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연구의 선구자 한스 셀레(Hans Selye) 박사는 “남을 돕는 이타주의는 가장 이기적인 사람이 하는 행동이다”는 의미심장한 말을 하였다. 언뜻 보기에 틀린 말 같지만 틀린 말이 아니다. 실제로 남을 배려하고 봉사하는 등의 이타적 행동을 하는 직장인은 조직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다. 학자들은 직장인들이 주어진 역할만 수행하는 차원을 넘어서 동료나 회사에 도움이 되는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것을 두고 “조직시민행동(Organizational Citizen Behavior, OCB)”이라고 부른다. 모범 시민이 사회 공동체를 위해서 선량한 행동을 하는 것에 비유해서 생겨난 용어이다. 오 간(Organ) 교수는 조직시민행동을 “마땅히 해야 할 의무는 아니지만, 또 공식적인 보상이 따르지는 않지만 자발적으로 규정 이상의 일을 수행함으로써 조직에 도움을 주는 행동”이라고 정의하였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행동을 ‘직장인의 이타적 행동’으로 명명하겠다. 언뜻 생각하기에 경쟁적 관계에 있는 직장 생활에서 남에게 베푸는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것은 손해 보는 일이 될 것 같다. 이에 대하여 와튼 스쿨의 그랜트 교수가 실증적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그는 자신의 책 『Give and Take』에서 “베푸는 사람이 성공한다.”고 주장하며, 그 이유를 사례를 통하여 제시하고 있다. 그랜트 교수는 인간 관계에서 사람들은 다음의 세 가지 유형 중 하나에 속한다고 했다. (1) 주기를 좋아하는 기버(Giver) (2) 준 것보다 더 많이 받기를 바라는 테이커(Taker) (3) 받은 만큼 되돌려주는 매처 (Matcher) 세 가지 유형 중 누가 가장 성공할 확률이 높을까? 놀랍게도 연구결과는 기버가 성공할 확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영업 사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최고 영업 사원은 기버로, 테이커와 매처보다 50% 높은 실적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는 이타적 행동을 하는 직장인의 성공 확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통신과 교통의 발달로 세상 사람들이 더욱더 서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사람들이 독립적으로 일했지만, 요즘은 많은 조직이 협업을 하고 팀으로 일한다. 여기에 소셜 미디어가 힘을 더한다. 실제로 페이스북 프로필만으로도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낼 수 있는 게 요즘 세상이다. 나쁜 사람은 금방 들통 나게 돼 있다. 직장에서 이타적 행동으로 얻게 되는 열매 “이타적 행동은 결국 스스로를 이롭게하는 것이다”라고 말할 때, 여전히 “과연 그럴까?”라고 의문을 가질 수 있다. 이타적 행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혜택에는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자. 관련 전문가들은 이타적 행동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을 크게 다음의 4가지 정도로 요약하고 있다. (1) 조직 내 우군의 확보 (2) 타인과의 우호적 관계 (3) 회사 발전에 기여 (4) 심리적 충족감 첫째, 조직 내 우군의 확보 사회학자 로버트 도이치기 개발한 ‘도이치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이는 인간관계에서 “우리가 특정한 방식으로 행동할수록 우리 주변의 사람들도 비슷한 방법으로 행동하게 된다.”라는 것으로, ‘호혜성의 법칙’이라고도 한다. 한 사람이 협조적으로행동하면 상대방도 같은 방식으로 반응하게 되는 인간관계의 특성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몇 년에서 몇 십 년을 직장에서 근무하게 된다. 즉, 직장에서 만나게 되는 사람은 일회성 만남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되는 장기간의 관계이다. 따라서 고질적으로 이기적 행동을 테이커(Taker)가 아니라면 내가 이타적 행동을 하면 상대방도 나를 도와주는 우군이 된다. 당장에는 보상이 없는 경우라도 장기적으로는 나의 이타적 행동이 상대에게 씨앗을 뿌리고, 그 씨앗은 직·간접적으로 열매가 되어 돌아오게 되어 있다. ‘기업의 별’이라 불리는 임원이 되는 데에는 두 가지 요건이 갖추어져야 한다. 한가지가 업무 능력이라면 다른 한 가지는 평판 또는 우호적 관계 역량이다. 조직에서 좋은 평판을 축적하는 데 이타적 행동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둘째, 타인과의 우호적 관계 “행복은 소유가 아니라 관계이다”라는 말이 있다. 직장 생활에서도 구성원들과 관계를 어떻게 유지하느냐가 행복한 직장 생활에 관건이 된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교 MBA 과정에서 경영자들을 대상으로 “당신이 지금까지의 성공을 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이 질문에 놀랍게도 93%가 능력, 기회 등이 아니라 ‘매너’와 ‘우호적 인간관계’를 꼽았다. 사람들은 누구나 좋은 관계를 만들고 유지하기 위하여 경조사를 찾아다니는 것에서부터 SNS를 통하여 생일을 축하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노력을 경주한다. 이러한 다양한 행동 중에서도 가장 큰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평소 직장 생활을 하는 가운데 이타적 행동을 지속하는 것이다. 셋째, 공동체(회사, 국가) 발전에 기여
