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은 여느 기업보다 직원을 까다롭게 뽑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구글은 어떤 기준으로 직원을 뽑을까? 어떤 사람을 뽑으며 어떤 사람을 뽑지 않을까? 구글의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가 쓴《How Google Works(구글은 어떻게 일하는가)》에 관련 내용이 있어 소개한다. • 여러분보다 유능하고 지식이 많은 사람은 채용하라. • 여러분에게 가르쳐줄 것이 없거나 도전하지 않을 사람은 채용하지 마라. • 제품과 문화의 가치를 높일 사람은 채용하라. • 이 두 가지 가치에 기여하지 못할 사람은 채용하지 마라. • 일을 해낼 사람을 채용하라. • 문제점만 생각하는 사람은 채용하지 마라. • 집중적으로 자신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사람, 열정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라. • 동료들에게 영감을 주며 일할 사람을 채용하라. • 단순히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은 채용하지 마라. • 혼자 일하기 좋아하는 사람은 채용하지 마라. • 여러분의 팀이나 회사와 더불어 성장할 사람을 채용하라. • 기술이나 관심사가 편협한 사람은 채용하지 마라. • 성격이 원만하면서도 독특한 관심과 재능을 가진 사람을 채용하라. • 오로지 일하기 위해 사는 사람은 채용하지 마라. • 윤리적이고 개방적으로 소통하는 사람을 채용하라. • 정치적이거나 속임수를 쓰는 사람은 채용하지 마라. • 뛰어난 지원자를 발견할 때만 채용하라. • 기준 이하의 것에 만족하지 마라. 필자는 이 가운데 인재를 선택하는 핵심 기준으로 ‘기술이나 관심사가 편협한 사람은 채용하지 마라.’를 꼽고 싶다. 융복합 시대에는 기본기, 즉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함께 자신의 전문분야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영역으로 경계를 넘어 생각할 수 있는, 이른바 이연연상(異緣聯想)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필요하다. 이러한 르네상스식 인재가 되려면 익숙한 일상에서 벗어나 익숙하지 않은 예술이나 인문학 등에 일부러라도 눈과 귀를 열어둘 필요가 있다. 21년 동안 인사담당자 외길을 걸어온 필자도 경계를 넘나드는 역량(Boundary Crosser)을 키우기 위해 현재 커리어 프레임을 새로이 리셋(Reset) 중이다. 리셋은 그동안의 모든 데이터, 습관, 방식 등을 모두 지우고 다시 처음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사실 주어진 미션에 대한 결과를 매번 만들어 나가며 그 안에서 소소한 희열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CHRO로서 얼마나 비즈니스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하고 있는가, 리더로서 어머니와 같은 따스함과 여유를 가지고 있는가, HR전문가로서 미래 인적자원과 환경에 대한 통찰력을 지녔는가에 대한 자문 앞에서는 늘 갈증이 있었다. 진정한 비즈니스 파트너는 기업의 영속적인 전략을 구축하기 위해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재의 비즈니스와 구성원을 파악하고, 미래의 사업과 연관하여 어떠한 인재와 전략적 기술이 필요한지, 인재유치를 위해 어떠한 문화트렌드와 환경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고 그 주제에 대하여 CEO나 비즈니스 리더들과 대화를 이끌어 나간다. 과연 책상머리에서 키보드와 씨름만 하는 행정위주의 HR담당자가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HR이 비즈니스의 진정한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프레임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를 촉구하는 데는 필자가 선택한 방법 즉, 다른 분야의 고수와의 만남, 가장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들의 솔직한 피드백, 그리고 다량의 독서가 많은 도움이 된다. 최근에 꽤 유명한 설치미술 작가를 만났다. 그녀는 짧게는 몇달 길게는 몇 년에 걸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 그녀의 작품세계에는 희로애락을 표현하는 분명한 색깔(전문성)과 의지(열정)가 묻어 있었다. 사무실에 틀어박혀 일만 한 필자에게는 작가도 또 작가가 만든 작품도 마냥 신선하기만 했다. 