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형 기업 모델, 사랑받는 기업 21세기 들어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을 선도한 두 가지 사건이 있다. 바로 고령화 사회와 인터넷 발달이다. 이로 인해 사회적 가치와 삶의 목적에 대한 의식이 증가했고 정보의 흐름이 민주화됐다. 애덤 스미스 이후 자본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변화라 할 수 있는 새로운 자본주의, 투명경영이 중시되는 ‘깨어있는 자본주의’로 시대가 바뀌고 있다. 벤틀리 대학 마케팅 교수로 현재 ‘사랑받는 기업 연구소(Firms of Endearment Insitutue Korea)’ 회장(Global Chairman)으로 활동하고 있는 라젠드라 시소디어(Rajendra Sisodia) 교수가 처음 주창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이 개념은 기업이 직원들을 대하는 방법에서부터 사회, 공급자, 투자자, 고객 등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지금처럼 삶의 의미를 중시하는 시대적 요구에 기업들은 적응해 나가야 하는데 바로 여기에 필요한 것이 ‘사랑받는 기업(FoE; Firms of Endearment)’이다. 사랑받는 기업이란? 사랑과 기업? 언뜻 보면 모순처럼 들리는 이 두 단어의 조합이 참 재밌다. 사랑받는 기업이란 기업이 만들어지고 성장하는 터전인 사회, 모든 공급자들을 아우르는 파트너를 포함해 투자자, 고객, 직원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만족시키고 이해관계자와 동일한 가치, 문화를 공유함으로써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인류 사회에 공헌하는 기업을 말한다. ‘Zero-Sum’ 게임이 아닌 모든 이해관계자의 상호 이득을 추구하며 이해관계자 각각의 목표가 동시에 만족되고 오히려 강화되는 비즈니스 모델에 집중하는 것이다. FoE = SPICEE + PLCI 사랑받는 기업 모델은 <그림1>과 같이 사회(Society & Communities), 파트너(Partners & Suppliers), 투자자(Investor & Financiers), 고객(Customers), 직원(Employees) 그리고 환경(Environment)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에 시소디어 교수는 이 요소들을 잘 아우르기 위한 요소로 존재목적(Higher Purpose), 깨어있는 리더십(Conscious Leadership), 깨어있는 문화(Conscious Culture), 통합(Alignment & Integration) 부문을 추가했다. 갑자기 기업이 없어졌을 때 고객들이 그리워할만한 존재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그러한 가치를 잘 이끌어가는 리더가 있는지, 임원과 직원 간 또는 파트너 간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존재하는 열린 문화가 조성돼 있는지 그리고 각 요소들을 잘 정렬하고 통합하는지 등 빠르게 변화하는 경영 환경 속에서 점차 ‘PLCI’ 부문이 중요시된다고 강조한다. 홀푸드, 이케아, 구글 등 사랑받는 기업 28개사 시소디어 교수는 마케팅투자와 기업의 성과 간에 어떤 관계가 있는지 조사하던 중 특이한 점을 발견했다. 마케팅에 많은 투자를 하지도 않았는데 성과가 높은 기업들이 있다는 것이다. 공통적으로 이해관계자들과 돈독한 감성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이들 기업을 ‘사랑받는 기업(Firms of Endearment)’이라 명명했고 미국 내 1,000여개 기업 중 28개사를 사랑받는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들의 최근 10년간 수익률은 평균 1100%로 국제 신용평가 기관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S&P500 지수를 산정하기 위해 정한 미국 500대 우량 기업의 평균보다 8배나 높다. 짐 콜린스 교수가『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저서에서 정의한 ‘위대한 기업’(성과, 영향력, 명성, 지속성 등을 기준으로 뽑은 우량 기업)에 비해서도 3배가량 많은 이익을 남겼다. 사랑받는 기업을 선정할 때 적용한 기준은 다음과 같다. ◇ 이 회사가 존재함으로써 세상이 더 살기 좋아졌는가? ◇ 이해관계자 전 부분에서 골고루 실적을 쌓았는가? ◇ 열정적인 충성 고객을 가지고 있는가? ◇ 파트타임 근무자들을 잘 대우하는가? ◇ 직원 이직률은 높은가? ◇ 공급업체를 쥐어짜는 것으로 악명 높지는 않은가? ◇ 새로운 사업을 하려 할 때 지역사회가 환영하는가? ◇ 환경관련 법규 위반 사실이 있는가? ◇ 높은 수준의 운용규칙을 전 세계 사업장에 적용하고 있는가? ◇ 경기침체에는 어떻게 대처했는가? ◇ 비생산적인(광고 등) 활동에 돈을 낭비하고 있는가? 사랑받는 기업의 성공 요인 그렇다면 사랑받는 기업으로 선정된 이들의 특별한 성공요인은 무엇일까? 우선 사회 부문의 경우, 직원들의 자발성을 인정해주고 현지의 법률 제도를 존중해주며 경쟁 여건을 개선시키기 위한 경영 환경을 조성한다. 구글의 경우, ‘Google Grants Program’을 실시, 봉사활동 등에 대한 온라인 무료 광고를 해줌으로써 자신들의 관련 사업 툴을 가지고 사회 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즉 관련 산업 내에서 높은 영향력(High Impact)을 추구하는 셈이다. 파트너 부문에서는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자격을 엄격하게 제시하며 다양한 협업시스템을 통한 쌍방 간 경쟁력 제고, 지속적인 자격 관리와 품질 개선 지원을 해주고 있다. 