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희의 인사만사

“허니버터칩은 아직도 물량이 들어오면 그날 바로 동이 납니다. 입고되는 날이 아니면 사기 힘들 겁니다.” 국내 제과시장을 뒤흔든 해태제과의 히트상품 ‘허니버터칩’이 출시된 지 1년이 지났지만, ‘허니’ 광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제과업계에서 출시 첫해 800억 원 이상 매출을 올린 제품은 허니버터칩이 유일무이하다고 한다. 현재 유지하고 있는 월 매출 70억원 가량도 허니버터칩을 생산하는 공장이 생산라인을 하루 24시간 풀가동해야만 나올 수 있다고 한다. 이는 만드는 즉시 다 팔리는 품귀현상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쯤 되면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도대체 무엇이 허니버터칩을 이토록 인기를 넘어 돌풍을 이어가게 하는지 말이다. 이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은 식품의 기본인 ‘맛’이 바탕이 됐고, 입소문이 강력한 홍보효과를 발휘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1일 제과시장에 등장한 허니버터칩은 출시 당시에는 월매출 6억원에 그쳤지만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부터 이후 10월과 11월 두 달간 매출 100억 원 이상을 올리며 돌풍을 일으켰다. 허니버터칩 맛을 본 사람들이 하나 둘 “새로 나온 허니버터칩이라는 감자칩이 맛있다”고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너도나도 “나도 한번 사 먹어 봐야겠다”라고 댓글을 남긴다. 과자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귀를 쫑긋하고 허니버터칩을 맛보고 싶어 한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데 한번쯤 맛보지 못하면 뒤처진 느낌도 드는 게 소비자의 심리다. 하지만 이미 인기가 높아질 대로 높아진 허니버터칩을 구하긴 어렵다. 더욱더 먹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이처럼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 허니버터칩의 인기 비결은 단연 입소문에 있다. 우리 인사담당자들은 이러한 입소문의 힘을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어느 집이 맛있다더라, 어디가 싸다더라”라고 하면 꼭 한 번 찾아가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을. 좋은 회사에 인재가 몰리기 것도 같은 이치다. 이처럼 너무나 당연한 명제를 조직과 연결시켜 생각해보자는 데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 즉, 저성장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환경 속에서 좀 더 참신한 인사전략을 세워야 하지 않을까 하는 바람에서다. “그 회사 일하기 좋다더라”, “그 매니저는 정말로 배울 점이 많다더라”, 등 밝은 에너지가 넘쳐나는 조직을 만드는 데 입소문이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입소문을 화두로 삼자니 Richard Boyatiz 교수의『공명(resonant) 리더십』이란 책이 떠오른다. 공명(共鳴)이란 하나가 아닌 둘 이상의 울림을 뜻하는 것으로, 예컨대 솔로의 연주가 아닌 여러 명으로 구성된 앙상블의 연주에서 나오는 울림 같은 것이다. Richard 교수에 따르면 공명 리더십이 있는 조직은 개개인의 존재가치가 정립되어 있고, 조직 내에서 개개인의 아이디어나 창의적인 생각들이 받아들여지고 존중되며, 매우 활발하게 소통이 된다고 한다. 공명은 긍정적 공명과 부정적인 공명이 있다. Richard 교수는 그의 연구에서 사람들에게 10초 동안 눈을 감고 가장 미워했던 대상을 생각해보게 한 뒤에, 다시 10초 동안 눈을 감고 자기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을 떠올리라고 주문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미워했던 대상을 떠올릴 때는 무의식적으로 찌푸리거나, 몸을 움츠리거나 주먹을 꽉 쥐는 등 경직된 모습을 보인 반면 후자의 경우는 입가가 배시시 올라가거나 웃는 등 행복하고 편안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즉, 우리는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에 무의식적으로 반응을 하는 것이다. 여기에 Key가 있다. 어려운 도전과 경쟁이 난무하는 일터에서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공명 리더십이 필요한 것이다. 진정한 공명 리더십은 소통을 통해 즉, 입소문을 타고 조직전반에 퍼져나간다. 이러한 긍정적 입소문이 조직문화로 자리 잡히면 인사 전반에 걸쳐 선순환구조가 형성되게 된다. 이를테면 개인의 기발한 아이디어가 현실화 되는 문화, 암묵적으로 이해되어진 일하는 방식과 직원들에게 기대하는 행동 방식 등이 채용과 육성·평가에 일관성 있게 녹여져 있는 사례가 좋은 예이다. 그렇다면 공명 리더십은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까? 다음은 공명 리더십 확보 방법에 대해 허니버터칩 사례와 함께 맞물려 설명해 보겠다. 