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훈 인싸이트그룹 대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세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전문가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번 <RH 구루를 만나다> 코너에서는 국내 대표‘인사통’으로 통하는 인싸이트그룹의 대표 오승훈을 만나 우리 기업들이 안고 있는 HR 이슈와 더불어 향후 바람직한 전개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현장에서 30년 가까이 HR 변화를 주도해 온 오 대표는 불황기 효율적인 인력운영 방향에 대한 대답으로“하필왈리, 인의이이의(何必曰利, 仁義而已矣)”고사성어를 꺼내 들었다. 인의(仁義)에 입각(立脚)해 일을 하면 이익을 쫓지 않더라도 이익이 돌아온다는 말로, 오 대표는 불황일수록 기본과 원칙에 충실한 인력운영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올해 우리 기업들의 HR부문 주요 이슈에 대해 말해 달라.

■ 먼저, 사회적으로는 고용유연화를 통한 고용확대가 중요한 과제로 되어 있는 것 같다. 임금피크제와 저성과자 관리의 유연성을 확보하여 개별 기업들의 신규 인력 고용 여력을 확보하는 노력이 중요한 사회적 의제로 형성되어 있다. 다만 개별 기업의 사정은 각기 다르기 때문에 그 효과와 체감되는 정도는 제 각각인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저성장 국면을 맞아 인사운영에 있어 새로운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저성장기에 기업들은 어떻게 지속적으로 구성원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있고, 그 노력 중의 하나가 조직가치 기반의 인사운영이라고 생각한다. 성과주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조직 가치라는 기반을 새로 깔고 가는 것이다. 세 번째는 예전과 같지 않은 내부 인력구조와 저성장으로 인한 신규 채용의 한계, 구직자가 수요를 초과하는 노동시장에서 채용의 효과성을 제고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우수한 인재보다는 적합한 인재를 찾으려는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개인 학습을 통한 육성에서 조직 단위를 변화시키려는 조직개발 활동이 두드러진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또한 앞에서 언급한 조직가치를 잘 전달하고 이해시키고 그리고 지속적으로 강화하기 위한 활동으로 보여 진다. 보통 불황기에는 당면한 현안에 몰두한 나머지 인재확보나 관리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저성장 시대의 효율적인 인력운영 방안에 대해 말해 달라. ■ 더 이상 성과주의만으로는 인재관리가 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성과주의는 조직이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을 때, 즉 금전적 보상 수단이 충분하거나 구성원들이 성과주의에 공감할 때 효과적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 조직이 처한 상황은 그렇지 않다. 우선 재무적 성장률이 정체되어 있고 구성원들도 단기 성과주의에 단련되어 있어서 성과주의로 원하는 변화를 주도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구성원들이 추구하는 가치도 요 몇 년 사이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기존 인력은 성과주의에 노출된 지 오래이면서 대부분 선배나 리더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신규 인력은 조직 내에서 후배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조직 내에서의 성취만큼 개인의 삶의 의미를 추구하고 있다. 신규로 유입된 인력들의 가치와 기존 인력의 가치가 차이가 있어 갈등을 일으킬 여지가 다분해 보인다. 이러한 환경에서 구성원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는 조직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운영체계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맹자가 말했던 “하필왈리, 인의이이의(何必曰利, 仁義而已矣)” 즉, 인의(仁義)에 입각(立脚)해서 일을 하면 이익을 쫓지 않더라도 이익이 돌아온다는 말이 지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짚어주는 것 같다. 즉, 성과주의를 가치기반으로 외연하는 것이다.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기업 고유의 언어로 명확하게 정의하고 행동규범을 공유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 다음에 인사제도와 관행을 가치와 정렬해야 하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기존의 성과주의와의 공존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유로움’이 조직의 가치라면 ‘자유출근제’와 같이 근무형태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또한 평가, 보상 제도가 과연 자유로움을 잘 지지하고 있는지를 검토하여 수정하거나 보완하여야 한다. 물론, 채용 및 육성에도 적극적으로 적용해야 한다. 최근 채용 시장의 화두는 단연‘NCS’이다. 