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연배 DHL Supply Chain Korea CHO/부사장

“웬만한 패션 피플은 명함도 못 내미는 패셔니스타 소믈리에에 버금갈 정도로 와인에 대한 정보는 물론 와인 예절까지 섭렵하고 있는 와인 애호가 남성잡지의 대명사 <맨즈헬스>의 표지모델을 장식한 명품 몸매의 소유자” 이쯤 되면 아마도 많은 이들이 유명 남자 연예인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한민국 HR분야의 시작과 현재를 논하는 데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인물, 변연배 DHL Supply Chain Korea CHO/부사장 이야기다. 변 부사장은“인사담당자라고 하면 뭔가 고리타분하고 틀에 박혀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조직의 변화와 성장을 주도하는 인사담당자일수록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를 즐길 줄 알아야 한다.”라며“최근 재계 전반에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는데, 인사담당자들이 먼저 본보기가 될 수 있도록 스스로 일과 삶의 균형을 더 분명하게 지켜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괴짜 같지만 그 누구보다 본질에 있어서는 정통을 추구하는 변 부사장을 만나 저성장기의 HR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부사장님의 지난 발자취에 대해 말해 달라. IBM에서 처음 인사업무를 시작하여 나이키 홍콩을 거쳐 나이키 코리아, 두산 Seagram, 모토로라 코리아, 지금의 DHL 코리아까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쩌다 보니 다국적 기업에서만 30년째 인사 업무를 보고 있다. IBM에서 첫 인사업무를 시작한 것이 내게는 큰 행운이다. 그 어느곳보다 체계적으로 HR을 배울 수 있었으니 말이다. 실제로 IBM에서 근무한 10년 동안 교육에 투입된 시간만 1년 이상이었다. 단언컨대, 당시 배우고 익혔던 HR 지식과 기술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최고의 자양분이다. 마찬가지로 10년 동안 몸담았던 모토로라 역시 인재 육성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가지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HR에 대한 전문성을 더욱 고도화할 수 있었다. 그간 함께 한 기업들이 모두 감사하지만, 인재경영에 대한 분명한 철학을 가지고 있었던 IBM, 모토로라 두 회사는 정말 내게는 ‘마음의 고향’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고마운 기업들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꼽는다면? 계획했던 대로 결과물이 나올 때의 기분이 어떤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대개 인사담당자들은 새롭게 도입한 제도가 하나의 조직문화로 잘 안착되어 조직의 변화와 성장을 견인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 큰 보람을 느낀다. 나 또한 직접 고안해 낸 아이디어가 조직의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성취감을 느꼈다. 개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성과를 꼽는다고 하면, 모토로라의 휴대폰 사업본부가 한국에서 철수할 당시 최후의 한 사람으로, 남아 있는 직원들에 대한 재취업과 보상에 집중한 끝에 단 한 건의 노사갈등 없이 잘 마무리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특히 아웃플레이스먼트(Outplacement) 프로젝트를 통해 직원 95% 이상이 전직에 성공하는 것을 지켜본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자신들의 전직시기까지 미뤄가면서 최대한 함께해 준 인사부 직원들 역시 잊을 수 없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다. 보통 지금과 같은 불황기에는 당면한 현안에 몰두한 나머지 인재 확보나 관리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저성장 시대의 효율적인 인력운영 방안에 대해 말해 달라. 사실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가장 고통스런 사람들 중의 하나가 인사부 직원들이다. 임금, 복리후생과 같은 근로조건의 퇴보, 교육훈련 축소, 신규채용 중단, 나아가 구조조정으로 인한 노사분규나 직원사기의 추락 등 직원 동기유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이 거의 대부분 이 시기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인사부는 특히 핵심인재의 이탈을 막고 회사의 기강과 업무윤리를 바로 세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관리자들의 리더십과 공정하고도 합리적인 인사관리도 더욱 요구된다. 인사부는 사업의 파트너로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야 한다. 그리고 불가피하게 구조조정이 있는 경우라도 주어진 여건 내에서 최대한 직원을 존중하고 배려해야 한다. 