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록 현대모비스 인재개발실장

“비용을 축소하여 위기상황에 대처하고자 하는 전략은 지금과 같은 상시 위기의 시대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때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초점을 맞춘 질 경영, 즉 제품과 기술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HRD 부분 역시 이와 관련된 제품기술교육, 기술혁신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임직원 육성을 책임지고 있는 고동록 인재개발실장의 일성이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전례 없는 어려움 속에서도 내부 임직원의 역량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는 지속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들이 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직원 역량개발에 힘을 쏟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즉, 보다 좋은 시기에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힘을 비축하는 것. 고 실장은“경영환경이 어려울수록 HRD는 경영자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역할이 더 크게 요구된다.”라며“앞으로 HRDer는 역량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 훨씬 더 본질적인 접근, 즉 사람 중심의 HRD가 구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 실장이 말하는 사람 중심의 HRD는 퀀텀(quantum)과 뇌(brain) 기반의 HRD로 요약된다. 현장에서 20년 이상 HRD 변화를 주도해 온 고 실장을 만나 사람 중심의 HRD에 대해 들어보았다. 융합형·창의형 인재 육성 위해‘HMBA’운영

 

■ “수입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 16.6%를 기록했을 정도다. 이에 더하여 대외적으로도 엔저에 따른 원화 강세 및 신흥시장의 수요 감소 등으로 수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경영환경을 묻는 질문에 고 실장은 이같이 답하며, 현대모비스가 창립한 지 올해로 38년이 됐는데 지금처럼 어려웠던 시기는 없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전례 없는 불황 속에서 현대모비스는 윤리경영, 품질경영에 집중하고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위기 상황이라고 하면 비용부터 줄이고 보는, 이른바 비용축소 전략을 추구하는 경향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비용을 축소하여 위기상황에 대처하고자 하는 전략은 지금과 같은 상시 위기의 시대에는 바람직하지 않다. 이럴 때 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초점을 맞춘 품질 경영, 즉 제품과 기술혁신에 집중해야 한다. HRD 부분 역시 이와 관련된 제품기술교육, 기술혁신 교육에 방점을 두고 있다.” 고 실장은 품질 경영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먼저 일에 대한 개념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성장기와 저성장기의 일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성장기의 일이 사후적으로 벌어진 문제를 해결해가는 개념이었더라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는 변화를 미리 예측하여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처리하는 개념이어야 한다."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현대 비즈니스 전장에서 과거와 같이 벌어진 문제를 수습하는 정도로 일을 했다가는 한 순간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기 십상이라는 것. 실제로 현대모비스 인재개발실은 ‘HMBA’라는 인재육성체계를 통해 임직원이 선제적이고 주도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 최적화된, 융합형·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현대모비스 경영아카데미(HMBA:Hyundai Mobis Business Academy)’라는 인재육성체계를 구축하여 운영하고 있다. HMBA의 핵심 축은 크게 3대 지향, 5대 영역의 전략 과제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3대 지향이란 현장에 기반을 둔 학습을 지향하는 ‘현장지향’, 자기 스스로 학습하는 ‘자기주도지향’, 학습이 성과와 연계되는 ‘성과지향’을 의미하고, 다음 5대 전략은 구성원이 한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가치기반의 조직문화를 실행하는 현대모비스 가치 센터(HMVC), 조직 내에서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한 현대모비스 리더십 센터(HMLC), 직무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직무별 전문가를 육성하기 위한 현대모비스 프로페셔널 센터(HMPC), 글로벌 역량 제고 및 이 문화 이해를 통해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현대모비스 글로벌 센터(HMGC),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네 개의 센터를 총괄하며 HRD 역량관리의 제고를 위한 현대모비스 매니지먼트 센터(HMMC)라는 센터로 이루어져 있다." 