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가치경영

에피소드 1. 덤으로 사는 인생 오랜만에 대학 친구를 만났다. 낼 모레면 오십을 바라보는 친구. 그는 살면서 오십을 바라보는 지금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물론 육십도 칠십도 팔십도 마찬가지일 거라고. 전망도 대비도 계획도 없이 그때그때의 상황을 헤쳐왔다고 한다. 그렇다고 잘못 살았던 것도 아니고 의미 없이 살았던 것도 아니다. 직장도 잡고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집도 한 채 있다. 일상의 소소한 행복도 있었다. 하지만 하루하루 주어진 삶을 살아가는 것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스무 살 때 나는 40대 이후의 삶, 50대, 60대를 상상해 본 적이 없다. 미래를 제대로 그려 본 적이 없었다.” 이유도 생각해 보았다고 한다. “어떤 삶을 살 것인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장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 계획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지금의 삶이 덤으로 느껴진다. 더 주어진 삶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더 보탠다. “우리 애들은 안 그랬으면 좋겠다.” 지금 중년을 사는 보통 사람들의 삶이 이럴 것 같다. 스무 살 청춘에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가?” “나는 무엇을 이룰 것인가?”를 정하고 사십, 오십, 육십을 맞이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일상의 삶이 아쉽고 나의 자녀들은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같을 것이다. 기업은 어떨까? 많은 경영자들은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쳐 나가다 보니 벌써 20년, 30년, 40년이 되었다. 갈수록 경영상황이 더 어려워진다.”라고 말한다. 처음 창업할 때 지금 이 모습을 상상해보지 않았다고 한다. 문제는 더 이상 이렇게는 안 된다는 거다. 앞의 중년과 비교하면 “어떤 회사가 될 것인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회사를 만들 것인지 그려보지 못했다.”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은 중년이 되면 자녀들의 출가 등으로 부담이 한결 줄어들지만 기업은 그렇지 않다. 기업은 시간이 갈수록 규모가 커질수록 책임과 부담이 더 크고 생존이라는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 에피소드 2. 진돗개가 군견이 될 수 없는 이유 우리나라 진돗개는 사냥개 종류로 월등히 우수한 품종으로 알려져 있다. 용맹하고 머리 좋으며 후각·청각도 아주 좋다. 무엇보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다. 보통 군견을 선택할 때는 후각이 잘 발달되어 냄새를 잘 맡는지, 인내심이나 충성심이 강한지, 학습능력이 뛰어난지를 눈여겨본다고 한다. 진돗개는 군견의 조건을 완벽하게 갖추기는 했지만 실상은 군견으로 사용되지는 않고 있다. 대개 군견은 맹인 안내견으로 잘 알려져 있는 누런색의 리트리버나 셰퍼트가 주로 이용된다. 왜 그럴까? 주인에 대한 진돗개의 엄청난 충성심 때문이라고 한다. 진돗개는 한번 주인으로섬기면 절대 다른 주인을 섬기지 않는다. 그런데 군대는 특성상 정기적인 보직 전환을 하거나 군인이 제대를 하기 때문에 주인이 바뀔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리트리버나 셰퍼트도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높지만 주인이 바뀌더라도 자기에게 잘해주면 다시 다른 사람을 주인으로 모시고 충성을 다한다. 그런데 진돗개는 주인이 바뀌면 먹이도 먹지 않고 주인만 기다리다 굶어 죽기까지 한다. 군견의 기준을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지만 주인에 대한 너무나 높은 충성심 때문에 진돗개는 군견이 되지 못한다. 