자비를 털어가면서까지 작품세계에 올인하고 있다는 작가를 보고 있자니, 지금껏 중요한 것들을 많이 놓치고 살았구나 하는 깨달음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작품에 몰입할 수 있는 데에는 자신의 작품을 인정해주고 자신과 같은 곳을 바라봐주는 팬들이 있고, 이들과의 시간과 지식 공유를 통해서 궁극의 행복함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는 필자로 하여금 개성이 저마다 다른 다양한 직원들을 하나로 뭉치게 하고, 한 방향으로 성장하도록 도와주는 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 값진 경험이었다. 필자가 관점의 프레임을 바꾸게 된 두 번째 계기는 가족들의 솔직한 피드백이었다. 사실 워킹맘인 필자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서운한 마음이 있었다. 바쁘고 쫓기는 일상 속에서도 나름 최선을 다해 뒷바라지하고 있는데 아이들은 그런 엄마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많이 아쉬웠다. 그러나 워킹맘 프레임을 벗어던지고 아이들의 관점에서 순수한 엄마 역할의 프레임을 다시 짜보니 갈등의 모든 원인은 나에게 있음을 인정하게 되었다. 아이들의 입장으로 프레임을 바꾸고 나서야 일하는 엄마를 둔 아이들이 감당해야 하는 외로움과 허전함이 눈에 들어왔다.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아이들은 외로움과 허전함을 원망과 불만으로 표현했던 것이다. 이는 조직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내 생각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어야 보다 성숙한, 한 단계 발전하는 리더가 될 수 있다. 자녀는 나의 리더십 현주소를 가장 쉽고 빠르게 알게 해주는, 특히 나의 의사소통 스타일에 대하여 가장 솔직하게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좋은 파트너이다. 셋째, 생각의 틀을 바꾸게 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독서이다. 소설, 에세이, 시, 논설 등 다양한 글들은 우리의 생각 패러다임을 바꾸어 주는 훌륭한 매개체이다. 인사담당자는 저마다 생각이 다른 사람을 다루는 일을 하기 때문에 되도록 다양한 볼거리, 읽을거리, 느낄 거리를 가지도록 내 삶 한 구석을 비워둘 필요가 있다. 생각하는 프레임이 어떠한지는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하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다음 일화는 동일한 현상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한 청년이 미사를 드리러 가는 중이었다. 한 친구가 물었다. “자네는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된다고 생각하나?” 친구가 대답했다. “글쎄, 잘 모르겠는데... 신부님께 한번 여쭤보는 게 어떻겠나.” 신부님에게 다가가 물었다. “신부님. 기도 중에 담배를 피워도 되나요?” 신부는 정색을 하면서 대답했다. “기도는 신과 나누는 엄숙한 대화인데 절대 그럴 순 없지!” 친구로부터 신부님의 답을 들은 다른 친구가 말했다. “그건 자네가 질문을 잘못했기 때문이야. 내가 가서 다시 여쭤보겠네.” 이번에는 다른 친구가 같은 신부에게 물었다. “신부님. 담배 피우는 중에는 기도를 하면 안 되나요?” 신부는 얼굴에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기도는 때와 장소가 필요 없다네. 담배를 피우는 중에도 기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것이지.” 같은 맥락에서, 여대생이 밤에 술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하면 사람들은 손가락질을 할 것이다. 하지만 술집에서 일하는 아가씨가 낮에 학교를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한다고 하면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까? 원하는 답을 얻으려면 질문을 달리 해야 한다. 질문이 달라져야 답이 달라진다. 때로는 쉬지 않고 달리는 말보다 평안한 휴식을 충분히 취한 말이 명마가 될 수 있다. 일상을 벗어나 의식적으로 다양한 부류의 사람을 만나라. 그리하면 놓치고 지낸 것들이 하나씩 하나씩 눈에 들어 올 것이다. 익숙지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 가족과의 진솔한 대화, 인문학의 이해, 활력을 주는 취미활동 등등 지금 당장 시도 해보자. 유영만 교수의『청춘경영』이라는 책의 72:1이란 법칙이 생각난다. 자신이 결심한 사항을 72시간, 3일 내에 행동으로 옮기지 않으면 단 1퍼센트도 성공할 가능성이 없다고 한다. 인사담당자들이여! 지금 당장 책상 앞을 떠나라, 더욱 경쟁력 있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기 위해 나의 익숙했던 것들과의 결별을 선언하고, 다양한만남과 독서, 경험을 통해 생각의 프레임을 바꿔보자. 정태희 인사혁신처 인재개발자문단 위원/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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