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독서리더클럽 강연 지상중계 -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
◆ ‘출근하고 싶어 안달 나는 회사’가 있고 ‘천국으로 출근하는’ 기분을 느끼는 직원들이 있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이 쓴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를 표지만으로 접했을 때, 그것은 최고경영자만의 생각이거나 직원들은 또 다르게 느낄지도 모른다는 의심부터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은 뒤엔 의심이 놀라움으로 바뀌었고, 그 실체를 더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경 독서리더클럽 6기 과정 강의에서 김종훈 회장을 만났다.
설악산에서 인도까지, 2개월의 안식 휴가를 떠나다 “여러분도 ‘나는 좀 쉬어야겠다’ 이런 생각할 때 많으시죠? 다만 이러 저러한 사정으로 직접 실행하는 분들은 많지 않을 겁니다.” 김종훈 한미파슨스 회장은 이러 저러한 사정을 모두 뿌리치고 스스로에게 안식 휴가를 선사했던 이야기로 강의를 시작했다. “기간은 두 달, 설악산을 시작으로 인도까지 돌아다녔습니다. 목표는 하루 한 권 책을 정독하는 것, 조건은 세상과는 단절하는 것이었죠. 떠나기 전 회사에는 저에게 어떤 것도 보고하지 말라고 통보했습니다.” 두 달의 안식 휴가를 보내고 돌아온 김종훈 회장은 ‘회사가 망하진 않았겠지’하는 생각으로 출근했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회사가 훨씬 잘 돌아가고 있었다는 것. 한쪽으로는 어쩐지 섭섭하고 한쪽으로는 노력해준 임직원들에게 고마웠다고 했다. 대한민국 CEO들의 대부분이 회사 일의 많은 몫을 감당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리더의 부재가 회사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건 대단히 흥미로워 보였다. 김종훈 회장은 안식 휴가 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2개월간의 파급적인 유급 휴가를 주기에 이른다. 일명 ‘애플 배케이션(Apple Vacation)’이라고 하는 것인데, 뉴턴이 어슬렁거리며 산책하다가 사과나무 아래에서 만유인력을 법칙을 발견한 데서 따온 이름이다. 그때 뉴턴은 휴가 중이었고 그 여유와 사색의 시간이 위대한 법칙을 발견하게 만든 것이다. 한미파슨스의 애플 배케이션은 휴가를 통해 창의력과 통찰력을 얻어내기를 바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GWP, 꿈의 직장을 만들다 김종훈 회장의 ‘천국 경영’은 그가 사업을 시작한 처음부터 작정한 부분이었다. 1996년 6월 18일 한미파슨스를 설립해 국내 최초로 CM사업을 시작, 1997년 IMF 외환위기 때는 어려움 속에서도 한 사람의 인원 감축 없이 그 시절을 이겨냈다. 그리고 2000년 즐겁고 행복한 일터 만들기 운동인 GWP(Great Work Place) 개념을 접했다. 회사 설립 초기부터 ‘꿈의 직장’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던 그는 서로 신뢰하고, 자기 일에 자부심을 느끼며, 즐겁게 일하는 직장을 만드는 데 박차를 가했다. “한미파슨스에서는 직원, 종업원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구성원이라고 표현합니다. 우리의 내부 고객인 구성원들이 만족해야 최고의 가치를 낼 수 있고, 그래야만 고객가치로 이어지며, 이것이 주주가치를 자동적으로 창출합니다. 지속가능한 경영 메커니즘이 자연스레 선순환 되는 것이죠.” 내부 구성원 만족을 위한 노력은 2개월 유급 휴가에 그치지 않았다. 전 구성원이 주식을 갖고 있는 종업원지주제로 바꾸고, 사내문화를 구성원 위주로 전면 개편했다. 한미파슨스 직원 휴게실에는 커다란 냉장고에 음료와 먹을거리들이 가득하고 정기적으로 와인클래스나 악기를 배우는 동아리 등을 열어 문화생활을 통한 창의력을 키운다. 또 구성원의 가족이 행복해야 구성원들도 행복하게 일할 수 있다는 생각에 구성원 배우자는 건강검진을, 자녀는 전원 장학금을 지급했다. 구성원과 그 가족의 불행을 끝까지 책임진다는 신조는 큰 병이 걸리거나 불행을 맞닥뜨린 직원이 있으면 전사적으로 힘을 모아 모금운동을 하는 형태로 실현되기도 했다. 기업이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다 “자녀에게 전원 장학금을 지원한다고 해도 요즘은 장학금 지급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래서 출산 장려에 대해 구성원 지원금도 마련했습니다. 회사 내에 유아원을 만들기 위해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고민하는 중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출산 지원금 역시 지급 건이 미미합니다. 이런 저출산 현상과 이에 따른 인구감소는 국가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기업인 모두가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인구감소에 따라 우리 기업들을 소비해야 하는 소비자도 줄어든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기업인들이 이 문제에 함께 뛰어 들지 않으면 바로 우리의 생존과 미래도 함께 불투명해지는 것임을 인식해야 하는 것이죠.” 그는 일터를 천국으로 만든 뒤에는 사회를 행복한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 구성원이 급여의 일부를 기부하게 돼 있는 것은 물론, 매달 한번 씩 사회봉사활동을 반드시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사회복지법인 ‘따뜻한 동행’을 만들어 구체적인 실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대부분의 경영서적들이 ‘이렇게 경영하라’라고 조언하는 양질의 경영 메커니즘들이 국내 환경에서 현실적으로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만으로도, 한미파슨스와 김종훈 회장의 노력은 값지다. 하지만 큰 기업이나 여력이 되는 기업이니 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김종훈 회장은 이렇게 말한다. “처음부터 모두 다 해낼 수는 없습니다. 각자 기업의 규모와 환경에 맞게 하나씩 실천하면서 기업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돈 들이지 않고도 구성원을 만족시킬 수 있는 프로세스부터 실행할 수도 있고, 이는 여러분 기업의 특성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니 깊이 고민하고 철학을 세워 하나씩 시작하면 됩니다. 중요한 것은 하느냐 안하느냐, 지속가능한 경영구조를 만드느냐 아니냐의 문제죠.” 그는 콘테이너 스토어(Container Store) CEO의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고 밝혔다. 콘테이너 스토어는 ‘일하기 좋은 100대 미국 기업’에서 1위를 차지한 전력이 있다. 김종훈 회장이 공감하는 문구는 이것이었다. ‘우리는 경영자로서 직원들이 회사에 출근하는 것을 즐거워하도록 만들 의무가 있다.’ 김종훈 회장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행복한 구성원들이 만든 기업은 사회를 행복하게 만들 의무가 있다’는 문구를 추가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우리는 천국으로 출근한다』의 맨 뒷부분에는 한미파슨스 전 구성원의 이름이 빠짐없이 실려 있다. 책의 제목을 직원들이 공모해 직접 뽑은 만큼, 그들도 이 책의 공동 저자이기 때문이다. 행복한 일터의 가능성을 실현하고 있는 기업이 대한민국에 더욱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독해보시기 바란다.
◆한경 독서리더클럽은? 한국경제신문 ‘독서리더클럽’은 경제경영을 비롯해 문사철(文史哲)과 예술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를 통해 새로운 지식과 창조적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독서경영 프로그램이다. 책을 사랑하는 이 시대의 리더들이 모여 매주 선정 도서를 읽고 저자 직강을 듣는 장으로 매년 3~5월, 9~11월 각 10주 동안 목요일 저녁 강의로 만나볼 수 있다. 2011년 9월 1일, 7기 과정이 개강될 예정이다. (문의) 02-360-4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