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가치경영

한국을 대표하는,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고 좋아하는 경영자를 꼽으라고 하면 대개 정주영과 이병철을 꼽을 것이다. 이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기업 삼성과 현대의 창업자로, 두 기업의 성장과 성공을 이끌었고 이들의 삶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가르침을 주기 때문이다. 일본에도 일본을 대표하고 일본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경영자들이 있다. 마쓰시다 고노스케,혼다 소이치로, 이나모리 가즈오로 흔히 이들을 가리켜 ‘일본 3대 경영의 신’이라고 부른다.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파나소닉의 창업자로, 파나소닉은 ‘빈곤으로 고통 받는 사회 전체를 구제하여 번영케 하겠다’는 기업 가치관을 바탕으로 일본의 전후 복구에 기여함은 물론 우수한 제품과 기술력으로 세계시장을 제패하여 일본인들의 자부심이 되었다. 혼다 소이치로는 혼다자동차의 창업자로, 혼다자동차는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는 기업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계 최초 오토바이 생산에서부터 자동차, 제트기, 휴머노이드 로봇(Humanoid Robot)까지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계속하는 기업이다. 이나모리 가즈오는 교세라의 창업자로, 교세라는 ‘전 사원들의 행복을 추구함과 동시에 인류, 사회의 진보발전에 공헌한다’라는 기업 가치관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세라믹 기술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이들이 일본인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데에는 기업 경영을 하면서 보여준 이들의 모습 때문이다.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사재로 ‘마쓰시다정경숙’이라는 세계적인 교육기관을 만들어 차세대 리더들을 양성하는 데 앞장섰다. 혼다 소이치로는 65세에 일시적인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감으로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그는 경영자 자리를 물러나면서 명예회장 등 일체의 직함도 거부하고 자신의 보유 주식 모두를 회사에 환원했다. 세습경영도 하지 않았다. 친인척과 자식들에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고 오직 부인에게 1%의 지분을 남겼다. 이나모리 가즈오도 사재를 털어 교토상을 제정하여 인류의 진보에 기여한 사람에게 상을 주고 있다. 경영 일선에 물러난 후에는 파산한 일본항공(JAL)에 무급으로 파견되어 13개월 만에 흑자 전환을 일구어 냈다. 그가 일본항공의 재건에 참여한 이유는 애국심 때문이었다. 일본 3대 경영자들이 경영자를 넘어 경영의 신으로 추앙 받는 이유는 세상에 기여한다는 건강한 기업관, 직원을 귀하게 생각하고 교육훈련과 혁신을 통해 건강한 기업문화를 만든 것 그리고 기업경영을 넘어 사회적 책임을 다했기 때문이다. 이병철과 정주영도 일본 경영의 신에 견주어 부족함이 없다. 이병철의 삼성, 정주영의 현대는 파나소닉, 혼다, 교세라 이상의 성공을 거둔 기업이다. 기업 규모나 영향력 면에서는 일본 기업을 앞선다. 성공신화를 이룬 과정에서 이병철과 정주영의 경영철학은 탁월했다. 이병철은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라는 3대 정신을 바탕으로 기업을 경영했다. ‘기업은 사람이다’라는 인재제일 정신을 바탕으로 삼성을 이끌어 왔다. 이병철은 생전에 “내 인생을 통해 80%는 인재를 모으고 교육시키는 데 보냈다”, “1년의 계(계획)는 곡물을 심는데 있고 10년의 계는 나무를 심는데 있으며 100년의 계는 사람을 심는데 있다”, “그 동안 내 손을 통해 수표나 전표에 도장을 찍거나 물건을 직접 산 적이 없다. 나는 도장을 찍고 비즈니스를 할 사람을 찾고 기르는 것이 나의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람을 기르는데 가장 비중을 두고 정성을 쏟았다”라고 줄곧 말해왔다. 이 뿐 아니라, 이병철은 미래 첨단산업인 반도체 분야, 에버랜드와 같은 레저 분야, 호암미술관을 통한 문화 분야를 선도적으로 개척하여 국민들의 삶의 질과 행복에 기여했다. 정주영은 ‘창조적 예지, 적극 의지, 강인한 추진력’이라는 3대 정신을 바탕으로 기업을 이끌어 왔다. 