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는 '변화'와 '혁신'

‘전직급 경력채용제도 도입’‘, 스펙 초월 채용’‘, 전문직위 지정 확대 및 순환보직 개선’‘ , 직무중심의 인사관리’‘, 생산적 공무원 문화 조성’등. 정부조직 개편에 따라 지난해 11월 출범한 인사혁신처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보수적’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조직, 공무원 조직에‘인사혁신처’라는 부처명이 말해주듯 그야말로 일대 혁신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변화의 중심에는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이 있다. 이근면 인사혁신처장은“100일 가까이 업무를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우리 공무원들이 가지고 있는 역량은 세계 최고 수준인데 반해 이를 효과적으로 발현시킬 수 있는 제도나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앞으로 제도와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개선하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공직사회 변화에 대한 국민의 열망이 높은 만큼, 민간에서 익힌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성 높은 조직, 시대 흐름에 맞는 경쟁력 있는 공직사회로 변화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로 공직사회 안팎의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이 처장을 만났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먼저, 처장 취임을 축하한다. 인사혁신처의 초대 수장으로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초대 처장으로 선임된 데 대해 개인적으로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삼성에서 30년 넘게 인사업무를 맡았었고, 최근 몇 년간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인 청년 취업을 위한 일을 해왔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에 무엇이 필요한지, 또 무엇이 바뀌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되었다. 이러한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이러한 변화를 국가차원에서 선도적으로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는데, 기회가 주어진 것이다. 지금의 이 자리는 그간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채우고 다질 수 있는 기회의 자리이다. 초대 수장으로서 어깨가 많이 무겁지만, 중요한 자리니만큼 내가 가진 모든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 취임한 지 100일이 다 되어 간다. 한창 바쁜 시간을 보냈을 것 같은데? ■ 일단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애를 썼다. 면담, 토론, 회의, 여론조사, 현장 방문 등을 통해 국민의 생각, 공무원의 생각, 전문가의 생각 등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 데 집중했다. 여러 의견 수렴 활동을 통해 공직사회 변화에 대한 국민과 공무원의 기대를 알 수 있었으며,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지를 분명히 할 수 있었다. 앞으로 공직사회 내·외부의 요구를 반영하여 모두의 눈높이에 맞는 공직사회를 만들고자 노력하겠다. 삼성에서 오랫동안 인사전문가로 일하다 공직사회에 입문했다. 많이 다르다고 느꼈을 것 같은데? ■ 그렇다. 많이 다르다.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다른 점을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은 ‘이상한 것’, ‘다른 것’, ‘없는 것’이다. 이상한 것은 무슨 일을 하려고 하면 “규정 때문에 안된다.”, “사례가 없어서 안 된다”는 말을 하는 것이고, 다른 것은 효율성을 중시하는 민간기업과는 달리 공직사회는 공공성을 더 중시한다는 것이고, 없는 것은 국민 눈높이와 시대에 맞는 공무원 인재상과 그에 따른 능력개발 목표 및 투자가 없다. 어제와 오늘의 잣대로 미래를 재단하기 어려운 패러다임 변화의 시대에 이런 부분의 차이를 잘 인식해 조화를 이루어나갈 계획이다. 올 초 청와대 첫 업무보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개괄적인 내용을 말해 달라. ■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나눠서 이야기할 수 있겠는데, 먼저 첫 번째는 공무원의 전문성은 높이고 개방성은 넓혀서 ‘일 잘하는’ 경쟁력 있는 공직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생산적인 공무원 문화를 조성하고 공직가치를 재정립하여 제대로 된 반듯한 공직사회를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구체적인 추진전략으로는, 첫째 스펙을 초월한 국민 인재, 즉 경력직 인재를 널리 채용하고, 둘째 잦은 순환보직 관행을 개선하여 모든 공무원이 각자 맡은 분야에서 최고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양성할 것이고, 셋째 성과에 따라 제대로 평가·보상 받을 수 있도록 계급 중심의 인사관리를 성과 중심의 인사관리로 개편하고, 넷째 생산적으로 일하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도록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하고, 내부규제 감축·폐지해 나갈 것이며, 다섯째 엄정한 공직기강과 신상필벌의 원칙을 확립하여 깨끗한 공직사회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추진전략 가운데‘스펙 초월 인재 채용’이 단연 눈에 띈다. 보수적인 공무원 조직에 일대 혁신이 아닐 수 없을 것 같다. ■ 주지하다시피 지금까지의 공무원 채용은 신입 채용을 통해 대부분 이루어져 왔다. 다른 방식은 별로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는 채용경로를 다양화하여, 일정한 직무능력과 전문경력을 쌓은 민간 전문가를 필요한 시기에 채용하는 방식을 보다 확대해 나갈 것이다. 그 방안이 바로 ‘경채제도(경력경쟁채용제도)’이다. 또한 경력 채용을 전 직급으로 확대하기 위해 인사혁신처 주관의 민간경력자 채용시험을 현행 5급에서 7급까지 확대할 방침도 가지고 있다.  

