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상대평가 기반의 성과관리 제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방식의 제도를 시도하는 기업들이 이목을 끈다. 기존의 상대평가 방식이 구성원들의 경쟁 심리를 자극하여 성과 창출 동기를 부여하는 순기능보다는 내부 경쟁을 조장해 협력과 집단 지성의 발현을 저해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 사례를 통해 최근 나타나고 있는 제도 변화의 경향을 살펴본다. <제국의 탄생>의 저자인 미국 코네티컷 대학의 피터 터친 교수는 ‘외부 위기에 맞서 사회를 강하게 묶어주는 접착제이자 한 집단을 성공적인 시스템으로 성장하게 만드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아사비야(asabiyyah)’를 강조한 바 있다. 이는 14세기 이슬람 역사학자 이븐 할둔이 제안한 개념으로 ‘사회의 구성원들이 집단적으로 일치된 행동을 할 수 있는 역량’, ‘공동체적 결속과 내집단에 대한 의식을 강조하는 사회적 연대’를 가리킨다. 로마 제국, 몽골 제국 등이 성장하고 번영할 수 있었던 이유도 아사비야가 강했기 때문이다. 제국이 영속하지 못하고 쇠퇴하는 이유도 아사비야에서 찾을 수 있다. 조직 내 불평등, 내부 경쟁, 신뢰 저하 등으로 아사비야가 약화되면서, 조직 내부에서부터 붕괴가 시작되어 자연히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취약한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기업들이 조직 내 이기주의를 지양하고, ‘One Microsoft’, ‘Siemens One’과 같은 슬로건을 내세우며 하나된 조직의 모습을 강조하는 것도 조직의 결속과 협력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터 터친 교수가 “큰 회사들이 번영하려면 직원들이 높은 수준의 일반화된 신뢰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자유 시장에서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지만 기업 내부에서는 시장의 힘이 아니라 집단의 유대와 결속에 의지해서 움직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요즘과 같은 혁신과 창의의 시기에는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혼자 할 수 있는 혁신이 없지는 않겠지만 많은 경우 다양한 협력 메커니즘을 통해 이루어지기 마련이다. 혁신을 이끄는 협력의 형태는 기업의 안팎을 가리지 않는다. 예를 들어, 기업들은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력하거나 소비자들로부터 직접 아이디어를 구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은 기업 내 구성원들 사이의 협력이다. 외부에서 아무리 좋은 기회가 포착된다고 해도 내부 구성원들 사이에 협력이 어려운 조직에서는 그 기회가 제대로 활용될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협력을 저해하는 요인… 상대평가 기반의 성과관리 제도 최근 마이크로소프트는 전문가들로부터 자사의 경쟁력이 저하되고 있는 근본 원인으로 구성원들 간의 협력을 통한 창의적인 문화가 약화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리고 원인을 한 단계 더 들어가 보면, 오랜 기간 동안 구성원들을 평가하기 위해 운영해온 ‘스택 랭킹(Stack Ranking)’, 즉 상대평가 기반의 성과관리제도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구성원들에게 강제로 순위를 매겨 평가하는 제도는 1980년대 잭 웰치가 이끌던 GE에서 사용한 이후 널리 확산되었다. 이 제도는 순위를 매기고 해고한다는 의미에서 ‘Rank and yank’라고 불리기도 한다. 성과 중심의 조직문화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전 세계의 많은 기업들이 도입하였으며 이는 한국 기업들도 마찬가지이다. 이 제도 하에서 구성원들은 성과에 따라 일정 비율로 고성과자, 중간성과자, 저성과자 등으로 분류된다. 고성과자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보상이 주어지는 반면 저성과자에게는 불이익을 줌으로써 구성원들이 보다 높은 성과를 창출하도록 동기부여하는 방식이다. 어느 정도는 이러한 취지에 맞게 작동하기도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다. 경영 구루인 에드워드 데밍은 “상대평가 기반의 성과관리 제도가 단기 성과주의를 촉진하며, 장기 계획 수립을 저해한다. 조직 내 두려움을 촉발하며, 팀워크를 저해하고 내부 경쟁과 사내 정치를 조장한다.”고 지적하였다. 오랜 기간 운영해온 제도를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최근 과감하게 기존의 제도를 폐지하고 새로운 방식의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마이크로소프트는 2013년에 10여년 간 운영해온 기존의 제도를 폐지하였다. 뿐만 아니라, 사진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 및 PDF 파일 형식으로 유명한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의 ‘Check-in’, 세계적인 의료기기 제조기업 메드트로닉의 ‘Performance Acceleration’, 세계적인 농산업 회사 카길의 ‘Everyday Performance Management’ 등과 같이 다양한 산업 영역과 조직 규모의 기업들이 평가 제도에서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세부적인 운영 방식에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이들 기업이 새롭게 도입한 제도에서는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볼 수 있다. 