떠나는 직원에 대한 회사의 대우를 남아있는 직원들은 미래의 자신들의 일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저성장세가 지속되다 보니 기업들마다 인재 육성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저성장 시대의 인재 육성 방향과 중점 과제에 대해서도 말해 달라. 불황이라고 하면 기업들이 가장 먼저 취하는 액션이 인재 육성에 대한 예산 삭감이다. 인재 육성에 대한 투자를 비용으로 인식해서 생기는 현상이다. 일견, 자원 배분의 시급성과 비상상황에 대한 대응이라는 관점에서는 이해가 되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인재 육성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하다. 만일 한정된 자원을 인재 육성에 투입해야 한다면 잠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교육투자를 줄이고 핵심 인재와 기업의 시장 경쟁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핵심 역량에 대한 교육 투자에 보다 집중하는 것이 하나의 접근법이 될 것이다. 가장 최악의 경우는 교육 투자를 아예 중지하는 것이다. 이는 미래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결정이다. 최근 부쩍 조직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경쟁력 있는 조직문화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조언한다면. 한때는 일본 기업들이 미국기업들을 추월할 것 같았다. 그런 일본 기업들이 최근에는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쇠락해가고 있다. 경쟁력을 잃은 것이다. 그렇다고 일본 사람들이 나태해지거나 해이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열심히 일한다. 그렇게 열심히 일해도 미국 기업에 뒤처지고 우리 기업에도 뒤처지고 있다. 왜 그럴까.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미국 기업들이 개방적이고 창의적인 조직 문화를 토대로 시장의 변화, 기술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한 반면 일본 기업들은 경직된 조직문화로 대응을 제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자율’과 ‘창의’로 대표되는 구글 특유의 조직문화가 실제로 창업 10년 만에 세계적 기업 반열에 오를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금 우리가 조직문화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의 변화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추지 못한다면 우리 기업들도 일본 기업들처럼 쇠퇴의 길을 걸을 것이다. 그렇다고 조직문화를 단번에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조직문화는 조직 설립 단계에서부터 오랜 시간에 걸쳐 자연적으로 형성된 결과이기 때문에 단번에 바꿀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즉, 환경의 일부라는 생각으로 단계를 밟아 조금씩 개선해 나가는 방향으로 변화를 시도해야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덧붙여 실패를 줄일 수 있는 조직문화 개선 방안에 대해 이야기 한다면, 조직문화 개선 프로그램을 성과평가나 승진제도와 연결 짓는 것도 하나의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규정의 굴레에 갇혀 본질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규정이 본질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 회사의 기본적인 규율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지향하는 목표,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조직문화,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특히 중요한 것 같다. 조직문화는 가정의 가풍과 같은 것이다. 가풍을 만드는 이가 가장이듯이 조직의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도 최고경영자이다. 사실 전문경영인인 최고경영자(CEO)보다는 오너가 더욱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오너가 조직의 수장인 경우 해당조직의 조직문화는 오너의 색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 마련이다. 예컨대, 비도덕적인 비즈니스의 성과에 대해 오너가 담당자를 칭찬한다면 다른 구성원들에게도 그것이 각인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성과만을 좇는 문화로 변모하게 될 것이고, 반대로 오너가 경청하는 자세를 높이 평가한다면 경영진이나 부서장 역시 부하직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사안에 대해 오너가 어떠한 태도와 반응을 보이는지가 자연스럽게 조직문화로 자리 잡게 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들의 평가제도 문제점과 함께 개선 방향에 대해 짚어 달라. 평가를 둘러싼 가장 큰 논점은 평가의 합리성과 타당성에 관한 문제일 것이다. 