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안전감리 도입 시급

흔히 직장이나 일터를 전쟁터에 비유하곤 한다. 우리나라의 산재 피해 규모만 놓고 보면 이런 비유가 결코 빈말이나 우스갯소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실제 고용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2014년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 수가 1,850명, 재해자 수는 9만 90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꿈과 희망의 터전이 되어야 할 일터에서 매일 250여 명이 다치고, 하루 5명이 귀중한 목숨을 잃고 있는 것이다. 이로 인한 경제적 손실만도 한 해 19조 원에 이른다. 이쯤 되면 가히‘전쟁터’란 말이 나올 만하다. 지난 2014년 3월 한국건설안전협회장 취임 이래 건설현장의 안전의식 확립을 입이 닳도록 강조하고있는 안무영 회장 또한 “세월호 참사, 판교환풍구 붕괴사고 등으로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최근 산재발생이 소폭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심각한 수준”이라며“ 가야 할 길이 아직 멀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산업재해 공화국’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중소사업장의 산재부터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중대형 공사현장에 비해 안전관리가 취약한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해서는 착공부터 준공까지 전 과정에 걸쳐 안전을 지도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할 수 있는 건설 안전감리자가 상주하는 등의 제도적 장치마련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독자들을 위해 한국건설안전협회에 대해 소개해 달라. ■ 한국건설안전협회는 1985년 사단법인 한국기술사회 건설 안전 전문분회로 발족한 이래 안전진단 업무를 국내 최초로 실시하는 등 그동안 건설안전 기술의 선진화 및 국가 건설 산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하여 왔다.  협회의 주요사업으로는 건설재해예방 기술지도를 비롯해 건축물 구조 및 재해진단, 교량·터널 등의 안전진단, 재건축과 리모델링 진단 등이 있다.  실제 협회는 국내에 안전에 대한 개념이 확립되지 않았던 지난 1990년도부터 건설현장의 안전을 담당할 수 있는 안전관리자를 양성해 현재까지 2만여 명을 배출해 오고 있으며,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 대구 지하철 참사 등 크고 굵직한 사고가 있을 때마다 사고 조사 및 사태 수습을 진행해 오고 있다. 이밖에도 각종 교육과 공통주택하자 검증, 법원감정서 대응보고서 업무 등 건설안전 전분야에 대한 기술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협회장으로 취임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소회와 더불어 지난 시간 역점을 두었던 부분에 대해 말해 달라.  ■ 취임하고 얼마 되지 않아 세월호 사고가 터졌다. 세월호와 같은 사고는 비단 배뿐만 아니라 건축물에서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취임하자마자 안전에 취약한 이른바 불량 건물을 대상으로 무상 안전진단 및 안전지원활동을 실시하였다. 특히 이 사업은 협회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공헌의 일환으로 진행됐던 사업으로 개인적으로 의미가 남다른 사업이다.  또한 지난 2년이라는 시간은 취임 전에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구체화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제까지 우리 건설 현장에서의 설계와 시공은 설계 따로 시공 따로 노는 그야말로 따로 국밥이었다. 즉, 안전에 대한 연결고리 없이 설계와 시공이 이루어지다보니 문제가 터졌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식이었다. 이는 비정성작인 구조이다. 즉, 설계 단계에서부터 안전을 전제로 도면작업이 이루어져야 시공 단계에서도 안전하게 공사가 진행될 수 있고, 이후 시설물 유지 관리에 있어서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지난 시간 이 부분에 대해 각계 관계자들을 만나 시급하게 바뀌어야 한다고 거듭 촉구하였고, 그렇게 노력을 기울인 결과 최근 들어서 가시적인 성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이밖에도 안전전담감리제가 하루 빨리 도입되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그동안 지자체나 국토부, 고용노동부에 관련 내용을 꾸준히 주창한 결과 법제화를 눈앞에 두게 됐다.  개인적으로 사람의 생명을 책임지는 안전에 관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크나큰 축복이라 생각한다. 