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경혜 리바이 스트라우스 코리아 상무
드라마 속 어느 과일가게 여주인이 80세 할아버지에게 건넨 한마디. “어머 영감님, 청바지가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세요? 10년은 젊어 보이세요.” 1950년대 이후 젊음과 반항, 히피 문화의 아이콘이자 나이마저 거스르게 만드는 이 마법 같은 옷은 바로 오늘날 데일리룩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아이템 ‘블루진(Blue Jeans)’이다. 진(Jeans)이라는 단일 품목으로 163년의 역사를 만들어온 기업, 리바이스(Levi’s)는 오랜 시간 변치 않는 독창과 혁신의 정신을 지켜왔다. 임직원뿐 아니라 리바이스의 옷을 즐겨 입는 팬들까지도 기업 정신에 뜻을 같이 하는 것은 분명 브랜드의 남다른 힘이다. 리바이 스트라우스의 한국 법인 리바이 스트라우스 코리아(이하 리바이스)의 설경혜 인사총괄(이하 Kay, 리바이스는 국문 직함 대신 이름을 사용한다)을 만나 리바이스의 경영철학과 글로벌 인사전략에 대해 들어보았다. 패션 아이템을 넘어 사회의 기준이 된 브랜드 질기고 튼튼한 천막천을 이용해 바지를 만든 한 남자의 아이디어가 세상의 패션 역사를 바꿔놓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리바이 스트라우스(Levi Strauss). 19세기 초 독일의 가난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미국 서부 골드 러쉬 당시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하여 천막천 생산업을 시작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많은 양의 천을 생산했지만 계약 파기로 물량을 떠안게 되었다. 그러던 중 광부들이 해진 옷을 꿰매는 모습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자신의 천으로 바지를 만든 것이 오늘날의 ‘청바지’다. Kay는 “리바이스의 탄생은 인류에게 최초로 청바지라는 혁신적인 옷을 제공한 것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했고, 척박한 환경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편리함과 실용성을 안겨주었다. 치마로부터 여성을 해방시키고, 당연시 여겨졌던 생산현장에서의 인종차별도 없앴다. 수익의 일부를 불우한 이웃과 공익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등 기업의 역할을 모범적으로 이끌어왔다.”고 리바이스의 기업 정신을 소개했다. 리바이스는 ‘Originality(독창성∙혁신성), Empathy(공감), Integrity(진실성), Courage(용기)’라는 기업 가치를 조직 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실천했고, 이는 시간이 더할수록 브랜드에 깊이 스며들었다. 특히 지역사회 운동, 기부와 봉사는 리바이스의 또 다른 역사다. 1940년대 미국 기업 최초로 인종차별 없는 근무환경, 여성 참정권을 주장했고 성소수자와 에이즈 환자 지원 및 차별 반대 운동을 지속 전개하고 있다. CIT(Community Involvement Team)는 1970년대 설립된 지역사회 기부 및 봉사활동을 전담하는 사내 단체로 전 세계적으로 4천명 이상의 직원이 활동하며, Red Tab Foundation을 통해 근로자와 은퇴자 지원에도 앞장서고 있다. 1991년 수립한 ‘Global Sourcing and Operating Guideline’은 전 세계 생산, 마감 및 협력 업체의 임금, 근로시간, 노동 환경, 도덕성 및 환경관을 표준화해 의류산업의 본보기로 자리를 잡는 등 리바이스는 패션 아이템을 넘어 하나의 사회적 기준으로 통한다. Kay는 “최근 세계 경제의 부정적 요인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실적에서 전년 대비 고루 유지 및 지속 성장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의 경우 매출 12%, 이익 7% 증가로 성장 가능성이 높은 시장으로 여전히 주목받고 있다.”며 리바이스의 미래 성장가능성 또한 밝다고 설명했다. 성소수자도 근무할 수 있고 복장도 자유로우며 조직 내에서 남녀의 역할에 대한 편견 또한 사라진 지 오래다. 기업의 올곧은 정신을 시대와 환경에 맞춰 지켜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물론 임직원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등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리바이스의 인사전략: 인재육성, 성과관리, 몰입 좋은 인사전략을 지녔다 해도 성과와 혁신을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는 이론적 논의에 대한 실천 의지와 공감대 형성, 내부 프로그램 및 시스템 구축까지 단계별 실행을 필수요소로 한다. Kay는 글로벌 기업에서 다져온 내공을 바탕으로 리바이스의 인사전략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인재육성, 성과관리, 몰입을 주요 키 포인트로 하는 리바이스는 우선 순위에 따른 비생산적 활동을 과감히 정리, 내부 자원을 핵심 역량에 집중하고 필요에 따라 외부 자원을 적극 활용한다. 상품개발, 유통, 커뮤니케이션 전반에 대한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고 임직원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관리한다.” 인재육성은 Crucial Roles, Key Talents에 중점을 맞춰 9가지 Box Model을 통해 개별 역량평가 및 육성 계획을 수립하고 실천한다. 후임 계획을 통해 후보자를 육성하며 이동 배치를 통해 동기부여, 인재활용의 유연성을 키운다. 성과관리를 통해 비즈니스 목표 달성, Talent ROI 향상, 조직 전반에 걸친 코칭 및 성과 향상을 이끌고 있는 글로벌기업 리바이스는 장소, 시간, 직급 여하에 상관없이 모든 업무를 내부 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움직여 효율적인 업무와 성과관리를 운영한다. 