평가는 기본적으로 어떤 일을 얼마나 잘하느냐의 문제인데 평가하는 사람이나 평가 받는 사람이나 실제 평가 시 이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세계 대부분의 우량기업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목표에 의한 관리(MBO)’방식에 의해 상당 부분 해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리고 평가자 훈련과 평가 결과를 피평가자 본인에게 피드백하는 문제, 평가 결과의 보상/승진제도와의 연계 및 교육 훈련과 개인 개발 계획에 활용하는 문제도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과제이다. 많은 기업들의 사업전략과 HR전략이 Align되지 못하고 따로 가고 있다. 한 방향으로 정렬되기 위한 조언을 한다면. 어느 조직이든 조직목표가 있다. 즉, 조직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조직이 존재하는 것이다. 인사, 재무, 연구계발, 마케팅 등으로 조직이 구분되어 있는 것도 조직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우리 직장인들 실제로는 어떤가. 이러한 전체적인 연결고리는 이해하지 못한 채 어제 하던 일이니 오늘 하고, 전임자가 했던 일이니 당연히 하는 등의 왜 해야 하는지, 뭐가 잘못 됐는지도 모르고 일을한다. 조직의 목표와 개인의 목표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그런데 이 연결고리가 제대로 이어져 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조직장, 부서장, 중간관리자, 실무자 등으로 이루어져 있는 조직을 예로 들어보자. 즉, 개별 단위의 직원들이 맡은 목표를 달성하면 중간관리자의 목표도 완수될 것이고, 그 위에 있는 부서장, 또 그 위에 있는 CEO의 조직목표도 달성될 것이다. 이렇게 한 방향으로 정렬이 되기 위해서는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개별 단위에 있는 직원들도 회사 전체의 목표를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하고 있는 일이 어떤 일인지 정확하게 알 수 있는 것이고, 또 목표 달성을 위한 실질적인 방법들을 고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를 시스템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 성과관리이다. 개별 단위에서부터 조직장인 CEO까지 목표에 대한 성과관리가 체계적으로 잡혀 있어야 한 방향 정렬이 가능하다.

후배 인사담당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사담당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뭔지 아는가? 바로 규정 때문에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그 규정은 누가 만들었는가? 인사담당자가 만든 것이다. 일례로, 과거 공채 과정에서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인 학생의 선발을 두고 인사부서에서 고민에 빠진 적이 있다. 지금은 물론 기준이 졸업예정자까지 확대되어 졸업을 앞둔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지만, 과거 90년대에는 신입사원 선발 기준에 대학 졸업자라는 자격요건이 있었다. 당시 능력은 출중하지만 대학졸업자가 아니어서 선발할 수가 없다고 하는 채용담당자에게 이런 말을 했던 기억이 있다. “채용을 하는 목적이 좋은 사람을 뽑기 위한 것인가? 아니면 대학 졸업장이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한 것인가?”라고. 규정이 본질을 지배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비단 이러한 경우 외에도 많은 인사담당자들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규정의 굴레에 갇혀 본질을 외면하는 경우가 많다. 거듭 강조하지만 지향하는 목표,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회사의 기본적인 규율에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면 본질에 충실하라고 주문하고 싶다. 그런가 하면, 인사담당자들이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가 “당신은 회사 편이요? 직원 편이요?”라는 것인데 결론부터 이야기 한다면, 인사부서는 그 어느 편도 아니다. 인사부서가 회사 편이라고 하는 게 회사에 전적으로 도움이 될 것 같은가? 아니면 직원 편이라고 해서 전적으로 직원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가? 즉, 이분법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회사와 직원이 하나가 되어 공동의 목표를 향해 갈 수 있도록 인사담당자들이 밑그림을 잘 그리면 되는 것이고, 또 비는 곳 없이 전체가 잘 어우러질 수 있도록 채색을 꼼꼼히 하면 되는 것이다. 굳이 “회사의 이익이 먼저냐? 직원의 이익의 먼저냐?”라고 이분법적으로 질문을 한다면 나는 인사담당자 재량으로 직원의 입장에 서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크지 않은 것이 직원에게는 전부가 될 수 있음을 명심하자. 또한 인사부서는 윤리적이어야 한다. 인사부서가 비윤리적이거나 공정하지 못하다면 직원들은 인사부서의 그 어떤 결정에도 수용을 하지 못할 것이다. 이와 함께 경영자에게 쓴 소리를 할 수 있는 용기와 자신의 일을 사랑하는 열정, 그리고 자신감이 되어줄 전문성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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