조선소를 짓는데 필요한 차관을 빌리기 위해 당시 500원짜리 지폐의 거북선을 보여 준 일화, 한 겨울에 유엔군 공동묘지 잔디 공사를 위해 보리를 심은 것, 서산 간척지 공사 중에 거센 물살을 막기 위해 폐유조선을 이용한 물막이 공사 등 창의에 바탕을 둔 도전정신을 바탕으로 현대를 만들었다. 정주영은 생전에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무슨 일이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다. 의심하면 의심하는만큼 밖에 못하고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원대한 꿈과 긍정적인 청사진을 가지고 미래를 내다보아야 한다”.라고 줄곧 말해 왔다. 울산 현대중공업 공장 외벽에는 “우리가 잘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길이며,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다”라는 정주영이 생전에 한 말이 새겨 있다. 기업가로서 88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 유치를 이루었으며 말년에는 조국의 통일을 위한 수많은 노력과 소떼 500마리를 몰고 방북하여 전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일본 3대 경영의 신과 비교하면 우리나라에 한 명이 부족하다. 한국에 한 명을 더 포함한다면 가장 적합한 사람이 1926년 유한양행을 설립한 유일한이다. 유일한은 일본 3대 경영의 신, 이병철, 정주영을 모두 모아 놓은 그 이상의 사람이다. 유일한은 사업을 통해 조국에 기여하겠다는 ‘사업보국’의 정신으로 회사를 경영했다. 그리고 일제 패망 직전에는 50대 나이의 사장이자 한 집안의 가장임에도 미전략첩보국(OSS)의 한반도 침투 훈련을 받은 열혈 독립 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는 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은 하나의 공동운명체라며, 1936년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를 시행했다. 1969년 경영에서 은퇴하면서 친인척과 아들을 경영에서 모두 물러나게 하고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다. 1971년에 생을 마감하면서는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도 했다. 그는 ‘경영자는 기업을 키워 일자리를 만들고 정직하게 납세하며 남은 것은 기업을 키워준사회에 환원한다’는 경영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일체의 타협이나 편법 없이 그의 경영철학을 지켜온 위대한 경영자이다. 유일한이 3대 경영의 신이 되어야 하는 이유는 다음 몇 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첫째, 기업인으로서 세상에 대한 사명감, 둘째, 윤리적 경영, 셋째, 모범적인 후계구조와 상속, 넷째, 직원들에 대한 책임과 존중, 다섯째, 사회적 책임이다. 한국을 대표하고 한국인이 존경하고 사랑하는 경영자에 정주영, 이병철 그리고 유일한이라면 우리도 한국 3대 경영의 신이라 부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유한양행 홈페이지에는 ‘마음속으로 존경하는 창업자, 창업자 유일한 박사는 우리의 가장 큰 자부심’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다. “유한양행 직원 모두는 창업자에 대해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 어린 존경심을 표할 수 있는 창업자 유일한 박사는 우리의 가장 큰 자부심입니다. 시대를 앞서 나가며 사회를 위해 헌신하고, 자신의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혁신적 기업가이자 사회사업가, 독립운동가이며, 교육자인 유일한 박사는 유한인 뿐만 아니라 이 시대 많은 이들에게 모범이 되는 인물입니다. 이런 분이 창업자라는 사실은 구성원 모두의 자부심이 되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의 경영학자인 하버드대학 존 코터 교수가 1997년에 마쓰시다 고노스케의 전기를 다룬『운명 - 마쓰시다 고노스케 이야기』라는 책을 썼었다. 존 코터 교수는 이 책에서 마쓰시다 고노스케는 시대를 앞선 경영과 혜안으로 현대 경영이론을 실천한 최고의 경영자라고 치켜세웠다. 존 코터 교수에게 얘기해주고 싶다. 한국에는 유일한, 이병철, 정주영이 있다고. (순서는 나이 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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