잦은 순환보직 관행을 개선하여 전문성을 높이겠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인 전략이 궁금하다. ■ 순환보직은 여러 보직을 거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시야가 넓어져 관리 능력이 향상된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전보가 빈번히 이루어지는 경우 업무 수행의 전문성과 능률성을 저하시키고 행정의 일관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실제로 공무원 조직은 1~2년 주기로 바뀌는 잦은 순환보직으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1~2년 뒤면 다른 자리로 가니까 굳이 큰 그림을 그리려 하지 않는다. 대충 그리고 그냥 버티는 것이다. 벌을 주려 해도 발생과 경과, 결과의 담당이 다 다르다. 누구에게 대놓고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구조다. 반대로 상을 주려고 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왜 내가 준비했는데 상은 남에게 돌아가느냐?”는 항변이 나올 수밖에 없는 거다. 결국 공무원의 실수와 전문성 부족은 순환보직에서 기인한다. 순환보직은 과거 시대의 유물이다.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한 시대에는 효과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스페셜리스트가 필요한 세상이다.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인사혁신처는 이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하여 연공‧보직 위주의 승진‧평가체계를 성과‧역량 중심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즉, 성과평가에서 주무부서와 경력이 많은 사람이 우대받는 관행을 개선하여 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하여 성과를 낼 경우 우대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이다. 또한, 환경‧안전과 같은 전문성이 특히 필요한 분야에 전문직위 지정을 확대하여 보직이동을 제한할 계획이다. 아울러, 전문 직위가 아닌 경우도 전보제한기간을 개선하고 이를 준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치권의 공방과 공무원들의 반발로 공무원연금개혁이 지지부진하다. 이에 대해 한 말씀 해 달라? ■ 공무원연금개혁은 누구나 하기 싫고, 피하고 싶은 일이다. 안 해도 되는 일이면 아마 안 할 것이다. 그런데 안 해도 되는 일이 아니다.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고, 또 하루라도 빨리 해야 출혈을 최소화할 수 있는 일이다. 왜 이 시점에 공무원연금개혁이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지를 따져보아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대한민국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말은 곧 연금 수급 기간이 과거보다 많이 늘어났음을 의미한다. 즉, 기여했던 것보다 더 많이 받아가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공무원 스스로의 이해와 양보가 수반되어야 한다. 공무원연금개혁은 워낙 민감하고 파급력이 큰 사안인 만큼 합의안 도출에 크고 작은 진통이 따르고 있긴 하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반드시 이뤄야 할 국가적 과제이자 국민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는 공무원연금개혁을 위한『연금 특위』및『국민 대타협기구』가 구성돼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조만간 국민과 공직사회 모두가 공감하는 합리적 안이 도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사혁신처 등 정부는 적극적으로 국회의 요구와 지원에 응하고, 국민과 공직사회에 연금개혁의 당위성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하위 법령을 개정하는 등 차질 없는 개정법 시행 준비에 만전을 기할 것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공직사회가 동요되지 않고 직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공직자들의 사기를 높이고 활력을 불어넣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조직의 최고 리더로서 직원들에게 특별히 주문하거나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면? ■ 인사혁신처 직원이 500명이다. 직원들에게 ‘500명의 처장’이 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본인이 처장이라고 생각하면 일을 어떻게 하겠는가? 주도적으로, 자율적으로 창의적으로 할 것이다. 앞으로 공무원은 그렇게 가는 자가 성공할 것이다. 