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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수리 오 형제》에 독수리는 몇 명일까?” 《독수리 오 형제》는 일본 다쓰노코 프로덕션에서 제작한 공상과학 애니메이션이다. 원제목은 과학닌자대갓챠맨(科学忍者隊ガッチャマン)으로 1972년부터 1980년까지 일본 후지 TV에서 방영되었고, 우리나라에서도 1978년부터 여러 차례 방영되었다. 지구 정복을 노리는 비밀 결사 ‘갤럭터’에 맞서 지구를 지키는 특공대의 활약을 그린 이 작품에는 다섯 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팀의 리더켄(Ken)은 평상시에는 시험 비행을 하는 파일럿이다. 켄과 자주 의견이 충돌하는 냉소적인 성격의 조(Joe)는 경주용 자동차 레이서다. 준(Jun)은 유일한 소녀 대원으로 디스코 바 스낵 J를 경영하며, 준을 친 누나처럼 여기는 진페이(Jinpei)는 이 바의 웨이터 겸 요리사로 일한다. 류(Ryuu)는 그저 빈둥거리는 요트 전용 항구의 관리인이다. 이 평범한 다섯 명의 대원은 평소에는 이렇게 각자 일을 하다가 갤럭터가 침공하면 ‘Bird Go!’라는 신호와 함께 다양한 주 무기를 가진 버드 스타일(Bird Style)로 변신한다. 켄은 제트기 G-1호기를 조종하는 독수리로 변신하며 새의 형태를 한 부메랑을 주 무기로 사용한다. 콘돌 조는 G-2호기를 맡아 장도칼과 와이어탄, 신호탄 등이 장착된 에어암을 무기로 쓴다. 준은 백조로 변신해 오토바이형 머신 G-3호기를 타고 로켓포를 발사한다. 진페이는 제비가 되어 수륙 양용 장갑차 G-4호기를 타고 아메리칸 크래커라는 타격 무기를 사용한다. 대형 호버 수송기 G-5호기에 탑승하는 것은 부엉이 류로 엄청난 괴력을 발휘한다. 한편, 더 큰 위기가 닥쳐 각자의 주 무기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이들 다섯 대원들은 하나로 합체하여 불사조가 되어 싸운다. 자, 이제 서두의 질문에 답을 할 수 있을 것이다.《독수리 오 형제》에 독수리는 한 명 뿐이다(따지고 보면《조류 오 남매》이다). 한국어판 제목인《독수리 오 형제》는 유감스럽게도 이 팀의 가장 큰 특징인 다양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좀 더 들여다보면, 조는 일본계 이탈리안이며, 준은 미국인과 일본인의 혼혈이다. 요즘 말로 글로벌 스텝인 셈이다. 가장 나이가 많은 켄과 조는 18세지만 진페이는 11세에 불과하다. 여성 멤버인 준과 가장 어린 진페이는 고아원에서 만난 사이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늘 고민하는 마이너리티들이다. 하지만 다양한 특징과 성장 배경을 가진 이들 다섯 멤버는 합체를 통해 강하고, 냉철하고, 부드럽고, 지혜롭고, 듬직한 면모를 갖춘 팀으로 변모한다. 가장 강한 개체인 독수리 다섯이 아닌 서로 다른 존재들의 유기적 결합이 더 강한 조직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특히, 합체되지 않을 경우 별다른 주 무기가 없는 수송기에 불과하지만 다른 4기와 합체될 경우 불사조 갓 피닉스의 본체가 될 정도의 위력을 갖는 G-5호기는 강한팀에서 개인의 역량이 극대화되는 최상의 사례를 보여준다. “어떻게 강한 팀을 만들 것인가?” 우선 뛰어난 멤버들을 확보해야 한다. 《독수리 오 형제》의 대원들은 평범해 보이지만 각자 사실 지구 수호라는 과제를 수행하는데 필요한 우수한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일상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다양하고 강력한 무기들과 육해공을 넘나드는 적응력, 빠른 스피드와 영민한 두뇌 등은 미션 수행에서 비로소 진가를 발휘한다. 이와 같이 개인의 지식, 기술, 경험 등을 인적 자본(Human Capital)이라고 한다. 강한 팀의 선결 조건은 우수한 인적 자본을 발굴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멤버들 각자가 뛰어나다고 해서 무조건 강한 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들 간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에 따라 더 강해질 수도, 반대로 약해질 수도 있다.《독수리 오 형제》의 2호기 조는 비판적이고 냉소적인 성격 탓에 리더인 켄과 사사건건 부딪친다. 조직의 넘버 원과 넘버 투의 대립이 심화되며 팀이 위기를 겪기도 한다. 하지만 결국 이들이 공유하고 있는 명확한 지향점과 서로의 능력에 대한 신뢰, 의견을 조율하는 다른 멤버들의 역할 등을 통해 갈등마저 더 나은 판단을 위한 과정으로 작용한다.

《독수리 오 형제》의 조직력이 극대화되는 상황은 갤럭터로부터 강력한 공격을 받을 때다. 위기에 닥쳐 각자의 힘으로 버틸 수 없는 시점에 이르면 여지없이 ‘Bird Go!’라는 외침과 함께 다섯 대원들이 합체하여 불사조로 변신한다. 불사조에 장착된 강력한 무기인 버드 미사일의 버튼은 대원들이 함부로 누를 수 없도록 커버가 씌워져 있다. 대원 모두가 탑승하여 합의를 한 후 본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발사할 수 있었기에 서로 간에 소통과 협력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와 같이 개인들의 관계로부터 형성되는 집단적 역량을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라고 한다. 강한 팀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신뢰를 바탕으로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고 강화해야 한다. 1972년《독수리 오 형제》가 나왔을 때 켄과 조의 나이가 18세였으니 벌써 환갑이 넘으셨다. 그럼 이제 지구는 누가 지킬 것인가? 대원 개개인은 언젠가는 은퇴하겠지만,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 간의 관계를 형성하는 조직의 노하우와 시스템이 존재한다면 더욱 강력한 지구 수비대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특정한 인적 자본이 사라지더라도 새로운 역량을 끊임없이 생성하는 힘 즉, 조직 안에 자연스레 녹아있는 문화와 절차, 프로세스 등을 조직적 자본(Organizational Capital)이라고 한다. 인사의 역할은 우수한 인적 자본(Human Capital)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이들을 연결하고 신뢰 관계를 형성하여 협력을 이끌어 낸다면 더욱 강력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러한 조직 역량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구조와 시스템을 설계, 운영한다면 조직적 자본(Organizational Capital)을 갖추게 될 것이다. 우리 조직의 인사는 강한 팀을 만들기 위해 어떤 일에 집중하고 있는가 성찰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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