세계 최대 화물 배송업체인 UPS사의 경우, 공급사 다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소수민족이나 여성이 CEO인 회사를 공급사로 선정해 물량을 미리 확보해 주는 식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공급사를 우대해주는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고객 부문에서는 미래 녹색가치 및 사회적 책임 가치를 중시하는 고객들의 자아실현 욕구에 주목하며 제품 자체가 아니라 스토리텔링을 통한 마케팅을 하고 있다. 활발한 체험 마케팅도 성공요인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의 모터사이클 제조업체인 할리데이비슨의 경우 150여 년 동안 HOG(Hally Owner Group)를 선정, 1년간 오토바이와 관련된 액세서리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현재 회원이 295만여 명이나 된다. 이들의 할리데이비슨 사랑은 절대적이다. 투자자 부문에서는 단기 수익보다는 장기 투자를 중시하며 투자와 사회적 가치를 연계시키는 전략을 보인다. 생활 가정용품 제조업체인 유니레버의 경우, 재무보고를 할 때마다 사회적 활동에 쓰인 내역이 자세히 보고된다. ‘귀하의 자금이 어디 어디에 가치 있게 쓰이고 있습니다’라는 식으로 알려줌으로써 투자자에게 수익창출뿐만 아니라 자긍심까지 제공하는 것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사도 회사의 목적이나 경영 방침을 미리 투자자들에게 설명하고 장기 투자자들을 선별·유치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직원 부문의 경우, 수평적이고 참여적인 의사소통을 지향하고 사람을 통한 경쟁 우위를 추구하고 있다. 직원 선발 시 엄격한 기준으로 선발하되 일단 선발이 되면 고용안정으로 최상의 처우를 해주며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되 일과 삶의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회사가 직원에게 베푸는 일방적인 시혜가 아니라 회사와 직원간의 상호 호혜주의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랑받는 기업은 내부승진의 원칙을 지키고 있다. 미국 식료품 체인점인 웨그먼스사의 경우 매장 관리자 절반 이상이 10년 이상 일했던 직원이며 세계 최대의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사는 청소부였던 제임스 데스페인이 CEO가 된 사례로 유명하다. 사랑받는 기업 국내 사례 최근 포스코는 ‘사랑받는 기업 선포식’을 통해 위대한 기업을 넘어 사랑받는 기업으로 재도약해 지속가능한 사회발전과 인류복지에 공헌할 것을 천명했다. 정준양 회장은 “포스코가 앞으로 가야할 길은 사랑받는 기업”이라며 “선포식을 계기로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가장 사랑하고 아끼는 기업으로 거듭나자”고 말했다. 창립 후 불과 30년 만에 세계 1위(1998년, 조강 생산량 기준)에 오른 포스코는 현재 높은 생산성과 기술력으로 경쟁 우위를 유지하고 있다. 권위 있는 기관의 지속가능성 평가(SAM-DJSI)에서 수년 째 철강 부문 리더를 지키고 있으며, 파이넥스 공법을 비롯해 다양한 원천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유치원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과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지역협력에 기여하고 있으며 ‘중견기업 30사 육성 전략’ 등 공급회사에 대한 종합적인 지원 프로그램으로 협력의 질을 높이고 있다. 또한 워렌 버핏이 지분을 대량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투자자에게 안정적인 가치를 제공하고 있으며 고품질 철강 제품의 지속적인 공급으로 고객의 성장을 지원해왔고 직원들에게는 고용안정성, 복리후생 등으로 최상위 수준의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해외의 사랑받는 기업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균형 있게 가치를 제공하고 있다. 포스코는 사내외 직원 및 고객들의 자발적이고 체계적인 활동을 위해 사내에 CEO직속의 ‘문화Board’, ‘실무협의회’와 사외에 ‘이해관계자 포럼’을 신설할 계획이라 한다. 사랑받는 기업 DNA 찾기 사랑받는 기업은 사람들이 함께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기업이다. 함께 일하고 싶은 기업이며 투자하고 싶은 기업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랑받는 기업들이 이해당사자들로부터 받는 충성도와 애정은 그대로 경쟁우위가 된다. 비즈니스도 결국 사람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본주의적인 관점에서 시작되는 ‘사랑받는 기업’은 앞으로의 글로벌 경영 환경에 가장 경쟁력 있는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제 생존, 그리고 경쟁의 차원을 넘어 존경받고 사랑받는 기업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그동안 숨겨져 있던 사랑받는 기업 DNA를 발굴해 사랑받는 기업으로 재도약하길 바란다. 박예진 한경아카데미 연구원 ye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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