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현택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우리나라는 그 어느 나라보다도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대비는 낙제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지금처럼 넋 놓고 있다가는 그야말로 인생 100세 시대가 축복이 아닌 재앙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100세 시대가 재앙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간단하다. 퇴직에 미리미리 대비해 자신의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확실한 준비 없이 노년을 맞이하기에는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 너무도 가혹하고 길기 때문이다. 전직지원서비스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노사발전재단의 엄현택 사무총장 또한“국내 현실에서 중ㆍ고령의 근로자는 한번 실직하면 재취업이 어려운 취약계층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면서“이들이 실업 기간 없이 전직할 수 있도록 기업차원에서 전직지원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81.8세(남성 78.5세, 여성 85.1세)이다. 반면, 장년층 퇴직 연령은 기대수명 대비 너무도 이른 시기인 평균 52.6세다. 올해부터 정년 60세가 기업별로 단계적으로 의무화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정년 이후 22년에 달하는 퇴직 후 삶에 대한 준비가 요구되는 것이다. 인생 2막에 대한 준비는 한창 일할 나이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한 엄 총장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독자들을 위해 노사발전재단에 대한 소개를 해 달라. “활기찬 일터, 행복한 노사”, 우리 노사발전재단의 미션이다. 우리 재단은 상생의 노사관계를 확산시켜 나가고자 지난 2007년 노사정합의로 발족되었다. 설립 초기에는 주로 노사파트너십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지만, ‘노사발전재단’과 ‘노사공동전직지원센터’, ‘국제노동협력원’ 3개 기관이 통합된 2011년부터는 ‘고용’은 물론 ‘국제노동’ 분야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역할을 정립하며 사업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현재 재단은 ‘상생의 노사문화’, ‘중장년일자리’, ‘국제노동교류협력’, ‘좋은 일터 만들기’ 등 4개의 큰 틀 안에서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노사상생협력본부에서 상생의 노사파트너십 확립을 위한 교육 및 지원을 하고 있고, 일터혁신본부에서는 노사의 생활공동체인 일터를 좀 더 경쟁력 있고 활기차게 만들어나가기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이를테면 사업장의 생산성과 고용구조 등을 개선시키기 위한 활동들인 것이다. 이와 함께 평생직업시대에 그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전직지원서비스 즉, 중고령자 등 퇴직(예정)자에게 전직 내지 재취업을 지원하는 서비스는 중장년일자리 본부에서, 그리고 국제노동센터에서는 해외 진출한 기업이나 근로자를 대상으로 HR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재단의 규모와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노사정의 기대와 요구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대와 위상에 부합하는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재단 사무총장으로 취임한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소회와 더불어 지난 시간 추진한 정책에 대한 자평을 한다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금세 지나갔다. 사회생활을 40년 가까이 했는데 시간이 이렇게 빨리 지나간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먼저, ‘한 지붕 세 가족’이란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재단의 총장으로 부임하고 나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이다. 조직 통합이 이루어진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합류해서인지 화학적 통합은 다소 미진한 상태였다. 이에 내부 직원과의 소통을 바탕으로 조직을 재정비, 재구축하는 데 집중했다. 또한 서로 접점이 많지 않은 국제 업무와 국내 노사업무가 같이 섞여 있었던 것을 분리하여 사업의 정체성을 확립시킨 것도 기억에 남는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업무가 같이 있다 보니 사업적으로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었다. 대외적으로는, 단편적으로 이루어지던 컨설팅을 종합적으로 전환한 것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실제로 이전에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컨설팅 요청이 들어오면 딱 그 부분만 컨설팅 해주는 식이었다. 하지만 기업의 근로시간 단축 문제는 임금체계나 비정규직 문제 등 여러부분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비단 이뿐만 아니라 웬만한 고용 노동이슈들이 대부분 다른 부분들과 얽히고 섞여 있다. 이에 고객이 요청하지 않아도 필요하면 모두 해주자는 생각에서 종합적으로 컨설팅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렇게 하다 보니 컨설팅 간의 연계도 강화되고, 또 고객과의 신뢰관계도 강화되어 여러 부가가치가 발생 되었다. 이외에도 개별 구직자를 대상으로 하던 중장년 일자리 지원 사업을 기업 단위 서비스로 확대한 것도 기억에 남는다. 최근 한창 일할 나이에 준비 없이 퇴직하는, 이른바 중장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인데 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실업 기간 없이 바로 이직이나 전직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데 개인적으로 큰 보람을 느낀다. 