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정 대타협의 현주소 노사정 대타협을 이룬지 한 달이 넘게 지났지만 노동개혁 후속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노동개혁 5대 입법 발의를 강행하였으나 노동계의 거센 반발에 밀려서 후속 조치는 지지부진한 형국이다. 특히 핵심사안인 비정규직 사용기간과 파견 확대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여야 간의 공방이 치열하다. 실제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근로자법’ 개정안은 노동계의 반발이 워낙 거세서 노사정위원회에서도 추후에 논의하는 것으로 남겨둔 과제였다. 노사정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까지 5대 법안에 포함시켰다는 야당 측의 비난이 만만치 않으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선거구 확정의 혼란 속에서 노동개혁이 표류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노사정 대타협의 의미 노사정 대타협이 극적인 합의에 도달한 시점에서 사실상 2대 주요쟁점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와 ‘일반해고 가이드라인 제정’이었다. 즉,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바꿀 때 노조의 동의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저성과자의 해고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제정하는 문제가 논의의 핵심이슈였다. 노사정 대타협이 타결되는 시점만 해도 노사 모두 만족스러운 수준의 합의 결과는 아니지만 이번 대타협을 통해서 청년실업 문제 해결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노사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양보와 타협을 통해 합의에 도출한 점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한다는 지지를 받았다. 그러나, 합의안에 담고 있는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향후 기업에서 실제 적용할 때 제기될 수 있는 몇 가지 문제점들은 화약의 도화선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를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한다’ 및 ‘임금피크제 도입 등 임금피크제 개편과 관련, 취업규칙 개정을 위한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한다’ 등의 조항들에는 이 모든 과정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한 협의를 거친다는 단서를 달고 있다. 여기서 과연 ‘충분한 협의’가 가능할까? 기간제근로자법 노사정위원회는 지난 10월 1일 노사정 대타협이 마무리된 이후 보름여 만에 회의체를 다시 가동하기 시작했다. 물론 안건은 노사정 대타협 후속과제 협의체 구성 및 세부 논의일정의 구체화였다. 노사정 대타협에서 미완의 꼬리표를 붙인 근로계약해지와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 허용 등 2대 주요지침과 비정규직 관련 문제가 논의의 쟁점이었다. 그러나 비정규직과 관련해서는 계약기간을 35세 이상 근로자가 원하는 경우에는 기간제 기간을 2년에서 4년으로 늘리는 사안 등을 포함한 ‘기간제근로자법’과 ‘파견근로자법’에 대한 논쟁이 만만치 않다. 이는 출산 및 육아 등 특별한 경우에만 기간제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사용사유를 제한하고, 사유가 사라졌거나 2년을 초과하여 고용할 경우에는 무기계약직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과도 대립되고 있다. 특히 기간제근로자법이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어떻게 적용되느냐에 따라 향후 기업들의 인사관리 측면에서의 직접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은 2011년 기준 근속 1년 미만인 단기근속자 비율이 35.5%로 파악돼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으며, 근속 10년 이상 장기근속자 비율도 18.1%로 회원국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정부는 35세 이상 기간제 및 파견 근로자가 원하면 노조위원장 등 근로자 대표의 서면 합의로 현재 2년인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4년 후 기업에서 대상자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시행하지 않으면 2년이 넘는 기간에 받은 임금의 10%를 가산 임금으로 근로자에게 지급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인데 노동계와 야당은 이에 대해서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기업의 사용기간 연장에 대한 면죄부를 부여하고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비정규직 숫자를 늘리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노사정위회는 여전히 비정규직법 관련 문제를 우선적으로 논의한다는 입장이지만 노동계와 정부의 의견 차이는 여전히 크다. 정부와 여당에서는 비정규직법을 최대한 빨리 정리하여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주장하지만 노동계와 야당에서는 법제화는 충분한 시간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하는 것이 현 상황이다. 일반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노사정은 대타협 과정에서 사실상 일반해고 지침마련을 중장기 과제로 돌렸다. 이는 비정규직 사안과 달리 법제화와 관계가 없기에 정기국회 마감시한 등의 물리적인 기한에 영향을 받지 않으나 반드시 풀어내야 할 과제이다. 일반해고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 제23조를 둘러싼 논쟁이다. 근로기준법 제23조에서 근로자에 대한 해고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사측에서 근로자를 해고할 수 있는 방법은 ‘징계해고’와 ‘정리해고’ 두 가지로 제한하고 있다. 징계해고란 근로자가 횡령 등 개인적인 비리나 심각한 법규 위반을 저질렀을 경우 해고할 수 있도록 한 것이고, 정리해고는 기업의 경영사정이 극도로 악화됐을 때 근로자의 대규모 해고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해고는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에서와 같이 저성과자나 근무태도가 불량한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해고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향후 노사정은 법과 판례를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법제화를 추진하기로 결정하였으나 이 또한 실제 가이드라인 작성과 법제화 단계에서는 노사 간의 의견차이로 협의과정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취업규칙은 채용, 인사, 해고 등과 관련된 기업의 사규를 의미한다. 취업규칙에 대한 임의의 변경은 근로자들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여 취업규칙의 변경이 필요한 사항에는 반드시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대표의 동의를 받도록 되어 있다. 노동계는 취업규칙의 변경요건을 완화할 경우 노동조건 악화 및 사측이 원하는 취업규칙을 임의로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 우려하여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최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의무적으로 도입하게 유도하고 있는 임금피크제 등 합리적 노사관계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외에도 통상임금 범위 산정 및 근로 시간 단축 등도 5대 입법 사항의 주요 내용으로 다루어지고 있으나 본고에서는 지면상의 이유로 다루는 것을 미루고자 한다. 노사정 대타협과 우리의 과제 이 시점에서 노동시장의 개혁을 통해 국민들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노사정은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노사정 대타협을 통해 더욱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고, 우리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제기되고 있는 노동시장의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다. 개혁의 필요성은 노사정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나 여전히 주요쟁점들에 대해서는 상호간의 불신과 오해로 사회적 대타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산업화, 고성장 시대에 적합한 연공급 임금체계, 불합리한 노사관계, 취약한 사회안전망 개선 등은 이번 논의에서 반드시 심도있게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노사정 대타협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고, 공정하고 유연한 노동시장을 구축하여 능력중심의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다. 기업의 쉬운 해고를 지원하고 일방적인 임금 삭감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어서는 안 되며, 근로자들에게 생애 고용안정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능력 있는 청년들에게도 기회를 확대하여 기업의 경쟁력도 강화해야 한다. 물론 비정규직 감소 및 이들에 대한 고용안정의 해결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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