스펙이 아닌 직무능력을 중심으로 사람을 선발하겠다는 것으로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좋은 취지와는 다르게 NCS를 기반으로 인재선발을 해야 하는 현업의 인사담당자들조차 달라진 채용 제도로 혼란과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인사담당자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 도입되는 과정과 전개하는 과정에 있어 혼란은 당연한 것이다. 처음부터 내 입맛에 딱 맞는 완벽한 제도는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이미 NCS가 하나의 채용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다시 되돌리는 것보다는 잘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에서는 NCS가 또 다른 스펙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역량을 조직단위로 재 측정해야 할 것이다. 완벽하게 개별 기업의 상황을 반영할 수는 없지만 중요한 채용기준의 하나로서 표준화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 다만 구체성이 결여된 부분이나 심층 측정이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는 추가적인 정보획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 NCS관련 자료가 축적이 되면 사회적으로 뿐만 아니라 개별 조직에게도 채용 및 육성에 큰 도움이 될 것이므로 거시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을 권장한다. 저성장세가 지속되다 보니 기업들마다 인재육성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저성장 시대의 인재육성 방향과 중점 과제에 대해 짚어 달라. ■ 인재육성에 투자되는 자원을 비용으로 인식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육성에 대한 효과적인 투자를 요구하는 상황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 육성을 담당하는 조직이나 개인이 내부 역량을 극대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구성원의 개별 역량에 투자하는 것보다 조직문화, 조직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조직 단위의 개발활동에 투자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는 육성을 구성원의 지식과 기술 등을 학습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변화관리와 혁신의 도구로도 활용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개인개발과 육성에 대한 투자보다는 조직개발 활동과 관련해 다양한 기법을 연구하고 있고 경영자원도 더 많이 투입하고 있다. 최근‘직무의 가치가 다르면 보상의 수준도 달라져야 한다’는 직무급을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직무가치를 평가하고 그룹핑하여 직무등급에 따른 보상을 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적지 않다. 직무급을 도입하려는 기업들을 위해 조언한다면.

■ 직무급은 내부 공정성과 외부 경쟁력을 감안한 합리적인 보상제도이다. 내부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직무평가를 통한 직무등급이 결정되어야 하고 외부 경쟁력 수준을 정하기 위해서는 시장 임금 자료가 필수적이다. 어려운 점은 직무평가를 위한 전제가 내부에 불비한 것과 시장 자료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직무가치에 대한 개인별 인식의 차이가 늘 발목을 잡고 직무비교를 위한 외부 보상 자료가 충분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나라 기업의 경우 유사 직무급(Pseudo-Job based Pay)이라고 불릴 수 있는 제도를 운영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또 바람직하다. 직무급의 목적이 가치에 부합하는 보상과 차등 관리이기 때문이다. 다만 핵심은 직무급 제도를 구축하고 시행하는 과정에서의 합의이다. 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등급을 정하고 임금수준을 정할 때는 관련자들의 논의와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구성원의 수용가능성과 저항들을 고려하여 협의를 통한 단계적 도입이 필요한 것이다. 바야흐로 인사평가 시즌이다. HR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신경을 쓰는 부분이면서도 어렵게 생각하는 분야가‘평가’쪽이 아닐까 싶은데, 최근 우리 기업들의 평가제도 운영 동향과 함께 개선 방향에 대해 조언해 달라. ■ 그동안 우리 기업의 벤치마킹 대상이었던 GE, MS, Adobe 등이 최근 평가시스템에 대한 방향을 다시 잡고 있다. 강제할당과 상대평가, 업적지표 중심의 평가, 연 2회 이내의 정기평가 등이 단기 성과주의를 전개하는 중요한 수단으로서의 성과관리였다. 보상재원은 단기 성과에서 나오고 공헌한 구성원은 즉시 금전적 보상으로 동기 부여하는 것이 단기 성과주의의 핵심이다. 그런데 최근 우리가 그토록 쫓았던 GE, MS, Adobe 등이 평가제도의 일대 혁신을 일으켰다. 그 혁신의 키워드는 절대평가, 수시평가, 업적평가 약화와 가치평가의 확대로 요약된다. 이는 기존의 철학과는 대조적인 것으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 맞는 평가는 조직의 특성에 맞추어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평가 대신 절대평가를 해도 무방할 수 있고, KPI 중심의 업적평가 대신 가치관 중심의 평가도 가능하다 . 평가주기도 유연하게 확장하거나 축소할 수 있다. 그 판단 기준은 구성원 동기부여에 어떤 제도가 유리한가이다. 장기 성과를 위해서는 단기 업적 측정보다는 조직시민행동 등의 가치평가 등이 유리할 수도 있다. 전면적으로 새로운 고민을 할 필요가 있는 영역이다.

