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희의 인사만사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이 사진은 로이터통신의 애드리스 라티프 기자가 찍은 사진으로, 2007년 미얀마의 민주화 시위 때 은 것이다. 진압 군인이 밀치고 넘어지면서 달아나는 시위대를 쫓으며 곤봉을 휘두르고 있다. 군인 뒤쪽에는 막 총을 맞고 쓰러진 남자가 오른팔로 사진기를 들고 시위대를 찍으려는 동작을 고 있다. 이 남자는 AFP통신의 일본인 사진기자 나가이 겐지(長井建司·당시 50세) 씨로 이내 곧 숨졌다. 나가이 기자의 사망 간을 포착한 이 사진으로 라티프 기자는 200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하나같이 이 대목에서 이 숨진 기자에게 조의를 표하며 그의 안타까운 죽음에 아쉬워들 할 것이다. 물론 필자도 이 사진을 보면서 사진을 찍기 위한 기자의 필사적인 열정에 감동, 그리고 그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그러나 필자가 이 사진을 화두로 꺼낸 것은 어떤 현상을 바라보고 천편일률적으로 반응하는 인간의 마음이 어쩌면 위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다. 우리는 생각이 너무도 다른 동료들과 일을 하고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정작 의사결정을 내려야할 때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만이 정답이라고 믿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 즉, 한 번쯤은 ‘내가 보고 있는 사진이 사실이 아니다’, ‘내가 가진 생각이 정답이 아닐 수도 있다’라고 발상의 전환을 해볼 것을 권하고 싶다. 이 사진을 보고 발상의 전환을 한다면, ‘라티프 기자는 사진을 찍는 열정으로 왜 나가이 겐지 씨를 구하지 못했을까?’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눈앞에 보여 진 것이기에 당연히 사실이라고 믿는 것이겠지만, 이제 사진 속 이외의 사진에 눈을 돌려보자. 관점을 달리하면 사진은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우리가 어느 관점으로 포커스를 맞추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의 사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사람들의 얼굴크기, 눈동자, 다리길이, 피부 등 모든 것을 본인이 원하는 대로 보정할 수 있는 포토샵 어플이 많이 나왔다. 우리의 조직생활도 관점을 이와 같이 바꾸어 보면 어떨까? 아마도 오랫동안 옳다고 생각한 철학, 이론, 관점이 틀릴 수도 있다는 것을 발견할 것이다.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에 눈이 가고 마음이 간다. 자신의 생각대로 현상을 해석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면담, 코칭, 논쟁 등 대화가 이뤄질 때마다 서로가 얻고 싶은 답, 믿고 있는 프로세스, 듣고 싶은 피드백으로 인해 성공적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TGIF’는 본래 미국에서 바빴던 한 주의 일과를 마치는 금요일, 주말의 해방감을 나타내는 표현으로 쓰는 “Thank God It’s Friday”의 약어다. 또 같은 이름의 패밀리 레스토랑이 있어 국내 소비자에게도 익숙한 단어다. 하지만 지금의 ‘TGIF’는 그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Twitter, Google, Instagram, Facebook의 첫 글자를 딴 신조어로, SNS의 붐을 일컬어 표현하는 말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말, 보여주고 싶은 사진을 포스팅 할 때 TGIF를 활용하고 있다. 특히 Instagram, Facebook 등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올린 사진에 바로 타인들이 호응해 주기를 기대한다. 여기서 똑같은 장면이나 물건이더라도 보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에 저마다 좋아하는 포스팅에 ‘좋아요(like)’를 눌러대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의 전환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미국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의 이론을 빌려 설명하면 보다 이해가 빠르겠다. 로저스 박사는 인간은 누구나 자율자아실현의지가 있다고 하였다. 즉, 어떤 인간이든 밤을 새워서라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불타오르는 영역이 저마다 있다는 것이다. 적성이 맞지 않아, 또는 운이 따르지 않아 낙오자 취급을 받을 수 있지만 그게 그 직원의 전부는 아니라는 것이다. 조직이 하나의 팀으로 최고의 조직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다양한 관점의 마음 밭을 가꾸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즉, 매니저는 자신이 보고 듣는 편견에서 벗어나, 직원들의 장단점, 원하는 방향과 소질 있는 영역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데 좀 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필자도 과거 직원들에게 늘 나처럼 밤새워 일하고, 늘 나처럼 서너 가지 대안을 마련하고, 늘 나처럼 시키지 않아도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해야 한다고 강요했었다. 직원들의 준비상태나 능력 등 개인적인 상황을 들여다보는 것에는 소홀한 채 무조건적으로 강요를 했던 미숙한 시절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자리에서 문제를 해석해 보았냐는 것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 직원의 눈높이에서 다시 한 번 모든 상황을 재해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공감이다. 즉, 공감이 마련되어야 조직의 공동체 의식이 이뤄진다. 사람들은 저마다 한 가지씩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능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연구할 시간이 없다면 우리는 채용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개인에게 적합하고 성장 가치가 있는 업무를 주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오늘도 우리는 직원들의 역량 개발을 위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현답은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직원이 언제 성장한다는 기쁨과 성취의 보람을 느끼는지 철저히 직원의 자리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조직의 비전을 일일이 전달하기는 굉장히 힘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힘든 일을 애써, 그리고 정성을 다해서 해나가야 한다. 직원 한 명 한 명의 사회 성공을 위해서 말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의 눈에 보이는 사진만을 보고 따르지 말고 사진 밖의 배경, 사진이 찍힐 당시의 애로사항, 사진 속에 없는 등장인물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