행복한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퇴직하기 전에 미리‘일’에 대한 고찰과 이에 바탕을 둔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특히 생애설계는 퇴직을 앞둔 시점에서 고민하기보다 한창 일할 나이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가능하다면 제도적으로 중간직 이상이 되면 의무적으로 생애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기업 인사관리에서 가장 마이너한 분야로 외면 받기 일쑤였던 퇴직관리 분야가 인사관리의 핵심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기업들의 인사담당자들에게 퇴직관리가 왜 필요하며, 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 한다면.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는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미 지난 2000년에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인구의 7.2%를 차지하여 고령화사회에 진입했고, 오는 2018년에 고령사회로, 그리고 2026년에는 고령자 비중이 전체인구의 20.8%를 차지하는 초고령사회가 될 전망이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지만 대비는 낙제 수준이다. 실제로 전경련에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베이비부머의 50% 이상이 퇴직 이후 노후 준비가 안 돼 있고, 또 이 가운데 60%는 생계비 걱정을 해야 할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적인 자기계발을 통해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것도 물론 중요 하겠지만, 기업이나 노동조합 차원에서 퇴직을 앞둔 임직원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미처 준비가 덜 된 개인들은 불행한 노후를 보낼 수밖에 없다.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많은 기업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일정 연령 이상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남은 회사생활과 퇴직 이후를 준비하는 교육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회사에서 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려 해도 퇴직을 전제로 하는 전직(轉職)이라는 단어의 어감을 부담스러워 하는 노조의 반대에 부딪쳐 머뭇거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루 빨리 구태를 벗어 던져야 한다. 이와 함께 전직지원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도 시급하다. 되도록 퇴직 이전의 경험과 지식·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직업과 직위에 합당한 곳을 맞추어 주어야 한다. 최근 들어 많은 기업들이 임직원의 전직지원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 사회의 전직지원 방향에 대해 말해 달라. 전직지원서비스가 제대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전직지원서비스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며, 노사협의를 통한 보다 적극적인 논의가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기업은 물론 고용의 당사자인 노조의 적극적인 참여와 사회적 고용안정을 바라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사회의 중심축을 형성해가는 중·고령자의 성공적인 제2의 인생을 지원해 주기 위해 개인·기업·정부 차원의 인식 전환과 적극적·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단순히 일자리만을 매칭시키는 것이 아닌 인생 이모작을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전문 커리어 컨설턴트의 체계적인 양성과 지원을 통해 우리나라 전직지원서비스가 한 단계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관계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시급하다. 이제부터라도 상생의 노사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깊이 새기고 기틀을 바로 세워 나가야 한다. 재단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장년나침반제도가 중장년층 노후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행복한 인생 2막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퇴직하기 전에 미리 ‘일’에 대한 고찰과 이에 바탕을 둔 철저한 준비가 요구된다. 특히 생애설계는 퇴직을 앞둔 시점에서 고민하기보다 한창 일할 나이부터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 가능하다면 제도적으로 중간직 이상이 되면 의무적으로 생애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인사관리 포인트가 재직자 중심이다 보니 이를 비용 관점으로 생각하고 주저하겠지만, 사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큰 비용 들이지 않고도 재직자의 경력설계나 퇴직 예정자의 재취업을 지원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있다. 우리 재단에서도 생애설계프로그램 일환으로 장년나침반제도를 무료로 운영하고 있다. 장년나침반제도란 쉽게 말해서 건강검진 받듯이 직업상의 검진을 받자는 것으로 즉, 장년 근로자가 지금까지 해왔던 경력을 점검해 보고 앞으로의 가야 할 방향을 재설계해 보는 것이다. 그야말로 직업상의 건강검진인 것이다. 지난해 50세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9,000여 명 정도 서비스했던 것을 올해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참여대상자를 45세 이상으로 확대하였다. 서비스는 집체교육(2일 12시간)뿐만아니라 이러닝을 통해서도 제공 받을 수 있다. 거듭 강조하지만, 미리미리 퇴직에 대비해야 ‘인생 2막’을 안정적으로 펼칠 수 있다. 재단에서 제공하는 장년나침반제도를 통해 모쪼록 많은 근로자들이 인생 후반전을 대비할 수 있었으면 한다. 고용·노동 분야에 조예가 깊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 요즘 한창 뜨거운 감자인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에 대한 생각을 말해 달라. 