성공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하여 현자는 “자신이 태어났을 때보다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긍정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자신이 아닌 타인이나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때 기쁨과 긍정의 에너지를 느낀다고 한다. 직장인도 자신의 행동이 회사의 발전과 나아가 국가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느낄 때 보람과 자부심을 느끼게 돼 있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으로 유명한 스티븐 코비는 말한다. “세상이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어 주지 않는다고 불평하는 이기적인 인간은 진정한 기쁨을 얻을 수 없다. 사람은 누군가를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고 느낄 때 기쁨이 샘솟는다.” 넷째, 심리적 충만감 긍정심리학자 셀리그먼 박사는 ‘재미와 이타주의’라는 연구에서 학생들에게 이기적인 재미를 추구하는 활동과 이타주의를 실천하는 활동을 각각 한 가지씩 하게 하였다. 그리고 두 가지 활동에서 느낀 소감을 물었다. 그 결과, 영화를 보거나 아이스크림을 먹는 등의 재미있는 활동에서 느끼는 감흥은 그 순간의 즐거움에 그쳤지만 자원봉사 등 남을 돕는 이타적 행동을 했을 때의 기쁨은 오래 지속된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또한 재미를 추구하는 활동은 단순한 즐거움을 주었지만 봉사는 마음속 깊은 곳에 울림을 주는 한 차원 높은 기쁨을 주었다. 그 이유에 대하여 셀리그먼은 이타적 행동을 하면 심리적 충만감이 따라오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세상에 즐거운 일은 없다. 현재 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요 몇 년 사이 불경기가 지속되면서 많은 직장인들이 성과달성에 대한 부담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직장 생활이 한다고 토로한다. 지금과 같이 어려운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보람 있고 즐거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이타적 행동에 그 답이 있다. 에리히 프롬은『사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오해가 있다. 그것은 ‘준다는 것은 무엇인가 빼앗기는 것, 희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주는 것은 자신의 잠재적 능력을 발현시킬 수 있는 최고의 표현이다. 준다고 하는 행위 자체에서 나의 힘, 나의 능력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 내면의 기쁨을 느끼게 된다.” 이상으로 이타적 행동으로 얻게 되는 보상에 대해 살펴보았다. 정리하면, △ 조직 내 우군이 늘어나며 △ 타인과의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여 스트레스가 적고 △ 회사 발전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느끼며 △ 심리적 충족감으로 내면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 요컨대 이타적 행동은 ‘행복한 성공’을 할 수 있도록 인도해 주는 촉매제인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성공은 했지만 행복한 사람이 되는 것에는 실패한 사람이 있다. 즉, 누구나 부러워하는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많은 연봉을 받지만 스스로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경우다. 이에 대해 알버트 슈바이처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성공이 행복의 열쇠가 아니라 행복이 성공의 열쇠다. 행복한 사람으로 찬양 받을 만한 사람은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해준 사람이다.” HR담당자들에게 너무나도 친숙한 ‘서번트 리더십’이라는 용어가 있다. 그린리프(R. Greenleaf)라는 학자가 개발한 리더십으로, 그린리프는 헤르만 헤세의『동방순례』에 나오는 레오의 이야기를 통해 서번트 리더십의 개념을 설명한다. 순례자들과 동행하는 레오는 순례자들의 식사를 준비하거나 순례자들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음악을 연주하는 등의 소위 허드렛일을 하는 아랫사람이었다. 레오는 즐거운 마음으로 순례자들을 보살피고 배려했다. 그러던 어느 날 레오가 갑자기 사라졌다. 그러자 순례자들은 당황해하며 심지어는 서로 싸우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때에 사람들은 깨닫게 되었다. 레오가 비록 낮은 위치에 있었지만 순례자들의 진정한 리더였다는 것을. “작은 일을 하는 것을 보고 큰일을 맡긴다.” 또는 “일을 하는 태도가 그 사람이 누구인가를 말해 준다”라는 말이 있다. 성공하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위해 기꺼이 허드렛일을 마다하지 않았던 레오의 이타적 행동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김영기 조직리더십코칭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