내부 경쟁 보다 협업을 촉진하기 위해 상대평가에 따른 등급 제도 폐지, 연 1회 성과 리뷰 방식에서 벗어나 수시 피드백 실시, 평가 절차 및 양식 간소화, 평가 및 보상 제도 운영에서 관리자 역할의 강화로 성과 창출에 보다 몰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성과에 따라 평가하고 보상한다는 원칙은 기존 제도와 유사하지만, 구성원들을 상대적으로 비교하여 동기부여하기 보다 개인별 목표 달성에 보다 몰입하게 하고 달성 수준에 따라 평가하고 보상하는 방식이다. 또한 관리자와 구성원들이 수시로 피드백을 주고받게 하여 상황 변화에 따라 방향성을 조정하거나 필요한 지원을 적시에 제공함으로써 궁극적으로는 구성원들이 자신의 성과 창출을 통해 개인 목표 달성에만 매몰되기 보다는 조직 전체의 목표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새로운 성과관리 제도… 어도비의 체크인 새로운 성과관리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기업들 중 제도적인 측면에서 가장 큰 변화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새로운 제도의 특징들도 잘 나타내고 있는 어도비의 사례를 살펴보자. 어도비는 임직원 11,000여명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우리에게는 ‘포토샵’, ‘PDF’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12년에 ‘체크인’이라는이름을 가진 새로운 성과관리 제도를 도입하여 변화 관리 및 시행착오를 거쳐가며 2015년 현재 시행 3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왜 제도를 바꾸게 되었나? 어도비도 기존에는 상대평가, 연례평가 등의 특징을 갖는 성과 관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제도를 변경하게 된 배경도 기존의 성과관리 제도에서 나타난 문제점들과 유사하다. 첫째, 상대평가로 인한 구성원들 사이의 협력 저하와 평가 공정성에 대한 불만에 따른 이직이 문제였다. 더 많은 보상을 받기 위해 구성원들 사이의 경쟁과 갈등이 발생했다. 피드백을 주고 받는 관리자와 구성원들 사이에서도 적대적인 긴장감이 증가하였다. 무엇보다 소프트웨어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인 인재들의 이탈이 많았다. 1월에 성과 리뷰가 끝나면 2월과 3월은 연례적으로 많은 구성원들이 평가 결과에 불만을 갖고 다른 기업으로 이직하는 기간이 되고 있었다. 둘째, 연례 성과 리뷰가 실질적인 목표 달성과 구성원들의 성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인식이다. 기존의 연례 성과 리뷰는 전년도의 성과를 되돌아보고 평가한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최신 효과(Recency Effect)’에 의해 실제로는 최근의 사건을 중심으로 평가되어 구성원들은 성과 리뷰 시점에 성과 창 출에 집중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또한 과거의 성과 창출 과정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만, 구성원들이 향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고 있었다. 무엇보다 구성원들에게 평가 등급을 매기는 절차, 보상 배분, 저성과자 배제 등 제도 운영 자체에 지나치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구성원들을 육성시키고 목표 달성을 촉진하는 데에는 충분한 관심이 기울여지지 않았다. 셋째, 평가 절차 및 양식 작성 등 제도가 복잡하고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이 과다하다는 인식이다. 성과 창출에 집중해야 할 구성원들이 지나치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성과 리뷰에 빼앗기고 있었다. HR 부서에서 계산한 바에 따르면 한 해에 2천여명의 관리자들의 약 8만 시간을 평가 및 성과 리뷰에 투입하고 있었다. 이는 40명의 정규직원이 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2011년 회사의 전략적 방향성이 크게 변경되어 민첩성, 구성원들의 협력과 창의성을 한층 더 필요로 하는 상황이었으나, HR 제도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관행에 머물러 있었다는 점이다. 새로운 사업 모델에 부합하지도 못하고 기업에 가치를 주지 못하는 프로세스는 폐기되어야 한다는 판단 하에 HR을 비롯한 경영진들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로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이다. 체크인 제도의 운영 방식을 목표 설정에서부터 평가 및 보상에 이르기까지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목표 설정… 개인별 명확하고 도전적인 목표 첫 번째 단계는 관리자와 구성원이 공동으로 도전적인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다. 목표 설정 방식은 기존의 방식과 대체로 유사하다. 가장 중요한 점은 명확한 목표와 어떠한 지표에 의해 평가 받을 것인지 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지표에는 구성원이 창출한 성과가 사업 성과에 어떠한 영향을 주었는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른 구성원들과 어떠한 협력을 했는지가 반영된다. 연초에 경영진들은 전사적으로 실행해야 할 전략적 우선순위와 그에 대한 개략적인 내용을 구상한다. 이는 세부 조직별 목표와 연계되고, 각 조직의 관리자들은 이를 다시 구성원들의 목표와 연계시킨다. 이후 각 사업이나 각 조직의 특성에 맞게 분기 단위, 월 단위 등으로 일정한 기간 동안 수행해야 할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목표는 관리자와 구성원들이 합의해서 최종 결정되지만, 결코 낮은 수준으로 설정되지 않는다. 