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trend

연초부터 미래에 닥칠 위기에 관한 이야기들이 줄을 잇고 있다.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지난 1월 스위스에서 개최된 다보스포럼에서 부각된 주제로 ‘머지않은 미래에 첨단 IT기술이 다수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우리는 이미 20세기 후반부터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목격하고 있다. 사실 첨단기술이니 IT 기술이니 하는 개념 자체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하필 지금 많은 사람이 기술과 고용의 위기를 연관 지으려 하는가? 향후 10~20년은 첨단기술, 특히 IT 관련된 기술영역에서 기술발달의 파급효과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고 넓게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요즘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도 유사한 맥락의 개념이라고 볼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 사물인터넷, 인공지능과 같은 첨단기술은 이미 일반인들에게도 익숙한 개념이 되고 있다. 그래서 혹자들은 이런 첨단기술의 영향과 파급효과에 대해서 ‘새롭지 않다’고 반응하거나 ‘과도한 걱정’으로 치부해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변화의 주체가 ‘IT기술’이라는 것보다 우리가 겪게 될 변화의 속성이 ‘빠르고 넓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 ‘빠르지만 특정 분야에만 영향을 미치는 변화’나 ‘빠르지 않지만 여러 가지 영역에 영향을 미치는 변화’는 상대적으로 대비하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영역에 동시다발적으로 빠른 변화’가 일어난다면 이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과 기업이 많아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기술이 가져올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마트카의 자율주행기능 혹은 무인자동차 기술은 단편적으로 생각하면 다수의 운전자를 편하게 해줄 것으로 기대되는 유용한 기술이다. 하지만 첨단기술을 통해서 대다수의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하지 않아도 되고 더불어 안전한 운전까지 할 수 있게 된다면 손해보험사와 대리운전기사들은 어떻게 될까? 또, 이에 발맞추어최첨단 기술로 도로교통 통제까지 자동화된다면 교통경찰은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무인 트럭이 개발된다 하더라도 화물운송업 종사자들이 모두 직업을 잃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트럭 10대분 화물을 운송할 때 10명의 운전기사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선두와 후미 트럭 2대에만 기사가 필요하다면?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IT기술의 경우 더욱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기술이다. 왜냐하면 로봇이나 자동화 기계의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여겨졌던 사무관리 직군이나 서비스, 교육 관련 직업도 날로 발달하는 IT기술에 의해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과거에도 ERP(전사적 자원관리) 솔루션의 보급으로 경리, 재무회계 분야 일자리가 적지 않은 영향을 받은 사례가 있고, 최근 들어 경영관리직군의 인력수요가 크게 늘지 않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그동안 많은 기업에서 도입한 정보화 시스템의 영향을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에서는 컴퓨터 알고리즘만으로 주식거래를 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으며, 회사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슈퍼 컴퓨터의 의견이 진지하게 고려되는 사례도 볼 수 있다. 또한, 세기의 대결로 주목 받고 있는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의 대국이 성사된 것만으로도 인공지능의 수준이 날로 높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미래에는 IT기술을 기반으로 다양한 융합기술이 개발되면서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던 고도로 지능화되고 응용된 제품과 서비스가 출현할 것이다. 그리고 그 파급 효과는 다시 다양한 업종과 직업의 세계에 위기의 요소로 되돌아 올 수 있다. 그렇다면 개인들은 어떻게 미래를 대비해야 하는가? 먼저 직업과 나이에 관계없이 기술에 대한 능동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최첨단 기술은 머지않아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가 될 가능성이 크다. 단순히 고객의 관점에서 편리를 위해 기술을 이용하는 것에만 관심을 두어서는 안 된다. 예를 들어, 자동차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것에만 급급한 사람과 내비게이션의 원리를 이해한 후 GPS를 활용한 위치정보 시스템을 이용하여 배달음식이 어디까지 온 상태인지 알게 해주는 서비스를 기획할 수 있는 사람은 분명 다른 경쟁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문과를 나왔든 이과를 나왔든, 기술직에 종사하든 서비스직에 종사하든, 미래를 대비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생활이나 비즈니스에 쉽게 접목이 가능한 첨단기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첨단기술로 대체되는 직업이 늘어나더라도 그 기술을 사용하여 또 다른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이나 사업에서 기회를 찾을 가능성도 커질 것이다. 그다음 자신만의 최적의 직업을 찾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최적의 직업이란 자신의 흥미, 적성 그리고 직업가치관에 잘 맞는 일을 뜻한다. 특히, 미래에는 단순히 ‘좋아하는 일’만 생각하는 것보다는 ‘잘할 수 있는 일’인지의 여부에 더 비중을 두고 직업을 선택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상당수의 직업종사자는 사람이 아닌 기계와의 경쟁까지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잘하는 일을 택했다 하더라도 영원히 기계보다 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혹시 첨단기술로 대체될 위험이 있는 분야에 종사하더라도 그 분야에서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은 가장 나중에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 그사이에 또 다른 직업으로 전향할 기회를 노릴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미 검증된 적성과 역량을 바탕으로 역으로 관련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신생 직업에 뛰어들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다음으로 기업은 미래를 위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무엇보다 채용, 인력구성, 교육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미래에대비하는 패러다임의 이동이 필요하다. 필자는『직업의 이동』이란 저서에서 미래에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또 구글과 같은 기업이 경쟁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사업팀을 신설하였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앞으로 다양한 기술이 복합적으로 적용되는 제품이 출시되면서 업종 간의 경계선이 모호해지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올해부터 전혀 다른 업종 간의 핵심 인력들이 은밀히 이동하는 일이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각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핵심 인력의 퇴사를 만류하는 것에 급급해 할 것인가? 우리는 핵심 인력 급으로 분류되는 인력들이 단순히 높은 연봉보다는 동기부여와 비전을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핵심 인재들은 자신의 회사가 미래 기술을 창조적이고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끼게 될 때 보다 창조적인 사업을 추진하는 곳으로 이직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핵심인력의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전사적으로 회사의 비전과 조직시스템을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재설정해나가는 작업을 지금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채용이나 인사교육 측면에서는 융합형 인재 양성을 위해 과거의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 상당수 기업이 전공이나 단순 스펙보다 지원자의 잠재적 직무 역량을 중시하여 채용을 하고 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인사업무에 접목시키면 상당히 효율적인 채용 시스템이 구축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운 좋게 미래형 인재를 채용하게 되더라도 그들이 선임자로 따라야 할 관리자들이 과거에 얽매인 사고와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면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융합형 인재를 뽑아서 일을 시키려면 먼저 관리자들이 융합형 사고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인성까지 겸비한 인재를 뽑아서 일을 시키려면 먼저 관리자들이 겸허하게 자기성찰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인력채용과 인력교육이 미래지향적이며 통합적인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1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1명의 천재를 양성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과거 어느 때보다 기업의 윤리의식과 사회적 책임감이 필요해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 사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보급이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직업의 세계에 닥칠 문제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다. 그 기술을 활용하는 인간의 철학과 의지에 따라 인류에게 긍정적인 기술이 될 수도, 재앙의 기술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와 인사담당자가 단순히 이익과 효율성이라는 잣대만으로 사람과 기술을 비교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사람과 기술 그리고 일의 효율과 사회적 책임감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고 진정한 상생의 선택을 할 수 있는 지혜와 철학을 지금부터 고민해 나아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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