건설업에서 재해가 빈발하는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건설업은 구조적으로 재해발생의 개연성이 매우 높은 업종이다.  건설업이 갖는 몇 가지 구조적 특징을 이야기 하면, 먼저 한정 된 공간에서 작업이 이루어지는 제조업과 달리 건설업은 외부환경에 노출된 상황에서 작업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그만큼 위험요인이 많다.  또한 공정의 진척에 따라 근무 여건이 계속해서 바뀌기 때문에 하나의 틀로 관리를 하기가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여기에 인력구조가 일용직 중심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안전 관리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것도 쉽지 않다. 특히 최근에는 내국인의 건설현장 기피현상으로 인해 언어소통 등이 원활치 않은 동남아시아 및 저개발 국가의 인력이 대거 유입됨에 따라 효과적인 안전관리가 더욱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120억 미만의 건축물이나 150억 미만의 토목 공사의 경우 안전관리자가 없어도 법적으로 어떠한 제제를 받지 않는 현행법도 건설업에서 재해가 빈발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강제규정이 없다 보니 고용주 입장에서는 비용절감 차원에서 안전관리자를 쓰지 않는 것이다. 재해의 70% 이상이 이러한 중소형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중소형 현장에도 하루 빨리 착공부터 준공까지 전 과정에 걸쳐 안전을 지도하고 안전점검을 실시할 수 있는 안전관리자가 상주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안전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 안전의식은 어느 정도 수준인가? ■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안전에 대한 의식 수준이 많이 올라 왔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건설 능력은 세계 6, 7위로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재해율은 후진국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단적으로 안전 선진국인 영국과 재해 사망자 수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영국보다 무려 14배가 높다.  이는 발주단계에서부터 안전에 대한 책임을 묻고 그에 맞춰 설계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실상은 이와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우리 나라는 발주자는 안전에 있어 전혀 책임이 전혀 없다. 안전 선진국들의 경우 발주 단계에서부터 안전전문가를 투입해 위험요소를 사전에 제거하고 관리하도록 시스템화되어 있다. 또한 민간 안전 전문회사를 파트너로 두고 발주자든 시공사든 상시적으로 소통하도록 되어 있다. 이는 안전의식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혀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재해를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 우선 발주청의 안전관리 조직이 강화되어야 한다. 아직도 일부 발주청의 경우는 안전관리 조직 자체가 존재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상황 속에선 체계적인 지도 및 관리감독이 이루어지기가 어렵다. 특히 안전관리에 대한 책임도 부과되지 않아 재해예방에 대한 관심이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중요한 것이 건설공사의 단계별 안전관리가 강화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설계단계, 공사착수 전 단계, 공사단계 등 각 진행상황에 맞게 안전관리가 펼쳐져야 복잡다향한 건설현장상황에 대응을 할 수가 있다.  단계별 안전관리가 실효를 얻기 위해서는 상시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지속적인 현장점검과 조사를 통해 얻은 결과가 즉각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관리를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즉, 끊임없는 관찰과 고민을 통해 현장에 최적화된 안전관리가 펼쳐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한 감리자나 기술자가 사전에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여 정리한 작업계획서대로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작업허가 제도가 조속히 건설현장에 정착되어야 한다. 특히 위험 요소가 많은 가설구조물이나 화약을 사용하는 발파공사, 철근 콘크리트 공사, 철골구조물설치공사에 대해서는 중점적으로 이를 적용해 나가야 한다.