첫 번째, 조직 내 긍정적 변화를 위해 우리는 소통을 잘 하고 있는가? (허니버터칩을 맛본 이들의 리얼 스토리, 즉 맛있다는 긍정적인 표현이 각종 SNS를 타고 급속도로 빠르게 번져 나간 것처럼) 두 번째, 우리는 기대를 안고 회사에 출근하고 있는가? (허니버터칩을 언젠가는 꼭 먹고야 말겠다는 의지와 목표가 생긴 것처럼) 마지막으로 우리는 개개인의 의사결정을 전체의 의사결정으로 착각하고 있지는 않는가? (보지도 먹어보지도 못한 허니버터칩이 무조건 맛있다고 착각하고 이것을 구입하기 위해 백방으로 알아보고 있는 것처럼) 요즘 같은 저성장기에는 특히 더 공명 리더십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직원들이 열광할 만한 울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최근 들어 저성장세가 두드러지다 보니 도산하거나 합병하는 회사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뒤를 잇는 것은 낮은 임금인상과 치열한 경쟁이다. 즉 모두의 마음속에 불안의 불씨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유리병보다도 더 깨지기 쉬운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우리는 백번 잘하다가도 한 번의 실수를 더 기억하고, 수많은 좋은 기억보다는 단 한 번의 서운함에 상처받고 오해하고 실망하며 멀어지기도 한다. 공명 리더십이 정착되기 위한 최대 관건은 의사소통의 수단인 말, 대화에 달려 있다 즉, 인간 관계는 유리병처럼 깨지기 쉽기에 말을 하는 데 있어 조심 또 조심해야 한다. 사람을 대하는 우리 인사담당자들은 특히 이 점을 유념해야 한다. 지금처럼 힘들고 어려울 때일수록 인사담당자들은 직원들에게 열정과 신바람을 일으키는 입소문이 뭐가 있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숙제이다.『세계 최고의 인재들은 왜 기본에 충실할까?』라는 책에서 인재들은 첫 번째 투자 법칙으로 인간관계, 즉 관계자산 투자를 1위로 꼽았다. 여기서 말하는 인간관계는 ‘이해관계를 초월한 진정한 인간관계’를 말한다. 가족, 친구, 선후배, 지인 등 지금껏 알고 지내온 사람들은 나의 소중한 자산이다. 필자도 주변에서 기대하는 성과와 과업에 지나치게 치중한 나머지 사람의 중요성을 잊고 살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진정한 리더는 공명 리더십을 기반으로 사람의 중요성을 최우선순위로 보고 일각일각 어려운 의사결정과 대화를 코칭으로 이끌어 가는 리더이다. 새로운 사람을 찾는 일보다 그 사람들을 한 번 더 챙기는 것이 훨씬 현명한 방법임을 기억하자. 그렇다면 이러한 공명 리더십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GE를 예로 들면, GE는 암묵적 공명 리더십을 중요하게 여긴다. GE에는 “리더들은 리더십철학으로 모두 다 함께 성장한다(We all rise)”라는 큰 울림이 있다. 이를 위한 실천원리는 ‘tell’ - ‘help’ - ‘hold’ 세 단계로 나뉘어져 있다. 첫째 울림은 이야기하라(tell). 즉, 내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이야기하라. 다만 남이 원하는 것도 전심을 다해 들어라. 그리고 내가 원하는 것은 남들도 원하게 마련임을 이해하라. 둘째 울림은 도와라(help). 내가 먼저 연락하고 내가 먼저 도와주고 내가 먼저 손을 잡아주자. 셋째 울림은 책임을 다하라(hold). 각자가 맡은 임무를 완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라(hold accountability). GE의 이러한 리더십 철학은 직원 개개인에게 암묵적으로 반복 학습되고 있다. 공명 리더십은 조직의 비전 울림이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심리를 존중하고, 이를 중요하게 여기고 실천하는 리더십이다. 우리는 그동안 수없이 많은 리더십 모델을 배웠고, 또 지금도 수만 가지 기법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허니버터칩이 맛 하나로 온 국민의 차고 넘치는 사랑을 받을 만큼 큰 울림이 있었던 것처럼, 인사담당자들도 ‘직원이 원하는 맛’ ‘회사가 원하는 맛’을 찾는 데 집중하였으면 한다. 분명한 사실은 직원들도 누구나 인정하는 잘나가는 회사에 근무하고 싶어 하고, 성장하는 조직에 있기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조직이든 조직의 구성원이든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직원들의 마음을 읽기 위해서는 조직에 울려 퍼질 말을 많이 만드는 것보다 직원들의 마음을 묻고 귀 기울여 듣는 것이 먼저이다. 정원 목사님이 쓴『주님은 생수의 근원입니다』라는 책에 이런 글귀가 있다. “옳은 말도 함부로 하지 마라!” 즉, 바르고 정확한 말도 때로는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때로는 멍청한 말보다 더 사람을 찌르고 아프게도 한다는 것이다. 옳은 말을 가장 많이 해야 하는 인사 담당자들이지만, 지금은 인간에 대한 무한 애정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보고 포용하는 자세가 더 필요한 때이다. 이것이 습관이 되면 공명 리더십은 어느새 내 것이 되어 있을 것이다.

 

  정태희 콘티넨탈 코리아 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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