시스템인 ‘컨베이어벨트’ 도입으로 생산공정을 표준화하고 분업화하였기 때문이었다. 컨베이어 시스템은 작업자는 그대로 서 있고 일이 사람에게 다가오는 조립방식이다. 이는 포드가 정육점에서 여러 사람이 갈고리를 밀면서 필요한 고기 부위를 분리하고 다른 작업자에게 고기를 이동시키는 작업방식을 보고 착안한 아이디어다. 포드는 정육점에서 이미 사용하고 있던 컨베이어 시스템을 자동차 생산방식에 도입했다. 이것은 창조를 만들어내는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현명한 방법이다. 이렇게 다른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아이디어를 자신의 분야에 도입하는 것이 바로 창조인 것이다.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것은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다. 어떤 분야에서는 익숙하게 사용되는 아이디어지만 자신의 영역에서는 아직 도입되지 않는 것이라면 새롭게 적용하여 새로운 창조를 이끄는 것이 바로 독창적인 창조인 것이다. 창의성이란 대단한 것이 아니다.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를 내 분야의 방식과 융합하면 더 강력한 창조가 된다. 예전에 아이스크림을 팔던 사람이 아이스크림을 담아 팔던 컵이 떨어져 더 이상 아이스크림을 팔 수 없게 되자, 옆에 있던 와플 가게에서 와플을 몇 개 가져와 거기에 아이스크림을 얹어 팔았다고 한다. 와플에 아이스크림을 대충 얹어 팔았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좋았다. 다음 날 사람들은 컵이 아닌 와플에 아이스크림을 담아달라고 주문했고 그것이 아이스크림콘의 시초가 되었다. 이렇듯 다른 분야의 아이디어를 내 분야에 적용하거나 서로 다른 두세 가지를 섞어 새롭게 창조해 내는 것은 가장 일반적인 창조의 공식이다. 그래서 창조적인 생산성을 올리기 위해서는 자신의 전문영역 이외의 다양한 분야의 트렌드 변화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상식수준의 지식과 정보습득에 부지런히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서로 다른 여러 영역을 섞었을 때 독특하고 새로운 창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창조는 천재성에서 출발한다? 아니다 창조의 출발은 인간에 대한 애정이다 창조는 아인슈타인이나 노벨처럼 타고난 천재들만이 할 수 있는 어렵고 거창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창조는 고객이 아파하고, 불편해하고, 두려워하는 것에서 출발 했다. 1847년 에든버러 대학의 산부인과 교수였던 제임스 심프슨은 마취제인 클로로포름을 발명했다. 당시의 다른 의사들이 수술할 때 환자들이 겪어야 하는 고통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과는 달리 심프슨은 환자들의 고통에 진심으로 안타까워하며 고통에서 환자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노력했기 때문에 마취제를 발명할 수 있었다. 환자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한 의사의 문제의식이 고통 없이 수술을 받게 할 수 있는 시대를 연 것이다. 전화, 전기, 자동차 등 우리가 누리는 모든 것들의 발명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좀 더 편해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 하였다. 결국 창조는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생각에서 출발한다기 보다는 사람에 대한 관심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관심이 있으면 잘 관찰하게 되고, 잘 관찰하면 성공의 비밀인 창의적인 생각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게 된다. LG전자는 중국 사람들이 황사와 신종인플루엔자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빨래를 하기 전에 소독약을 뿌린다는 것을 관찰을 통해 알아냈다. 이에 중국 수출용 세탁기에는 세탁 비누와 섬유 유연제 투입구 외에 소독약 투입구를 하나 더 추가하여 출시하게 되었고 이는 큰 성공을 거두었다. 초경쟁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는 누구나 창의적인 인재가 되어야 할 숙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창의적인 인재는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하고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하는 것처럼 마찬가지로 창의적인 인재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갖고 정보와 지식을 지속적으로 흡수해야 한다. 그래야 남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창조근육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창조근육은 결정적인 순간에 큰 창조의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이혜숙 세계경영연구원(IGM)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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