고 실장은 지난 2011년부터 올 초까지 추진해온 것이 HMBA 1.0에 해당하고, 올해부터는 지난 4년간의 성과에 개인경력개발제도(IDP)와 자발적 학습공동체(CoP)를 포함한 새로운 인재육성체계, 일명 HMBA 2.0이 가동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퀀텀(quantum)과 뇌(brain) 기반의 HRD 실행 ■ 현대모비스는 임직원의 인당 교육비나 교육시간이 월등히 높은 기업으로도 유명하다. 이는 임직원 역량의 합이 조직의 경쟁력이라는 믿음을 경영층 이하 모든 임직원이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고 실장은 최근 저성장세가 지속되면서 기업들마다 인재육성에 대한 투자를 동결하거나 줄이는 경향에 대해 “인재육성이 조직의 성장을 위하여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점을 감안한다면, 저성장 시대라고 해서 인재육성에 대한 투자를 급격하게 줄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현대모비스는 최근 적지 않은 어려움 속에서도 제품기술교육, 기술혁신교육에 더 많은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고 실장은 지금과 같이 경영환경이 좋지 않을수록 HRD 방향은 기본과 원칙을 지키는 쪽으로, 그리고 HRD 중점 과제는 경영층이 지향하는 철학을 제때, 즉시 전파하는 것과 더불어 현장의 이슈를 교육으로 해결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특히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현장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교육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데 보다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장의 이슈는 대개 상사의 잘못된 리더십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의 리더십 교육은 이러한 현장의 니즈와는 별개로 운영되는 게 현실이다. 또 많은 기업들이 승급자나 승진자 위주로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곤 하는데, 이 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단적으로 승진자 교육 일환으로 리더십 교육을 몇 번 받았다고 해서 부족했던 리더십이 하루아침에 생길 수 있나! 아니다. 리더십은 팀장과 팀원이 현장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길러지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현대모비스는 올해 자체적으로 ‘ACE(Awake, Communication, Execution)’라는 리더십 모델을 개발했다. 말 그대로 리더십 목표를 지니고 상호 소통하며 실행한다는 의미로, 리더십 교육을 일상적인 경영활동을 구현해 가는 데 필요한 프로세스 정도로 재정립한 것이다. 실제로 ‘ACE’ 프로그램은 팀 단위로 이루어지는 리더십 프로그램으로, 팀 단위로 생각과 실행이 일원화되는 것과 동시에 상시적으로 경영활동과 함께 이루어질 수 있도록 되어 있다. 말이 나온 김에 고 실장은 HRD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 실장이 주창하는 새로운 HRD 패러다임은 ‘퀀텀’과‘뇌 기반’의 교육이다.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면, 사람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한 HRD이 되어야 한다는 것. “지금까지의 HRD는 사람은 없고 행동만 있었다. 행동은 필연적으로 앞에 생각이 있다. 본질적인 학습을 하려면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가령 팀이 안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행동, 즉 현상만 진단해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 왜 그런 현상이 나왔는지, 그러한 행동을 하게 한 생각이 무엇인지 보다 본질적인 부분을 연구해야 한다. 이제까지 우리 교육은 현상에 대한 단편적인 진단만 있었을 뿐 사람을 중심으로 한 교육은 없었다. 뇌 기반의 HRD라 함은 사람의 생각을 중심으로 하는 HRD로, 궁극적으로는 일이 곧 교육이고 교육이 곧 일이 되는, 일과 학습이 병행을 넘는 일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것이다.” 고 실장은 이 같은 뇌 기반의 HRD 실현을 위해서는 HRM과의 연계가 전제되어야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업무의 성과관리와 인재육성 목표가 연계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 “명실상부한 WLP(Workplace Learning Performance)의 실현을 위해 일터에서 일어나는 모든 활동, 이를테면 강의하는 것, 논문 발표하는 것, CoP 활동하는 것을 학점으로 계산할 수 있도록 제도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었다. 즉, 일과 업무의 성과관리 목표 그리고 인재육성이 상호 연계되도록 설계했다.” 고 실장은 이제는 하나의 공식과 같이 굳어진 비즈니스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HRD 역할에 대해서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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