일부 구성원들은 체크인 제도가 도입된 이후 목표가 항상 높게 설정되어 기존의 제도에 비해 목표 달성에 대한 스트레스가 늘어났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② 성과 피드백… 수시 피드백을 통한 점검 및 지원 구성원들은 연중 수시로 관리자와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최소분기에 한 번 실시하며, 관리자들에 따라 한 달이나 한 주에 한 번등 보다 빈번하게 시행하기도 한다. 사업 상황을 반영하여 목표를 수정하거나 현재 시점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달성했는지, 관리자가 지원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 있는지, 구성원들이 보완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지에 대한 대화를 나눈다. 관리자 입장에서는 일괄적으로 정해진 평가 시기로 인해 적절한 개입의 시점을 놓치기보다 사업 사이클이나 업무 프로세스에 맞는 적절한 시점에서 필요한 조언을 제공할 수 있다. 구성원 입장에서는 자신이 현재 어느 정도 목표를 달성했는지, 부족한 부분은 무엇인지 신속하게 확인하고 보완할 수 있다. 부정적인 피드백을 해야 하는 상황이 생겨도 수시로 작게 주고 받기 때문에 연례 평가에 비해 서로 부담이 줄어든다는 장점도 있다. 관리자와 구성원 각자 스타일에 맞게 솔직한 피드백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엄격한 절차나 형식 등 피드백을 저해하는 장애물은 최소화 하고 있다. 양식도 미리 정해놓지 않고 관리자의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판단하여 사용하면 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경영진들이 체크인 프로세스 상에서 어떻게 피드백을 제공해야 하는지 잘 모르고 있다는 점이다. 구성원들도 피드백 과정에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방법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이를 위해 관리자들은 강의, 롤플레잉 등을 통해서 피드백이나 구성원들과의 피드백을 위해 필요한 훈련을 받게 된다. 구성원들도 피드백에 효과적으로 참여하기 위한 교육을 받는다. ③ 평가 및 보상… 상대평가 및 평가 등급 폐지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는 3등급, 5등급과 같은 평가 등급과 성과에 따라 일정 비율로 구성원들을 구분하는 상대평가 제도를 폐지했다는 점이다. 구성원들은 동료들과의 상대적인 비교가 아니라 연초에 설정된 자신들의 목표 달성 정도에 따라 평가 받는다. 구성원들이 동료들과 경쟁하기보다 개인의 목표 달성에 몰입하고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 협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보상이 결정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이전에는 HR부서에서 조직별로 구성원들의 평가 등급에 따라 재원을 나눠주고 배분되도록 하는 형태였다. 반면 체크인 제도 하에서는 역할, 지위, 지역등에 따라 재원이 결정된다. 또한 관리자들의 재량권이 크게 증가했다. 보상을 위한 예산은 관리자들에게 배분되며, 급여 인상 등은 관리자들이 저마다 설정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다. 관리자들이 자기 사업을 수행한다는 인식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관리자들은 보상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가지기 때문에 책임감이 높아지게 되고 사업 환경에 따라 유기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되는 자율성을 갖게 된다. HR에서는 보상 지급을 위한 어떠한 형태의 가이드라인도 제공하지 않는다. 다만 막연하게 예산만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관리자들이 주어진 예산 한도 내에서 지급 기준이나 지급 규모를 어떻게 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도의 교육을 실시한다. 회사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관리할 필요가 있는 핵심 인재에 대해서는 차별적인 보상을 제공하지만, 평가 등급이 아니라 각 조직의 리더들이 참여하는 회의를 통해 선발된다. 관리자들은 지속적인 피드백을 통해 구성원들의 역량, 태도 등에 대한 이해가 보다 높아졌기 때문에 핵심 인재 선발을 위한 논의는 보다 풍부해진다. 선발된 이들에게는 시스템에 핵심 인재라는 꼬리표가 붙고, 일정한 기준에 따라 차별적인 보상을 받게 된다. ④ 관리자 역할 강화… 사후 평가자가 아닌 목표 달성을 위한 지원자 체크인 제도에서는 HR 부서의 역할은 축소되는 반면 관리자들의 역할이 강화된다. 관리자들이 제도의 운영을 주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UCLA 앤더슨 경영대학원의 사무엘 컬버트 교수가 지적했듯이 “상사가 할 일은 직원 평가가 아니라 모든 직원들이 최고의 성과를 내도록 만드는 것이다.”라는 취지에 부합하는 형태로 변화한 것이다. 문제는 관리자들이 제도 운영에 필요한 역량을 가지고 있는지, 평가나 보상에 대한 권한을 부여함에 있어 관리자들을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점이다. 기존의 성과관리 제도에서도 평가 과정에서 관리자들이 공정하지 못하다거나 지나치게 형평성만을 강조하는 데에서 구성원들이 불만을 갖게 된다는 점이 주요한 문제점 중의 하나로 지적된 바 있다. 어도비도 이러한 부작용을 예방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교한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기 보다는 관리자들에 대한 교육 및 훈련과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보완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관리자들은 주도적으로 구성원들의 목표와 피드백 시점을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조언과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 특별히 HR에 제출해야 할 양식도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관리자들이 효과적인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수행해갈 수 있도록 회사 차원의 지원이 중요했다. 