최근 기업들의 화두가 되고 있는 임직원의 몰입은 내부 서베이를 통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전 직원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해 이직률 하락과 생산성 증가를 동시에 잡는다. Kay는 위와 같은 인사전략은 기업의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전략임을 강조하며 “업계 최고의 어패럴 회사가 되기 위해 매년 매출 4~6% 성장, 이익 7~10% 성장 목표 달성 및 직원 몰입도를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균등한 기회, 공정한 경쟁으로 리바이스 정신 이어가 리바이스의 사회문제 참여와 개선 노력은 조직 내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성차별, 인종차별, 노동자 탄압 등과 같은 이슈는 근본적으로 부재할뿐만 아니라, 성과 창출에 있어서도 균등한 기회와 공정한 경쟁을 추구한다. “사람을 채용하고 성과를 관리하는 데 있어 그 어떤 차별과 제약도 없다. 성소수자도 근무할 수 있고 복장도 자유로우며 조직 내에서 남녀의 역할에 대한 편견 또한 사라진 지 오래다. 기업의 올곧은 정신을 시대와 환경에 맞춰 지켜나가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은 물론 임직원으로부터 피드백을 받는 등 상호 커뮤니케이션을 중시한다.” 리바이스의 인사 기준은 직급, 성별에 상관없이 동등하게 적용된다. 첫째 ‘Know the business(업무이해)’는 본인의 업무지식과 기술력 및 외부 시장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자기주도적 혁신의 자세를 말한다. 둘째 ‘Own the results(결과에 대한 책임)’은 우선순위에 기준한 진행과 책임지는 자세, 용기와 결단력을 뜻한다. 셋째 ‘Company First(회사우선)’은 팀과 회사의 성공을 위해 책임을 공유하고 함께 노력함을 말하며 넷째 ‘Be part of the solution(해결에 적극 참여)’는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인내심과 주인의식이다. 끝으로 ‘Lead by example(솔선수범)’은 타인의 말에 귀 기울이고 변화와 배움에 앞서나가는 자세이다. 글로벌 패션 기업이기 때문에 여성 인력에 대한 별도의 제도나 프로그램이 있냐는 질문이 빠질 수 없는데, Kay는 성의 구분 없이 각자의 능력에 맞춰 일할 수 있도록 ‘인재 활용과 육성’에 집중하는 리바이스에 대해 이야기했다. “패션업계 특성상 여성인력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우리도 6:4 비율로 여성이 우세한 조직이며 관리직(부서장) 또한 5:4로 여성 비율이 높다. 따라서 특별히 여성을 위한 제도나 프로그램보다는 성 균형(Gender Balance)을 올바르게 유지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어 그녀는 “실무에 뛰어난 여성들이 반대로 리더십이나 조직 적응력은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간혹 있다. 업무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팀의 일원으로 협력하는 자세, 구성원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지고 직장생활에 임한다면, 향후 뛰어난 여성 리더들이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한다.”며 같은 길을 가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벤치마킹도 곧 혁신, 다만 충분히 내재화될 수 있도록 기회 가지길
비즈니스의 글로벌화는 말할 것도 없고, 조직관리에 있어서도 국내외를 구분 짓기 힘들 정도로 많은 부분이 시스템화되어가는 추세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의 인사부문을 거쳐왔고 현재 패션 분야의 선두 기업에서 한국과 일본의 인사를 총괄하고 있는 담당자로서 한국 기업의 인사제도 및 운영 시스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견해를 물었다. “많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고 해외 지사 및 매장에 국내 직원을 파견하거나 현지인을 채용한다. 그 과정에서 글로벌 회사의 제도와 시스템을 벤치마킹하고 필요에 따라 연봉제, 성과평가제도, 교육 프로그램 등을 도입한다. 우리가 글로벌 기업들을 벤치마킹하는 이유는 그들이 긴 시간,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가장 최적의 제도와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평가하기 때문이고 이러한 결과가 우리 기업에도 그대로 적용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벤치마킹이 모방과 도용이 아닌 진정한 혁신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각 회사의 사업전략, 조직문화, 구성원의 요구사항 등을 한 방향으로 정리하고 그에 맞게 도입 모델과 방식을 결정해야 한다. 수개월 파일럿 테스트를 통해 수정∙보완하고 도입 이후에도 장애와 저항에 적절히대응해야 하는 것이다. 유명한 컨설팅 회사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우리 회사에 반드시 최적일거란 보장이 없음을 강조하고 싶다.” 비즈니스 환경과 조직의 전략이 변화함에 따라 인사제도 역시 발전과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Kay는 ‘인사관리에 정답은 없지만 환경과 조직의 요구에 맞는 모델을 시기적절이, 미래지향적으로 구현하는 것이 인사담당자의 역할’이라 말하며 끝으로 앞으로의 목표를 이야기했다. “회사의 목표가 곧 나의 목표이고, 비즈니스의 성공이 나의 성공이 된다고 생각한다. 내 일을 즐기고, 구성원들과 작은 성공 스토리를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개인적인 꿈이자 보람이다. 은퇴 이후 커리어를 돌이켜봤을 때 즐겁게 일한 만큼 조직에도 기여했다고 평가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