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시사터치

한국 경제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2016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1%에서 2.8%로 하향 조정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25%라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인하하였다. 수출도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증가세 추이를 보이고 있어 수출 증대를 통한 경기회복도 어려워 보인다. 세계교역이 지속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한국의 주력 수출업종인 가전, 반도체, 선박, 철강 등의 세계시장 공급과잉, 중국과의 기술격차 축소, 수출경쟁국들의 통화 약세 등으로 수출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 경제는 대내외적으로 여러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대외적으로는 브렉시트,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의 성장세 둔화, 유가하락에 따른 원유수출국들의 경기침체와 신흥국 경제의 침체 및 금융불안 등으로 인해 세계 경제의 지속적인 침체와 불안정성 확대가 예상된다. 대내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와 기업부채가 민간소비와 투자를 제약하고, 금리가 인상될 경우 가계의 파산과 한계기업의 도산이 금융시스템을 불안정하게 만들 우려도 있다. 더욱이 북한 리스크는 한국 경제의 전망을 더욱 불투명하게 만들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현재와 같은 저성장·저물가 경제에서는 경기 활성화를 위해 쓸 수 있는 별다른 정책수단이 없다. 정부는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재정지출을 늘리고 통화 당국은 저금리를 유지하는 것 이외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이 현실적 한계이기는 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들어 재정지출에 의존한 경기부양정책은 막대한 가계부채만 남기고 별 효과가 없었다. 추가경정예산이 실효성이 없다는 비판이 많은 이유이다. 특히 예산은 실제 주인 없는 돈이라는 인식이 있어 관료들은 조직적 이익을 위한 불필요한 공공사업에, 정치인들은 향후 득표를 위한 포퓰리즘에 각각 활용되면서 낭비되기가 쉽다. 더욱이 금리가 낮다고 무조건 경기가 활성화되는 것도 아니다. 1999년 일본 중앙은행이 장기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제로금리정책을 도입했지만 기업의 투자도 가계의 소비도 늘지 않았다. 현재 유럽중앙은행과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조차도 경기부양이나 물가상승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 경제도 1%대 저금리정책을 유지하고 있지만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고 미래 전망도 불투명한 상황에서 모든 경제 주체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아무리 이자율이 낮아도 소비나 투자를 늘리지 않는다. 오히려 가계는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며 기업은 투자를 주저하여 낮은 금리로 인해 결국 은행의 수익성만 악화될 수 있다. 과도한 저금리정책은 자산버블을 만들어 경제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여 경제성장률을 높이겠다는 식의 단말마적인 발상을 버려야 한다. 물론 경기부양을 위한 정부의 노력은 계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바로 눈앞에 보이는 나무가 아닌 한 걸음 뒤로 물러나 숲을 보는 관점에서 즉, 한국 경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성장잠재력을 확충하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는 중장기적인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생산가능인구가 더 이상 증가하지 않고 자본의 한계 생산성도 낮아지고 있어 재정투입을 통한 양적 성장을 달성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 경제는 재정확대를 통한 양적인 성장을 도모하기보다는 지식과 아이디어에 기반을 둔 경제의 질적 혁신을 통한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한국 경제의 혁신을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는 한국 경제가 관치경제의 틀을 벗어나 ‘진짜’ 시장경제로 전환되는 것이다. 최근의 대우조선 해양사태는 대표적인 관치경제의 산물이다. 무능한 정피아들의 득세 및 정치인들과 관료들의 결탁으로 인한 비리와 혈세 낭비는 관치경제의 필연적인 결과이다. 세계 10대 강국으로 손꼽히는 한국 경제에서 정부가 재정적 지원으로 기업을 직접 육성하는 개발연대식 산업정책은 한국경제의 규모나 급변하는 산업구조와 세계 경제의 변화속에서 더 이상 성공하기 어렵다. 정부의 역할은 민간 기업이 혁신을 잘하도록 필요한 인력을 양성하면서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가 활성화되고 시장경쟁이 촉진되도록 시장기반을 확충하고 규제를 푸는 것이다. 혁신을 명분으로 정부가 산업이나 시장에 직접 개입하게 되면 또다른 규제를 양산하거나 자원배분이 왜곡된다. 한국 경제의 이른바 ‘혁신’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개혁되어 연구개발이 혁신과 사업화로 더 잘 연결되도록 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한국의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세계 1~2위를 달리지만 연구개발의 질적 수준은 높지 않다. 세계경제포럼의 평가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의 기술수용성은 25위이고 혁신역량은 19위이다. 이는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이다. 연구개발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국내 중심적인 폐쇄적인 연구개발에서 해외와 협업하여 해외의 아이디어와 자원을 더 잘 활용하고 국내 연구주체끼리도 협력하는 개방형 혁신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특히 한국기업들은 혁신의 근원지인 미국의 실리콘밸리나 중국과 일본의 혁신기업들과 협력하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대기업은 미국의 스타트업이나 중간 규모의 혁신기업을 인수하거나 협력하고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외국의 대기업과 협력하는 새로운 기업생태계가 필요하다. 연구개발의 성과가 더 잘 활용될 수 있도록 특허 및 지적자산의 관리시스템을 개혁하고 벤처캐피탈을 위한 금융시장도 발전되어야 한다. 수출전략의 혁신도 필요하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은 내수 주도의 성장을 하기에는 시장이 작아 수출 없이 지속적인 성장은 쉽지 않다. 따라서 제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경제의 발전과 경제의 서비스화에 맞추어 한국의 수출전략도 제품 위주의 수출에서 디지털플랫폼이나 ICT 서비스 기반 수출로 전환되어야 한다. 디지털 경제의 발전으로 인해 거래비용이 하락하고 실시간으로 누구든지 시장정보를 얻을 수 있고 해외 직구와 전자상거래 등이 갈수록 증가되고 있다. 국제무역도 제품 교역보다 디지털 상품과 데이터 무역 등이 증가하고 있고 서비스의 교역재화도 진전되고 있다. 따라서 디지털시대의 수출 확대를 위해서 정부는 관 주도의 양적 지원보다는 세계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수요에 맞추어 새로운 수출전략을 확립해야 할 것이다. 모든 혁신의 주체는 민간 기업이며, 혁신은 건전한 시장경쟁에서만 나온다. 드론,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IoT 등 제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신산업들은 모두 미국의 혁신적 기업들의 창조적 활동의 결과물이다. 국가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고 이를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정부는 경제주체들이 시장에서 스스로 개혁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경쟁을 촉진하고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시장 인프라를 확충해야 할 것이다. 정치적 관점에서는 경제성장률 수치가 정권의 업적으로서 중요할 수 있으나 소득도 늘지 않고 일자리도 없는 국민들에게 성장률 2%, 3%는 중요하지 않다. 국민들의 관심사는 지금의 생활형편이 나아지는 것과 함께 미래의 내 자식들이 잘사는 것이다. 정부는 보여주기식 성장률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미래를 위한 장기적인 구조개혁 청사진을 제시하고 과감한 규제개혁과 구조개혁으로 한국 경제의 혁신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공무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공공부문을 개혁하여 시장을 활성화시키고, 정치권은 정파적 이익을 버리고 개인적 특권을 폐지하여 국민들의 의사를 실질적으로 대변해야 하며, 기업은 정부 지원을 바라기보다 스스로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노력해야 한다.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혁신 없이 한국 경제는 저성장의 늪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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