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호의 가치경영

현재 가장 각광받는 세계 최고 기업 중 하나는 마윈 회장이 이끄는 알리바바다. 사람들은 알리바바에 열광하지만, 신기하게도 전자상거래회사 정도로 알고 있지, 구체적으로 어떤 업을 하는 회사인지는 잘 모른다. 그런데 하루가 멀다 하고 알리바바의 새로운 서비스가 세상에 나오고 있다. 알리바바를 만든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마윈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알리바바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세 가지를 얘기했다. “알리바바의 핵심역량은 기술이 아니라 회사의 문화다”, “알리바바는 주주들을 가장 나중에 챙긴다. 가장 중요한 그룹은 고객과 직원이다”, “알리바바에서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며 이러한 세 가지 신념을 알리바바의 “종교(Religion)”라고 말했다. 알리바바의 힘은 종교 수준으로 신념화한 그들의 가치관이다. 대충하는 가치관 내재화는 어불성설이다. 가치관 내재화는 방침과 계획을 하달하고 실천하는 것이 아니다. “예수 믿으면 구원 받는다”는 얘기를 받아들이는 것과 비슷하다. 기업에서 가치관을 받아드리는 것은 기독교인이 예수님을 믿는 것과 비슷하다. 가치관을 받아들이는 것은 가치관을 믿고 신념화하는 것이다. 에피소드1. 친구 따라 교회 갔던 시절 기성세대에게는 어린 시절 교회의 추억이 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부활절에 교회에서 받은 삶은 달걀, 사탕과 과자는 참 맛있었다. 먹거리, 놀거리가 부족한 시대에 교회는 추억의 공간이었다. 예쁘고 친절한 교회 누나와 기타 잘 치는 멋진 오빠도 있었다. 그러다가 신자가 된 사람들이 참 많다. 예수님을 믿어서 교회를 가는 게 아니라, 교회에 가다 보니 예수님을 믿게 된 것이다. 교회에서 찬송가 부르고 성경 읽고, 설교 듣고 기도하고, 주기도문을 외우는 등의 과정을 통해 생겨난 믿음은 곧 신념이 되어 이를 지키기 위해 신앙생활을 한 사람이 많다. 가치관경영은 기업이 가진 믿음(가치관)을 직원들이 신념화하도록 하는 것이다. 믿음은 강요로 생기는 게 아니라 받아들임을 통해 갖게 된다. 가치관을 강요하여 신념화한다는 것은 올바르지도, 가능하지도 않다. 가치관을 가까이에서 느끼고 생각하며 가치관 교육을 받고 구호를 제창하는 과정을 통해 믿고 신념화하게 된다. 가치관을 자주 접하면서 믿음이 생기고, 그 믿음이 신념이 되어야 비로소 신념을 실천하는 가치관경영에 참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에피소드2.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 교회에 다니는 사람에게는 해야 할 행동과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 있다. 주일성수(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것), 식사 감사기도, 이웃 사랑, 불신자들에게 전도를 해야 한다. 반대로 술과 담배, 거짓말, 가난한 사람을 외면하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를 실천하는데 있어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주일 예배에 그치지 않고 모든 생활에 걸쳐 신앙인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사는 독실한 신자가 있는가 하면, 일요일에 교회에 가는 것 외에는 불신자처럼 생활하는 사람도 있다. 가치관경영을 주도하는 기업은 신뢰, 소통, 열정, 도전, 창의 등 핵심가치에 기반하여 반드시 해야 할 행동과 해서는 안 될 행동을 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지키는데 있어 모든 직원이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기본적인 사항만 지키는 직원, 핵심가치를 철저히 지키면서 다른 사람에게 모범이 되는 직원도 있다. 믿음이 강한 신자와 부족한 신자가 있는 것처럼 기업이 지닌 가치관에 대해 신념이 강한 직원, 부족한 직원이 있는 것이다. 물론 일부겠지만 가치관을 전혀 믿지도, 실천하지도 않는 직원마저 있다. 에피소드3. 장로의 행동은 신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교회에는 목회자가 있다. 기업으로 치면 경영자다. 믿음이 없는 목회자를 상상할 수 있는가? 목회자들도 가끔씩 스스로 믿음이 흔들릴 때 매우 당황스럽다고 한다. 경영자가 기업 가치관에 대해 믿음과 신념이 부족하다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신호다. 