불편한 표현이지만 군견을 회사의 직원으로 비유했을 때, 진돗개는 회사를 위해 회사를 떠날 때까지 충성을 다하는 직원으로 볼 수 있고, 리트리버나 셰퍼트는 있을 때는 충성을 다하지만 자기를 잘 대접하는 회사가 있다면 옮기는 직원으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회사 입장에서 봤을 때, 직원들에게 진돗개 같은 충성심이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평생직장이 어려운 시대지만, 기왕이면 한번 맺은 회사의 인연을 계속 유지하면서 오래오래 함께 갈 수만 있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에피소드 3.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어떻게 뇌에 피를 보낼까? 영화 <쥬라기월드>에 공룡 중에 제일 덩치가 큰 브라키오사우루스가 나온다. 우리가 흔히 목 긴 공룡이라고 부르는 엄청나게 큰초식공룡으로, 아주 쉽게 표현하면 기린 같이 생긴 놈이다. 브라키오사우루스는 몸무게가 코끼리 10마리 이상인 40톤에 달하고 몸길이는 25미터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몸통부터 머리까지 거리도 약 10미터에 달한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어떻게 심장에서부터 10미터 거리의 뇌까지 피를 보냈을까? 과학자들은 비슷한 신체 구조를 가진 기린과 비슷한 방법으로 피를 공급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기린은 심장에서 머리까지 2미터 내외다. 기린은 뇌에 피를 보내기 위해 심장에서 엄청나게 강한 압력으로 피를 뿜는다. 기린보다 목 길이가 훨씬 긴 브라키오사우르스는 아마도 기린보다 훨씬 강한 압력으로 심장에서 뇌로 피를 공급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기린은 강한 압력에 버티기 위해 심장벽이 상당히 두껍다. 아마도 브라키오사우루스는 이보다 훨씬 더 심장벽이 두꺼웠을 것이다. 브라키오사우루스를 기업으로 비유한다면, 심장에서 뇌로 피를 보내는 것을 조직문화라고 하겠다. 사람이 많으면 서로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조직문화가 약할 것 같은데 오히려 큰 조직일수록 조직문화가 강하다. 삼성, 현대차, LG, SK는 국내에서 가장 컬러가 강한 기업 즉, 조직문화가 강한 기업이다. 브라키오사우루스처럼 심장에서 강한 압력으로 조직문화를 전달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이 되고 중견기업이 대기업으로 커지려면 강한 조직문화를 갖추는 게 필수라 하겠다. 에피소드 4. 사회적 관계와 시장적 관계 부자 사위가 처갓집에 갔다. 장모가 정성을 다해 맛있는 삼계탕을 내놓았다. 맛있게 삼계탕을 먹은 사위가 장모에게 잘 먹었다고 “얼마를 드리면 되겠냐?”고 묻는다면 어떨까? 직원들이 어려운 경제 상황을 뚫고 사상 최대의 실적을 냈다. 연말에 사장이 최고의 실적을 낸 직원들에게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한다.”며 극찬을 한다. 그러고는 끝이다. 인센티브도 주지 않고 오로지 격려와 칭찬만 한다면 어떨까? 장모와 사위의 관계는 사회적 관계다. 기본은 감사와 칭찬이다. 비록 용돈을 드린다 하더라도 그것은 사회적 관계의 일환이다. 회사와 직원의 관계는 시장적 관계가 기본이다. 기본은 성과에 대한 평가와 보상이다. 비록 칭찬과 격려를 하더라도 그것은 시장적 관계의 일환이다. 그러나 기업 구성원인 경영자와 직원, 상사와 부하, 동료와 동료의 관계는 공동운명체의 일원이기 때문에 시장적 관계 외에도 사회적 관계가 형성된다. 정직하고 성실하며 열정을 다해 일하는 자세에 대해서는 사회적 인정인 칭찬을 해야 한다. 자세에 대해 돈으로 보상하는 것은 장모에게 돈으로 지불하려는 것과 같다. 그러나 성과를 내고 업적을 이룬 것에 대해서는 여건이 되는 한 금전적 보상이 있어야 한다. 좋은 자세에 금전적 보상을 하고 성과에 대해 칭찬만 하는 것으로는 기업을 성공적으로 경영하기 어렵다. 메르스 사태에 그리스발 충격, 중국의 증시 폭락까지 예기치 못한 돌발 변수로 기업들의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내년은 국회의원 총선거라는 불확실성, 후년에는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 기업은 어떤 미래를 그리고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정진호 가치관 경영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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