관리자들이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엄격한 규율을 가지고 제도를 이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비롯한 변화 관리 노력을 시행한 것이다. 특히, ERC (Employee Resource Center)라는 조직을 설치하여 관리자와 구성원들이 새로운 제도를 운영하면서 목표 달성을 촉진하기 위한 피드백, 육성등에 필요한 지원을 ‘원스탑’으로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관리자들의 책임을 보다 강화하기 위하여 정기적으로 무작위로 선택된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이 설문 조사에서는 관리자들이 목표 설정, 피드백 제공, 구성원 성장에 대한 조력을 얼마나 잘 하고 있는지를 측정한다. 제도 변경에 따른 성과… 이직률 크게 감소 새로운 제도가 완전히 정착하기 위해서는 도입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보완 노력이 필요하다. 제도의 성과를 직접적으로 측정하기는 어렵지만 각종 지표들에 따르면 현재까지는 비교적 긍정적인 성과를 보이고 있다. 내부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성원들은 새로운 제도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관리자들과 구성원들이 새로운 제도가 기존 제도에 비해 더 효과적이고 덜 복잡하다고 인식하고 있다. 관리자들이 피드백을 제공하는 일에 개방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인식도 크게 증가했다. 반면 높은 수준의 목표와 수시로 발생하는 피드백으로 인하여 성과 창출을 위한 스트레스는 증가하였다. 이는 목표 달성을 위한 구성원들의 동기부여가 한층 강화되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의무적으로 구성원들과 빈번한 피드백을 주고 받게 되면서 관리자들에게도 변화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독단적인 스타일로 조직을 이끌던 관리자들은 구성원들과 많은 소통의 기회를 갖게 되어 구성원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폭이 커졌고, 목표 달성에 대한 챌린지를 부담스러워하던 리더들은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빈번한 피드백을 통해 구성원들과 목표 달성에 대해 진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평가를 위한 절차와 시간도 단축되어 인지적인 부담을 줄이고 성과 창출을 위한 노력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된 것도 긍정적인 결과이다. 대표적으로 연례 평가에 소모되던 관리자들의 약 8만 시간이 절약되었다. 무엇보다 이직률에 변화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평가 결과에 대한 불만으로 인해 2~3월에 치솟았던 이직률은 약 30% 감소했다고 한다. 상대평가가 폐지되어 자신이 창출한 성과에 비해 제대로 인정 받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구성원들이 감소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저성과자 퇴직률은 2012년에서 2014년 사이에 약 50% 증가했다고 한다. 성과에 대한 피드백이 빈번해지면서 구성원들은 자신의 역량 수준에 대해 정확하게 알게 되고, 성과 창출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있는 구성원들이 스스로 회사를 떠나는 비율이 증가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어도비의 HR 책임자 도나 모리스는 “사람들은 항상 자신의 위치를 알아야 한다. 이것이 체크인이다. 자신이 성과를 내고 있지 않다면 이를 어떻게 개선할 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만약 아무리 해도 개선하지 못한다면 이직에 대한 결정을 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적합한 제도 도입과 효과적인 운영 노력이 중요 기존의 성과관리 제도에서 나타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 끝에 일부 기업들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제도라고 해서 평가와 관련된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못할 것이다. 기존 제도에서 나타난 문제점을 일부 해결할 수 있을지 몰라도 새로운 제도 역시 그 나름의 문제점과 한계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성과관리 제도를 도입하고 운영함에 있어서 유념해야 할 점은 보다 차별적이고 탁월한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며 방해가 되는 요소는 최대한 제거하여 성과 창출에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떠한 제도를 도입하더라도 이러한 취지에 부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제도를 보완해가는 동시에 관리자 및 구성원들의 운영 역량을 길러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 전재권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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