신자 중에는 교회에 오래 다니면서 믿음도 깊으며 사회적으로도 성공한 사람들이 많다. 교회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평신도들의 롤 모델이 되는 장로들이다. 물론 대부분 장로들은 신앙생활의 모범이 되지만 일부 문제가 있는 사람들도 있다. 교회를 벗어난 곳에서는 신자의 본분을 잃고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소홀히 하거나 신자라는 사실 자체를 밝히지 않고 지내는 등 믿음이 얕고 실천이 없는 사람을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기업의 임원은 교회의 장로와 같다. 누구보다 가치관에 대한 신념이 강하고 남보다 앞장서서 가치관을 실천해야 하는 자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사람이 있다. 경영의사결정을 비롯한 조직 전반에 영향력이 큰 사람이 기업 가치관을 가볍게 생각하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할 경우, 이를 바라보는 수많은 직원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친다. 기업 가치관을 대표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우선 기업 가치관을 세우고 실천하기 위해 높은 수준의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직원들보다 높은 수준의 결의를 끌어내고 보다 냉철한 평가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기업의 임원은 기본적으로 조직 친화적이고 경영을 함께 이끄는 동반자이기 때문에 가치관경영의 가장 중요한 본보기가 될 수 있다. 경영지원부서나 기업문화팀 실무자가 가치관에 대한 믿음과 신념을 요구하는 것은 부담스럽고 힘든 일이다. 경영자 스스로의 강력한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에피소드4. 독실한 신자에게 보다 강화된 영성을 추구할 기회를 준다 독실한 신자들은 교회에 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활동에 적극적이다. 주일학교 교사활동이나 이웃을 위한 봉사 등 시간과 비용을 여러 사람과 나눈다. 남을 위해, 남들보다 더 많은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는 것을 희생이 아닌 헌신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본보기를 통해 사람들은 자연히 그와 믿음을 공유하고 좋은 일에 동참하면서 긍정적인 삶의 변화를 만든다. 가치관경영 기업을 들여다보면 분명 높은 신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직원들을 보통 직원과 동일한 수준으로 교육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가치관 확산과 조직의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이러한 직원들을 기업 가치관 경영 전도사로 육성해야 한다. 가치관위원회, 밸류에이전트(VA: Value Agent)와 같은 팀의 구성원으로 선발하여 가치관경영을 촉진하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 좋다. 또한, 자사 가치관을 잘 설명 할 수 있는 사내강사로 양성하여 각종 교육에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하겠다. 한 가지 더하면, 기업 가치관을 교육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의 실천 피로감도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 가치관경영 초반에 많은 교육과 이벤트를 하는 경우가 흔한데, 실제 직원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처음부터 지친다는 의견이 다수 있었다. 직원들에게 너무 많은 실천 과제를 요구해서 비롯된 피로감이라기보다는 기업 가치관을 알려주고 공감하는 과정이 너무 강압적이거나 단순한 요구사항으로 인식되어 생기는 문제다. 주관 부서는 시간과 여유, 꾸준한 실행 계획을 가지고 전 임직원에게 기업 가치관에 대한 인식과 공감을 자연스레 유도하도록 보다 친절한 안내와 설명을 진행해야 한다. 사람들이 종교에 믿음이 생겨 신앙생활을 하는 것과 직원들이 기업 가치관을 믿고 신념화하는 것은 비슷한 원리다. 교회 공동체의 운영원리를 참고해 가치관경영에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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