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부장은 IT/반도체 업계 필드 세일즈우먼으로 15년 이상 근무한 자타 공인 베테랑이다. 그녀는 현재 국내 반도체 무역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직원은 20명 남짓하지만 회사 서열상 ‘넘버 3’로 인정받을 만큼 실력자다. 지금까지 그녀의 업무스타일은 추진력 좋은 돌격 대장이었다. 영업을 하며 남자들 못지않게 적극적이어서 저녁시간에 소주를 기울이는 자리도 서슴지 않았다. 많은 고객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으며 유창한 영어 실력과 매끄러운 매너로 해외 구매선 관리에도 실력을 발휘했다. 이러한 능력을 인정해 회사는 그녀에게 점점 힘을 실어주었다. 부하직원들도 늘어나고 맡게 되는 업무의 영역도 넓어져서 임원대상자로도 고려되고 있는 상황이었다.

버거운 관리자 업무, 사표 생각까지 그런데 요즘 그녀가 회사생활을 힘들어 하고 있다. 회사로부터 든든한 신임을 얻고 있지만 자신의 부족한 면을 최근에 와서 자꾸 느끼게 되기 때문이었다. 지금까지는 필드 세일즈로서 자신이 맡은 일만을 저돌적으로 밀어붙여 성과를 내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임원대상자로서 회사의 입장에서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일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한 부하직원들의 업무분장 및 관리를 해 줘야 했다. 더군다나 늘어난 거래선들을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는 도저히 관리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업무에서 자꾸 놓치는 것이 발생하고 실수가 생겼다. 상사로부터 ‘A부장, 요즘 왜 그래?’ 하는 말을 자주 듣게 됐다. 지금까지 최고임을 자부하며 프라이드가 강했던 그녀에게 가장 힘든 일은 업무 때문에 듣게 되는 핀잔이었다.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니 자신의 역량이 못 미친다고 자책해서 심지어는 회사를 그만둘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 그녀의 문제는 단순했다. 실무자에서 관리자로 넘어가는 성장통을 겪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 회사든 부서장이나 임원에게는 그 분야의 전문성뿐 아니라 팀이나 부하직원에 대한 관리 능력, 그리고 회사입장을 감안한 의사결정 능력 등을 요구한다. 실무자 시절에 이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채 관리자의 반열에 서면 종종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분명한 목표와 우선순위 설정, 우수한 관리자의 필수요소 의기소침해 있는 그녀에게 반도체업계에서 손꼽히는 선수인 B부사장의 업무스타일을 귀띔해 줬다. 그는 현재 40대 후반으로 대기업 반도체회사에서 마케팅 담당 부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빠른 승진으로 업계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인물이다. 가까이에서 그를 본 사람들은 그의 살인적인 스케줄과 실무자를 압도하는 전문성에 혀를 내두른다. 그는 일의 목표가 분명하고 우선순위를 정확하게 두고 집중적으로 일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일을 해내고 있다. 이를 테면, 해외출장을 다녀온 날도 일정은 타이트하다. 여러 개의 회의를 주관하고 저녁에는 직원들과 식사를 한다. 바쁘고 피곤한 시간을 쪼개어 직원들과의 스킨십 부분에 있어서도 게으르지 않다는 얘기다. 업무스타일도 예사롭지 않다. 직원들이 보내는 이메일을 꼼꼼히 읽어 빠르게 회신 하는 편이다. 심지어 첨부자료에 있는 내용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코멘트나 질문을 회신하기도 한다. 공학도이긴 해도 엔지니어 생활을 안 한지 10년이 넘었건만 아직도 미팅에서 엔지니어들을 긴장시키는 핵심을 찌르는 질문을 보면, 항상 보이지 않게 공부하고 있다는 것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가끔씩 B부사장에게는 도대체 하루가 몇 시간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개선을 위한 고민부터 시작하자 생각해 보면 그도 이런 업무 능력을 타고난 것은 아닐 것이다. 실무자에서 관리자가 되며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를 거치고 요령을 터득해서 지금은 수많은 일들을 문제없이 처리해 가고 있을 것이다. 물론 개개인의 기본적인 능력차라는 것은 있겠지만 업무의 능률 향상을 위한 고민과 경험을 하다 보면 누구나 배워 나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이 능력이, 짧은 시간에 또는 학원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실무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여 온 A부장이라면, 그녀가 개선을 위한 고민을 계속해간다면 충분히 그 요령을 스스로 찾을 수 있으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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