그것이 공무원의 미래상이 될 것이고, 또 우리의 미래인 퍼스트 무브 시대, 창조의 시대, 통섭의 시대에 맞는 공무원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사회 혁신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공무원 스스로가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공무원은 혁신의 대상이 아니다. 혁신의 주체이다. 타인이 아닌 자신의 의지에 의해 변화가 이루어져야 그 변화는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퇴근하고 싶으면 눈치 보지 말고 퇴근하면 된다. 휴가 가고 싶으면 휴가 가면 된다. ‘신나는 직장’, ‘가보고 싶은 직장’이 될 수 있는 단계까지 만들어 보고 싶은 게 인사혁신처의 초대 수장으로서의 희망사항이다. 인재확보와 육성에 힘쓰고 있는, 인재경영 독자이기도 한 인사·교육담당자들에게 조언한다면? ■ 지금 우리는 ‘퍼스트 팔로우’가 아닌 ‘퍼스트 무브’ 시대를 살고 있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 즉 실패 코스트를 지불해야 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대의 사람의 중요성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야말로 사람의 시대가 된 것이다. 사람의 시대에 인사담당자는 ‘사람을 어떻게 관리하느냐’, ‘사람을 어떻게 일할 수 있게 만드느냐’, ‘사람이 일할 수 있게 어떻게 환경을 지원하느냐’ 하는 등의 동기부여자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인사담당자는 첫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있어야 된다. 사람은 Resource가 아니다. 사람은 Human이다. Human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애정이 없는 자는 인사를 하면 안된다. 둘째, 사람만 볼 게 아니고 조직을 볼 줄 알아야 한다. 즉, 일에 대한 이해도,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까하는 조직 컨설턴트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셋째 인사담당자는 미래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이 들어와서3~40년 일을 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참고로, 지난해 보스턴 컨설팅에서 세계 20만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을 하는 가장 주된 이유 1위가 보람으로 나타났다. 인사담당자는 사람들이 일을 통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인사혁신처’라는 부처명이 말해주듯 공직사회 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감이 크다. 결국 국민들이 공직사회에 기대하는 것은‘청렴’으로 귀결될 것 같은데, 깨끗한 공직사회 조성을 위한 방안에 대해 말해 달라. ■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부단한 의식개혁, 즉 스스로의 자정 능력을 키워주는 교육 환경 분위기 구축이다. 공무원이 된 자는 청렴을 종교화해야 한다. 청렴이 종교가 될 수 있도록 의식개혁 교육을 지속적으로 확대·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둘째로 신상필벌, 즉 썩은 게 있으면 도려내고, 잘한 게 있으면 상을 주는 문화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앞으로 공무원 조직은 사회적인 지탄의 대상이 되는 음주운전, 성폭력 비위를 저지른, 즉 의도적인 실수를 범한 공무원에 대해서는 원아웃제를 적용해 나갈 것이다. 반면, 의도치 않게 실수를 범한 경우에 한해서는 관용을 베푸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의도치 않은 실수에 대해서도 강하게 처벌하면 오히려 공직이 위축되고 무사안일이나 복지부동을 조장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계획적‧고의적‧의도적 비위나 업무 태만에 따른 비위는 엄중 문책하되 열심히 일하는 공무원이 단순 과실로 잘못을 저지른 경우에는 관용을 베풀어 새로운 기회를 부여할 계획이다. 이렇게 하면 존중 받는 공직사회, 청렴한 공직문화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끝으로 인사혁신처의 발전을 위한 개인적인 포부를 말해 달라. ■ 이번에『이런 공무원이 되자, Seed』라는 에세이집이 나온다. ‘Seed’, 씨앗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씨앗은 오랫동안 간직할 수도 있고, 싹을 틔울 수 있는 태초의 시작일 수도 있으며, 또 뿌려두면 언젠가는 결실을 맺게 되기도 한다. 초대 수장으로서 인사혁신처의 씨앗을 뿌리는 사람으로, 또 인사혁 신의 씨를 뿌리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아마도 이 혁신의 씨앗은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중요한 사실은 이 씨앗이 언젠가는 분명히 결실을 맺게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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