건설안전기술사, 건축시공기술사 등 건설안전 분야와 관련된 자격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안전’에 대한 신념도 남다를 것 같다. ■ 오랜 시간 건설인으로 살면서도 안전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 외국 건설사의 관리 감독하에 진행된 해외 공사를 책임지면서 우리 건설 현장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을 깨닫게 되었고, 이를 계기로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면서 지금의 이 자리에까지 오게 됐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아름답고 윤택하게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양보’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남을 먼저 배려하는 양보가 있기에 우리 사회가 지금껏 유지되고 발전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양보가 미덕이 아닌 재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다. 양보를 안전에 대입했을 때 그렇다. 어떤 경우에도 안전에는 양보가 있을 수 없다. 나부터 먼저 솔선수범하는 가치, 그것이 '안 전'이다.  산술적으로 100-1=99가 맞다. 하지만 안전에 있어서 100-1=99는 틀린 답이다. 안전에 있어서 100-1=0이다. 아니 0이 아닌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인간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에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은 있을 수 없다.  안전은 생산과 품질에 앞서는 최우선의 경영목표이며,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다.  

안전 정책과 관련하여 정부에 한 말씀 한다면. ■ 할 얘기가 참 많다.  먼저, 건설기술진흥법에 의거한 공사 중 정기안전점검이라는 제도가 있다. 사실 제도가 있기는 하지만 정부의 관리·통제가 없다 보니 요식행위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정기안전점검을 하는 데 있어 피수검자가 수검자에게 안전점검보고서 발주를 내리는 상황이다. 즉, 수검을 받아야 하는 건설사가 정기안전점검을 실시할 검사기관을 택하고 보고서 접수까지 하는 비정상적인 구조이다. 당연히 안전관리의 지적 사항은 보고서에 기재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 정부의 관리 통제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재해가 상당부분 줄어들 것이라 본다.  앞서 안전감리제도 이야기를 했는데, 개인적으로 최소한 20억 이상 공사현장에 대해서는 안전에 대한 전문감리자가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한 번 더 이야기하지만, 국내 재해의 70% 이상이 중소형 건설 현장에서 일어난다. 안전에 대한 전문기술자들이 이러한 중소형 현장에 투입되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 같은 재해는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안전관리자의 고용형태가 비정규직으로 되어 있는 것도 문제이다. 굳이 길게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만 비정규직인 직원이 아무리 목소리를 높여봐야 이는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한다면, 11층 이상 건물을 해체할 경우에 한 해 사전 안전관리계획서를 제출하도록 되어 있는 현행법도 바뀌어야 한다. 현실에서의 해체 작업은 4층 이하의 건물이 대부분이다. 하루 빨리 2층 이상 건물부터 안전기술자가 현장에 상주 감리를 하여 안전관리계획서하에 해체작업이 이루어지도록 법 제도가 정비가 이루어져야 한다.  제도가 이정도만 현실성 있게 뒷받침되어도 ‘산재공화국’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다. 건설 현장의 각종 이해관계자분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한다면. ■ 우리 건설 분야는 그간 양적·기술적 측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그 규모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즉, 첨단화·시스템화되어 가는 산업발전에 우리의 안전의식이, 또 제도적 뒷받침이 보조를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제아무리 좋은 제도와 교육을 실시해도 관계자분들의 적극적인 재해예방활동이 병행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대한민국의 모든 산업인 여러분, 특히 고용주 여러분, 안전을 생각에만 그치지 마시고, 꼭 실천으로 옮겨 주길 당부드린다. 안전의 생활화가 실천되어야만 행복한 직장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심하시길 바란다. 끝으로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건설재해의 70% 이상은 소규모 건설현장에서 발생한다. 이들 소규모 건설현장은 민간 안전전문가들의 도움이 절실한 분야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건설안전기술사들의 재교육과 안전기술사 자격 요건 강화 등을 통해 역량 있는 안전전문가 집단이 만들어져야 한다.  이와 함께 설계 단계부터 안전전문가들이 관여해 시공을 마칠때까지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시급하다. 무엇보다 건설사들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산재 사망 사고가 났을 때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한다면 이제는 안전감리제 도입 등을 통해 예방활동에 주력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이익인 상황이 됐다. 이제는더 이상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거듭 강조하지만, 오늘날 안전은 생산과 품질에 앞서는 최우선의 경영목표이며, 그 어떤 것과도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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