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가치경영

일을 하면서 행복과 불행을 논하는 게 사치일까? 그렇지 않다. 경영학에서 말하는 기업의 목적과 목표에는 직원의 행복이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직장인들이 회사에서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일까? 기업 가치관 강의 중간에 교육생들에게 무기명 설문을 했다. “회사에서 행복하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에 대한 답변을 그대로 옮겨 보면, “업무를 하면서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 “회사에서 인정받고 있다고 느껴질 때”, “내 담당업무가 하나하나 늘어갈 때”, “고생해서 일했는데 결과가 좋을 때”, “어려운 일을 해냈을 때, “동료 간에 애정을 느낄 때”, “부서 간에 협력이 잘 이루어질 때”, “동료들과 소통이 잘될 때”, “동료들과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할 때”,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을 때”와 같은 답변이 많았다. 그리고 이런 답변도 있었다. “월급날”, “퇴근할 때” 하지만 이런 답변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이어 동일한 교육생들에게 “회사에서 동료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를 물어봤다. 앞에서 한 질문은 “내가 행복할 때?”라고 물었는데 이어지는 질문을 “내가 행복하지 않을 때?”라고 묻지 않은 이유는 사람에 따라서는 의식적으로 스스로가 행복하지 않다는 답변을 피하는 경우가 있어 주체를 동료들로 바꾸어 “동료들이 행복하지 않아 보일 때?”라고 물었다. 답변은 “야근할 때”, “휴일에 근무할 때”, “퇴근시간에 눈치보고 못 갈 때”, “일 때문에 개인적인 일을 포기할 때”, “하고 있는 일의 크기에 비해 연봉이 적다고 느껴질 때”, “아무도 웃지 않고 일하는 모습을 볼 때”, “적막한 사무실을 볼 때”, “열심히 일하는데 인정을 못 받을 때”, “상사로부터 싫은 소리 들을 때”, “늦게까지 혼자 남아 일할 때”와 같은 얘기가 나왔다. 그리고 이런 답변도 있었다. “월, 화, 수, 목, 금, 금, 금”, “그제, 어제, 오늘, 내일, 모레…” 그야말로 웃픈(웃기고 슬픈)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답변을 한 직장인이 특이해 보이는가? 아마 모르긴 몰라도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 줄로 생각이 된다. 흔히 직장인들은 “월급 받을 때”, “퇴근할 때”와 같은 개인적인 보상과 휴식에 행복감을 느낄 것 같지만 그런 류의 대답은 많지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의 답변은 “내가 하는 일에서 인정받을 때” 그리고 “일하면서 동료들과 소통이 잘될 때”와 같이 대인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설문을 통해 사람은 연봉이 적거나 업무 강도가 강하더라도 하는 일에서 인정을 받거나 대인관계 속에서 만족하게 되면 곧 곳을 행복한 직장, 일하기 좋은 회사로 여긴다는 것을 더욱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사람은 ‘자기가 하는 일이 잘되고 다른 사람들(고객이나 직원)에게 인정받을 때’ 행복감을 느낀다. 그래서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 ‘칭찬’이다. 칭찬이라는 말의 의미는 ‘자신의 행동이나 활동에 대한 사회적 인정’이다. 앞의 질문에서 직원들이 행복을 느낄 때는 많은 답변이 ‘인정받을 때’였다. 칭찬은 돈 안들이면서 쉽게 일하기 좋은 회사를 만드는 좋은 방법이다. 다음으로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을 때 얘기다. “동료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는?”이라는 질문은 결국 “내가 행복하지 않을 때”와 일맥상통한다. 타인이 행복해 보이지 않다고 보는 것은 자기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에 기반해서 판단하기 때문에 결국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미용업계 관리자를 대상으로 강의 중에 같은 설문을 했다. 미용인들이 행복감을 느낄 때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고객이 아름다워지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와 “동료들과 마음이 잘 맞아 일이 잘 될 때”였다. 이 답변도 결국 ‘하는 일이나 대인관계에 만족했을 때’라는 얘기다. 그런데 “동료들이 행복하지 않을 때?”에는 다른 회사와는 다른 독특한 내용이 많았다. “식사를 제때 못할 때”, “바빠서 밥 못 먹을 때”, “밥 못 먹고 일하고 있을 때”, “배고파 보일 때”, 심지어 “배고픈데 밥도 못 먹고 쉬지도 못하면서 일할 때”라는 답변이 나와 한바탕 크게 웃기도 했다. 이 또한 웃픈 얘기다. 미용실 환경을 보자. 2~3명이 근무하는 작은 미용실은 물론 직원이 20명이 넘는 큰 미용실도 일반 회사에 당연히 있는 회의실이나 휴식공간이 별도로 없다. 더욱이 미용실 근무환경이 식사시간을 정해 놓고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올 환경도 못 된다. 직원들은 주로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집에서 준비해온 도시락을 먹는다. 독립된 공간이 없다 보니 보통 고객 휴식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데 이마저도 식사 중에 고객이 오면 먹던 식사를 중단하고 고객응대를 해야 한다. 미용인들의 배고픔은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보지 못해서 그렇지 ‘서글픈 현실’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강의 중에 제안을 하나 했다. “직원들 행복하게 해 줄 쉬운 방법이 있다. 탕비실이나 직원들만 있는 공간에 김밥 몇 줄, 샌드위치 몇 줄을 항상 구비해 놓고 직원들이 잠깐 쉬는 동안에 언제든 먹을 수 있게 해 놓으면 좋겠다”고. 하루 몇 만원이면 직원들의 행복도가 올라갈 수 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은 모두가 좋은 아이디어라고 미용실에 돌아가면 해보겠다는 얘기를 했다. 아마도 ‘직원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라는 질문과 답변에 대한 공감대가 없었다면 이런 대안은 나오지 못할 것이다. 직장에서 음식을 쌓아놓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곳은 ‘구글’같은 특정 회사나 가능한 것이 아니다. 우리는 회사에서 행복과 불행이라는 가치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을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용실 사례처럼 행복해 보이지 않을 때 즉, 불행해 보일 때가 언제인지를 토론하고 공유해서 대안을 만들어야 직원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 하면서 언제 행복하냐?”는 질문에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일을 통해 회사가 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여 인정받을 때’라고 대답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동료들과 서로 협력하고 아껴주는 관계, 즉 조직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 수 있다. 한 번 더 강조하지만, 회사에서 공식적인 업무나 교육시간에 ‘우리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 우리가 불행하다고 느낄 때’를 토론하고 공유하는 것은 당장 성과를 내야하는 지금의 환경에서, 또기업의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언제 행복감을 느끼는가? 그리고 동료들이 아니 당신이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때는 언제인가?

 

   정진호 가치관 경영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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