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가치경영

온 나라가 소통이 부족하다고 아우성이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기업에서도 소통을 위해 분주히 움직임이라고 강조한다. 근무환경이 꽤 괜찮은 한 중견기업의 신입사원과 대화를 나눴다. “회사 내 카페테리아가 있는데 역할분담이 제대로 안 돼 있어저 혼자만 청소하고 정리하고 있어요. 건의를 한 번 할까 하다가도 도리어 신입사원이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하실 것 같아 꾹 참고 있는 중이예요. 회사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만 이것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정도예요.” 그런가 하면, 모 경영자는 임원과의 면담 후에 굉장히 화가 났었다고 하소연한다. “임원과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는데, 글쎄 느닷없이 연봉을 올려 달라고 하는 거야. 물론 연봉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문제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직원들 얘기나 경영에 대한 얘기에는 입을 꼭 다물고 있다가 간만에 만난 자리에서 툭 하고 꺼낸 얘기가 연봉이라니… ‘경영자와 임원이 이렇게 밖에 소통이 안 되나!’ 싶어 자괴감까지 들더라고.” 필자는 기업의 가치관 경영을 도울 때, 가장 먼저 조직의 문제점이나 과제를 찾는 것으로 일을 시작한다. 안타깝게도 최근에 만난 대부분 기업의 절대 다수 직원들은 조직 내 소통의 부재가 가장 큰 문제라고 꼽고 있다. 실제로 이를 반영하듯 최근 2~3년 동안 가치관 수립 또는 재정립한 기업의 핵심가치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키워드가 소통이다. 몇 년 전만 해도 기업 핵심가치에 소통은 자주 볼 수 있는 키워드가 아니었다. 그런데 불과 2~3년 사이에 소통은 매우 중요한 이슈를 넘어 기업의 생존과 성장에 반드시 필요한 공통 핵심가치가 되었다. 혹자는 소통은 사람이 모인 기업에서는 당연히 중요한 것인데, 이게 핵심가치가 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는 얘기도 하지만, 지금은 거의 모든 조직원들이 가장 중요한 가치로 꼽는 상황이니 맞냐 틀리냐는 얘기는 별 의미가 없어 보인다. 기업에서 소통이 정말 그렇게 중요할까? 자연생태 관련 용어에 다른 종(種)의 생존능력이나 생태계의 연쇄멸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종(種)을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대 기업에서 소통은 핵심종이다. 미국의 세렝게티라고 불리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1990년대 황폐화된 국립공원을 복원하기 위한 조사를 해보니 옐로스톤에 있는 활엽수의 수령은 70년 이상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1920년대부터는 나무들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다는 얘기가 되고, 그 원인은 당시 초식동물의 키가 닿는 2m 미만의 나무는 거의 죽어 황폐한 국립공원이 되었기 때문이다. 1912년 옐로스톤으로 가보자. 당시 미 의회는 회색늑대가 인간과 가축에게 위협이 된다고 판단해 닥치는 대로 죽이기 시작한다. 결국 10년 만인 1923년에 회색늑대는 옐로스톤에서 사라진다. 회색늑대가 없어지자 몸집이 작은 코요테가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올라서게 되었고, 몸집이 큰 사슴은 포식자가 없어지게 되었다. 사슴의 숫자는 급격히 늘어나 초원에는 온통 평화롭게 풀과 작은 나무를 먹고 있는 사슴 천지가 되었고 결국 생태계는 깨지고 만다. 풀과 나무가 사라진 초원은 황폐화되었다. 70년이 지난 1995년 미의회는 너무 많이 늘어난 사슴을 줄이려고 캐나다에서 31마리의 늑대를 공수해 방사한다. 이때부터 옐로스톤에는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사슴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은 물론 늑대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사슴의 행동패턴도 바뀐다. 즉, 늑대가 있는 초원에서는 사슴이 사라진 것이다. 사슴이 사라진 초원에는 다시 풀이 자라고 나무가 자라면서 짧은 시간에 울창한 산림이 복원된다. 나무들이 자라나자 새들이 나무 위에 집을 짓고 비버들이 나무를 베어 댐을 짓는다. 비버가 만든 댐은 강물을 막아 물고기들이 살 수 있는 수중생태계가 복원된다. 그 사이 생태계의 꼭짓점에 있던 코요테의 숫자도 절반으로 줄어든다. 코요테가 줄어들자 들쥐, 토기와 같은 설치류의 숫자가 늘어나고 설치류를 잡아먹는 여우, 족제비는 물론 독수리까지 모여들게 되었다. 새로 자라나는 나무에 열매가 열리자 열매를 따먹는 곰까지 공원에서 살게 되었다. 미국의 세렝게티라는 명성을 얻은 옐로스톤은 이런 역사를 가지고 있다. 생태계의 균형이 깨진 황폐화된 옐로스톤은 70년 만에 돌아온 31마리의 늑대에 의해 복원되었다. 옐로스톤에서 늑대는 다른 종의 생존능력을 결정하고 생태계의 연쇄멸종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다. 2013년 사이언스지는 전 세계 32곳의 먹이사슬을 연구한 결과 핵심종의 역할은 지역에 상관없이 공통된 것이라고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소통과 늑대가 무슨 관계냐고? 소통이 핵심종이라는 얘기를 하는 것이다. 소통은 우리 기업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끄는 핵심가치다. 산업화와 고도성장기에 소통은 중요한 가치가 아니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열심히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가치였다. 불량 없이 많이 만들기만 하면 기업에 부를 안겨주었다. 고도성장기를 지나 안정적인 성장기에는 품질과 함께 디자인, 마케팅과 영업 능력이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저성장시대에서는 기존 방식으로 더 이상 성장을 담보할 수 없다. 내부 환경도 마찬가지다. 불안정한 고용 환경과 직원들의 가족 중심 경향 그리고 점점 비중이 늘어가는 기성세대와 확연히 다른 정서를 가진 신세대의 증가, 자유로운 사회 분위기로 과거와 같은 강력한 리더십에 의존하는 조직문화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대부분 기업은 내·외부적으로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여기서 강한 힘을 발휘하는 것이 소통이다. 치열한 외부 위협에 대응하려면 직원들이 얻는 정보가 공유되고 통합되어야 한다. 외부 정보가 취합되고 융합되지 않으면 외부 상황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없다. 또, 내부적으로도 직원들이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소통이 되지 않으면 직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생각의 통일도 어렵다. 상하, 동료 관계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높은 수준의 협업도 기대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위기에 처한 기업은 창의성을 발휘하여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야 하고, 도전과 열정으로 사업과 시장을 확장해야 한다. 그런데 조직에 소통이 안 되면 개인과 조직에 창의, 도전, 열정과 같은 가치가 살아 움직이기 어렵다. 소통이란 무엇인가? 소통은 열린 마음으로 사람을 대하는 것이다. 이것은 조직에서 활발한 대화와 토론으로 드러난다. 요즘 시대에 소통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관리자, 임원, 경영자일수록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런데 직원들은 우리 기업 특히, 상사들이 소통이 부족하다고 한다. 억울해 할 일이 아니다. 노력하는데도 부족하다고 하는 것은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고 더 노력해 달라는 얘기로 받아드리면 된다. 소통은 “내 성격에 이만큼 하면 된 거 아니야”가 아니다. 상대방이 충분하다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 분명한 것은 직원들에게 창의와 열정, 도전과 신뢰를 기대하는 조직이라면 가장 중요한 핵심가치는 소통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소통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결정하는 경영의 핵심종이다. 정진호 가치관 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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