우리 기업들 대부분이 근속년수에 따라 임금이 상승하는 호봉제를 운영하고 있어서, 임금체계에 변화를 주지 않고 그대로 갈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적잖은 인건비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실제로 임금 피크제 도입 혹은 임금체계 개편 없이 정년 60세 제도가 시행될 경우, 기업이 추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전체 인건비 중 10%~25%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는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으로 즉, 60세 정년과 함께 가야 할 임금피크제 때문에 나온 것이다. 60세 정년연장은 국가가 고령화 시대에 근로자에게 좀 더 안정적인 일자리에서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 기업을 설득한 것으로, 기업이 한 발 양보한 것이기 때문에 기업들이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는 것에 근로자와 노조가 양보하는 게 맞다고 본다. 특히나 앞으로의 정년은 지금의 60세를 넘어 향후 65세 이상으로까지 높아질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개편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노동계 쪽에서 ‘쉬운 해고’로 이해하는데 결코 쉬운 해고가 아니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공정한 해고가 가능하다는 말로 해석하는 게 맞다. 모든 사업장에서는 징계 차원이나 경영상 불가피한 차원이 아니라도 회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직원들이 있다. 성과가 현저히 낮거나, 태도가 불량하거나, 조직에 적응하지 못한 직원들로, 이들 대부분은 다른 직원의 업무에 방해가 되거나 조직문화를 해친다. 그런데도 현행 노동법체계에서는 경영자가 조처를 하기 어렵다. 실제 근로기준법에 징계해고와 정리해고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성과에 따른 해고나, 다른 부분에 대한 해고는 명시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해고 요건 완화’는 저성과자나 업무 부적응자 혹은 근무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는 기준과 절차, 즉 가이드라인을 말하는 것이다. 기업들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사업 환경에서 경쟁력 있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리고 조직 경쟁력을 방해하는 저해요소를 제거하는 것 역시 필요하다. 그런 차원에서 일반해고의 요건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한 것이다. 노동계에서 ‘쉬운 해고’라고 하는 것은 사용자들이 남용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그 부분만을 확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인데, 이는 진영의 논리이고, 또 노사 간 신뢰가 없기 때문에 나오는 얘기이다. 저성장이 일상이 되어 버린 작금의 상황에서 저성과자 관리는 ‘할 것이냐, 말 것이냐’하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어떻게 잘 할 것인가’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한 문제이다. 본지 특집 주제이기도 한 저성장 시대의 저성과자 관리, 어떻게 접근해야 한다고 보는가.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망가진 기계도 닦고, 조이고, 기름치면 잘 돌아가듯이 일시적으로 문제가 있는 저성과자는 교육훈련과 배치전환 등을 통해 핵심인재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먼저 제공해야 한다. 즉, 밥값을 못하는 저성과자를 스스로 밥값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경고, 배치전환 등 인사권 행사, 교육훈련 등 역량개발 기회 제공, 자발적 사직의 유도, 해고 등 순차적으로 진행해야 한다. 기업이 저성과자에게 충분한 기회를 제공했음에도 지속적으로 저성과자로 남아있는 사람은 개인과 조직 모두를 위해서 해고 등 퇴출을 시킬 수밖에 없다. 기업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이 배려의무차원에서 교육훈련과 배치전환 등의 인사권행사가 ‘선이행의무’이며, 기업에서 해고시키는 것은 ‘마지막 수단’으로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다시 말해 저성과자라 하더라도 기업은 함부로 버리지 말고 고쳐 쓰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물건은 맘에 안 들면 버리고 새로 사면되지만, 사람은 함부로 버리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지속적으로 밥값을 못하는 사람, 아예 일하려는 의욕이 없는 사람, 조직 분위기를 망치는 사람, 도저히 적응이 안 되는 사람까지 보호할 수는 없다. 가슴 아프지만 썩은 사과를 골라내듯이 저성과자를 퇴출시켜야 하는 것도 인재경영의 하나이다. 단, 저성과자 관리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정하고 객관적인 성과평가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끝으로 우리나라 노사관계 발전을 위한 제언을 해 달라.

지금 우리는 무한경쟁의 시대의 한복판에 서 있다.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혁신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를 그대로 답습하거나 변화하지 않고 안주하는 행태로는 기업의 생존을 유지할 수 없다. 제품 하나를 만들어도 남다른 열정과 고민, 그리고 기발한 창의성 없이는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내 기업들의 노사관계도 제품·서비스 혁신 못지않게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노사가 한 마음이 되어 혁신에 나서지 못할 경우 경쟁에 뒤처지는 것은 물론 모두가 시장에서 도태되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속가능한 경제발전과 사회통합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노사관계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시급하다. 이제부터라도 상생의 노사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점을 깊이 새기고 기틀을 바로 세워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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