국내 유수 기업의 인사제도나 조직문화 등의 컨설팅 및 자문을 해오고 있는데, HR 측면에서 우리 기업들의 HR 방향과 중점 과제에 대해 짚어 달라. ■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조직가치 기반의 사람관리이다.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2000년 초반에 도입되어 지금까지 운영되고 있는 성과주의를 재검토하여 새로운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 새로운 틀이 바로 가치 기반 사람관리이다.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창업자의 생각, 사업을 성공하게 하였던 우리의 가치를 강화하는 것이 HR의 역할이자 과제이다. 우리가 하는 사업을 정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피터 드러커가 말한 것처럼 인사기능 또한 우리의 가치는 무엇인가를 정의하고 가치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행동규범과 인재상에 그치지 않고 인사제도와 육성에 조직의 가치를 녹여내야 한다. 협동이 중요한 가치라면 과감하게 상대평가를 폐지하고 개별적인 차등보상을 축소하여야 한다. 개인의 탁월성이 중요한 가치인 조직에서는 과감한 상시 구조조정과 엄정한 업적평가를 해야 한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하이브리드 인사정책이 가장 위험하다. 두 번째는 인력구조를 면밀하게 검토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조직들이 상위계층은 많고 신입 사원 등 후배 직원의 숫자는 적은 항아리 모양을 하고 있다. 당장 5년 후를 예측해 보자. 지금의 40세 이상인 상위계층 구성원이 대거 퇴직하게 된다. 그나마 상위계층이 충분해 덜 불완전해 보였던 조직이 일순간 위태로운 모양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더욱이 약 5년 후부터는 대졸 중심의 신규 인력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넘어설 수 있다. 대졸 신입인력 채용 규모와 대졸 졸업예정자 규모를 비교한 한 통계에 따르면, 지금은 졸업예정자가 현저하게 많은데 반해 앞으로는 그 격차가 줄고 심지어 특정 영역에서는 역전 현상이 일어나서 채용규모가 졸업예정자보다 더 많을 수 있다고 한다. 지금은 구직자가 압도적으로 많지만 5년 후에는 인력에 대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저성장인데 신입인력이 모자라는 기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 여기에 기존 상위계층 인력이 대거 퇴직하는 것까지 얹게 되면 인력 계획에 큰 어려움을 예상할 수 있다. 각 기업별로 상황은 다르겠지만 HR 부서는 이 부분에 대해 미리 고민을 해두어야 할 것이다. HR 담당자들에게 평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사람은 누구나 자기 고양 오류와 근본적 귀인 오류를 갖고 있다. 예컨대, 내가 하면 낭만적인 사랑이고 남이 하면 그저 그런 사랑인 것이다. 또한, 우리가 역량 진단을 하고 인·적성검사를 하는 것은 사람의 생각이나 행동이 쉽게 변하지 않음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직 구성원 대부분이 이런 오류를 갖고 있다고 봐야 하고 HR은 구성원의 자기 인식을 증대시키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즉, HR의 역할은 구성원 스스로가 조직에 어느 정도 공헌하고 있고, 또 스스로의 장단점과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인식시켜주는 데 있다고 본다. 채용하여 평가하고 승진시키고 보상하는 인사기능 전반에서 구성원 스스로가 자신에 대한 인식을 정확하게 하고 있다면 많은 부분이 원활하게 돌아갈 것이다. 좋은 평가를 받은 근거와 원인, 승진이 안 되는 이유에 대하여 자기 납득이 지속적으로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제도와 운영을 유지해야 한다. 과학적인 자료와 누적된 근거를 기초로 하는 정기적인 피드백이 자기 인식을 증대시키는 핵심 수단이다. 평가에 따른 피드백, 개인 역량 진단 및 조직 단위의 다양한 진단에 대한 피드백, 조직개발 활동과 연계한 피드백이 이루어지면 구성원들은 자기 고양 오류와 근본적 귀인 오류를 최소화하고 회사가 구성원에게 취한 여러 활동에 대하여 충분하게 공감할 것이다. 논의를 확장하여 개인의 자기 인식을 넘어서 팀이라는 조직 차원의 자기 인식과 전사 차원의 자기 인식을 증대시키면 회사의 성장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인사는 개인-단위 조직-전사 차원의 정확한 자기 인식을 유도하는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고 인사담당자의 역할은 자기인식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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