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희의 인사만사

국내에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한 지 한 달이 넘어간다. 중동에서 발원한 이 낯선 바이러스 질환은 한국 상륙 한 달 만에 우리의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 놓았다. 학교 휴업사태가 속출했고, 사람들로 붐벼야 하는 대형마트, 백화점 등 대중시설은 눈에 띄게 한산해졌다. 경제는 엔저 등 환율변동으로 타격 입던 터에 더 큰 상처를 입었다. 이에 따라 많은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우리 경제의 성장률을 당초 예상보다 많게는 0.5%까지 하향조정하고 있다. 요 몇 년 저성장세로 애를 먹고 있는 기업들 입장에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장애물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첩첩산중, 방향을 어디로 잡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실제 글로벌 기업들이 세상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일에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굉장히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왜 우리는 알면서도 또 다시 듣고 보기에 좋은 베스트 프랙티스만을 좇다가 실패를 반복하는지를 이참에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변화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문화적, 구조적 적시성을 고려한 최선의분석과 집중, 선택단계를 충분히 거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GE를 예로 들어보자. GE는 예측할 수 없는 세계적 상황, 오랫동안 정체된 비즈니스 상황을 고려하여 2012년부터 문화, 시스템, 제도적인 부분에 걸쳐 대대적인 변화를 일으켰다. 사람, 환경, 시스템, 제도 등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집중을 통해 나라별 우선순위를 정하고, 순서를 선택, 변화단계를 준비하고 이를 진화 발전시키는 데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또한 GE는 전 세계 각국에 성장팀(Growth)을 신설하여 뒤로 쳐져 있거나, 튈 수밖에 없는 잠재적 스타감 나라들을 따로 관리했다. 인재를 선택하는 기준 및 조직의 공유가치도 시대흐름에 맞추어 완전히 탈바꿈하여 채용, 육성, 평가, 교육, 승진의 기준을 모두 바꿨다. 인사담당자들의 역할구조도 각각의 전문적 COE형태로나누고, 중복되는 인사역할은 Corp의 인사팀과 비즈니스팀을 통합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엄청난 변화를 리드할수 있는 나라부터 하나하나 선택·집중하였다. 이처럼 시대적 변화에 대한 민감함, 사람에 대한 존중, 그리고 빠른 대응이 있었기에 GE가 130년 이상 다우존스리스트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을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람은 누구나 이제까지 해왔던 익숙한 것들을 쉽게 버리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새로운 변화에 저항하기마련이다. 변화와 혁신을 인재가치의 핵심 중의 하나로 여기는 GE는 이러한 암묵적 성장가치를 시대적 니즈에 맞추어 수시로 바꾼다. 그리고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을 직원 개개인이 다 이해할 때까지 반복하고 또 반복하여 교육시킨다. 환경이 갑작스레 바뀌게 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힘들다. 이는 변화를 주도해야 하는 인사 담당자들도 마찬가지다. 특히나 요즘같이 급변하는 시대에 직원들의 입장에서 인사를 재조명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고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고객의 입장에서 재조명한다는 것, 즉 인사담당자의 고객인 직원 입장에서 재조명 한다는 것은 직원에 대해 매우 깊은 집중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인사담당자의 고객인 직원들에게 집중해보자. 이들의 마음 속을 들어가 보자. 이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어령 교수의『생각』이라는 책에 나오는 ‘Teller made 교육’과 ‘my face 교육’이 생각난다. 과거 전쟁에서는 적군에 폭격을 가할 때 적군, 민간인 할 것 없이 폭탄을 마구잡이로 투하하여 온 동네를 쑥대밭을 만들었었다. 하지만 지금의 디지털 전쟁에서는 드론 같은 것이 발달되어 목표죄수 한 사람만이 드론에 의해 저격된다. 즉, 필요 이상으로 무기를 투하하여 무고한 민간인까지 죽이게 하는 ‘teller made lesson’이 아닌, 원하는 목표물을 단 한방에 저격할 수 있는 ‘my face lesson’이 가능해진 것이다. 교육도 인사도 이제는 my face lesson 시대이다. 특히, 요즘같이 고객이 다양한 요구를 수시로 원하고, 내외부의 변화가 민감한 시기에는 직원 한명 개개인이 얼마나 성장하고 행복한가에 집중하여, 이들 각자의 잠재력을 얼마나 극대화하는가가 회사의 성장과 운명이 달려있다. 