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을 위해 중년들의 실질적인 활용도면을 고려해야 올해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필자는 한 통의 메일을 받았다. 메일을 보낸 사람은 반년 전에 필자가 진행했던 포지션 때문에 알게 된 후보자였다. 오랜만에 받는 메일의 내용은 좀 뜻밖이었다. 현재 후보자가 근무하고 있는 회사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는 상사의 새로운 자리를 알아봐 달라는 내용이었다. 현재의 외국계 기업에서 함께 일한 지 4년이 된 상사는 유능하고 인품도 좋은 분인데 작년도에 실적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본사에서 책임을 물어서 올해 2월까지만 근무하게 되었다고 했다. 상사의 휴대폰 번호를 필자에게 알려주면서 혹여 현재 오픈 된 자리가 없더라도 상사가 이직을 하는데 필자가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간곡한 부탁도 들어 있었다. 한편, 본인이 먼저 연락을 해서 상사를 추천했다는 얘기는 상사에게 절대 하지 말아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필자가 느끼기에는 위축된 상사에 대한 부하의 배려로 여겨졌다. 상사에 대한 안타까움과 애처로움이 메일의 행간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상사의 자리를 남몰래 알아봐주는 부하의 충성심은 요즘 세태에서는 자주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필자에게 작은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사실 당시에 상사에게 맞는 포지션이 오픈 된 것은 없었다. 그러나 메일 보낸 이의 애틋한 마음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필자는 상사에게 연락을 해 보았다. 통화를 하면서 상사가 가지고 있는 이직의 계획을 알아보고 희망하는 회사나 업무를 파악 해뒀다가 몇몇 고객사에게 제안추천을 해서라도 꼭 새로운 자리를 찾아드리고 싶었다. 이 정도의 부하를 둔 상사라면 수고스럽더라도 그럴 노력을 할만하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물론 이메일을 보낸 이의 요청에 따라 누구의 추천으로 연락을 드리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상사는 서로 다른 외국계 회사 2곳의 제안을 받아서 망설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순조로운 이직의 수순을 밟아가는 것 같았다. 또한 상사가 칼자루를 잡고 있는 상황이라 필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가 있었다. 그래서 곧장 마음을 졸이고 있을 부하에게 연락을 해서 상황을 알려주었다. 현재 상사는 다른 회사로의 이직이 마무리 상태에 있으니 걱정 안 해도 될 상황이라고. 부하는 곧 있을 상사의 새 출발을 축하해 주는 일만 남은 것 같다며 본인 일처럼 기뻐했다. 이번 일은 필자가 인재추천 업무를 하면서 볼 수 있었던 최근 들어 가장 아름다운 사건(?)이었다. 위의 케이스는 해피엔딩으로 끝났지만 사실 이런 케이스는 가끔 생기는 일이다. 사실 이 경우 이외에도 필자는 제 3자를 통해 유능한 임원급 인재를 추천 받기도 하는데 그때마다 느끼는 점은 아쉬움이다. 추천되신 분들의 프로필을 보면 모두 경력도 화려하고 리더십도 있고 업무성과도 좋은 분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천을 머뭇거리게 하는 원인이 있는데 그것은 나이 때문이다. 요즘에는 조직의 나이가 어려져 40대 중후반에 이직을 알아봐달라고 요청하시는 분들을 만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아무리 잘나가시는 분들도 40대 중반이 넘으면 이직을 할 수 있는 기회의 폭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런 분들의 눈높이는 내려가지 않고 기업에서는 젊은 인재를 찾으니 서로의 기대치를 만족시키기가 어려울 때가 많다. 능력이 있고 성공한 경험이 있고 업계의 탄탄한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중년들이 설 곳이 없다는 것은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인적자원의 관리 면에서 큰 손실이라고 생각한다. 기업차원에서도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이러한 인력들을 하루아침에 폐기처리 할 생각을 하는 것보다 조직을 위해 실질적인 활용도면을 고려해 이들이 좀더 조직생활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다시 말해, 조직이 인재를 키우는 것에 주로 집중을 했다면 이제는 키워진 인재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고민했으면 한다. 또한 이러한 중년 직장인들도 40대 초반부터 퇴직이 시작될 수 있다는 현실을 감안해 그전에 자신의 중년 이후의 커리어에 대해 여러 가지 가능성을 타진해서 미리 준비했으면 한다. 평균수명은 길어지는데 퇴직나이는 젊어지는 이러한 아이러니컬한 현상을 풀어갈 수 있는 제도나 시스템이 확립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