최근 그 어느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메르스 사태로 우리 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실제로 일이 일어나기 전과 비교했을 때 20~35% 이상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 사스 때와 사뭇 대조되는 것으로, 감염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았던 사스의 경우 최초 감염자 1호가 발병 즉시 신고하고 자가격리를 자진하는 등 성숙하게 대처했던 데 반해 이번에 전국이 메르스 공포에 뒤덮인 배경에는 메르스에 대한 최초 감염자 1호와 이를 둘러싼 병원관계자, 정부의 안이한 인식과 매뉴얼만 고집하는 불통이 자리하고 있다. 자, 이제 인사담당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았을 것이다. 조직의 전체적인 행복지수도 중요하지만, 타깃을 좀 더 조직원 개개인의 역량개발에 선택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누구나 단점이 있기 때문에 단점을 드러내기보다 가진 장점을 극대화해주는 작업이 가치가 있을 수 있다. 성과를 관리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닌 발전과 계발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시급하다. 이제 집단적 우월성향의 한 잣대에 모두를 평가하여 서열을 매기는 형식적 성과관리가 수정되어야 할 시기가 왔다. 직원 개개인이 어떠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으며, 또 그 조직이 어떠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좀 더 세세한 개별적 성장에 집중해보자. 이에 인사담당자들은 직원들의 눈과 귀로서 코치역할을 해주는 HRM과 회사의 성장과 인재배치의 신속한 직관능력을 가진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인사담당자의 기능적 역할을 좀 더 세심하게 차별화하여 선택 집중할 필요가 있다. 연중행사로 이뤄지는 인사고과 프로세스도 이제 형식이 아닌 개개인의 역량을 키우고 조직을 통해 잠재력을 키워 나갈 수 있는 실제적인 프로세스로 만들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자. 실제로 GE를 비롯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Performance Management’에서 ‘Performance Development’의 관점으로 성과시스템을 전면적으로 교체하기 시작했다. 과거성과에 rating을 메기는 방식을 없애고, 개인의 역량개발에 초점을 두는 데 집중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글로벌 회사의 예로 필자가 11년 동안 근무한 Sun의 사례를 들어보겠다. 한창 때 닷컴 붐과 인터넷, 자바 기적을 일으키며 전 세계 IT산업을 선도했던 Sun은 2005년 이후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서며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듯했었다. 이때 Sun은 어려운 상황에 좌절하기보다는 Sun의 가장 강력한 무기라 할 수 있는 서버시장에 집중하였고, 떨어진 직원의 사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으로도 오래 전부터 언급되었던 직원 복리 방안인 ‘재택(work @ home)’에 집중하였다. 즉, 전세계 어디서든지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Sun의 서버를 통해 일할 수 있는 iWork솔루션을 선택한 것이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은 Sun사의 iWork솔루션을 상품화하는 계기로 이어지게 했고, 이러한 마케팅은 ‘Anytime, anywhere’라는 브랜드로 정착되어 Sun사의 높은 생산성과 경이적인 성장에 기여하는 결과를 낳았다. 위기를 기회로 탈바꿈시킨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젠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완벽한 영웅도, 완벽한 루저도 없는 것이다. 이제 이 시대의 정해진 성공 모델은 없다. 나와 주변에, 조직에 대한 최선의 집중과 선택이 필요한 때이다. 최근에 LG CNS의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이브도즈 교수는 요즘과 같이 변화가 심한 시대에는 핵심역량에만 집중하면 망하기에 딱 좋은 시대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믿고 있는 것이 이제는 쓸모없는 실패요인이 될 수도, 과거에 버렸던 습관이 지금의 성공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잘 생각하고 잘 지켜보며, 그 조직과 개인의 맥락을 면밀히 관찰하고 집중하고 선택할 때이다. 이 시대는 개인의 장점이 해가 될 수도, 조직의 단점이 득이 될 수도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얼마든지 상황적 맥락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 대한민국의 메르스가 우리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배운 모든 아픔과 실패가 더 강력하고 경쟁력 있는 나라로 만들어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인사 담당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할 때이다. 생각하고 집중하고 선택해보자. 정태희 인사혁신처 인재개발자문단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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