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독서리더클럽 강연 지상중계 -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

◆ 독하지 않으면서도 술의 풍미를 간직했고, 인류 최고의 발견이라 할 수 있는 ‘발효’의 정점에서 만들어진 막걸리. 웰빙 트렌드에 따른 소비자들의 욕구가 이 전통주를 주목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몇 년 사이 막걸리 열풍이 뜨겁게 불고 있다. 작년까지 내수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이어, 올해는 중국 일본 등 해외시장의 성장세까지 매일 갱신 중이다. 한경 독서리더클럽에서는 최근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상품에 대해 직접 체험하는 강의를 마련했다. 독서리더들과 함께 한국전통주교육원을 찾아『막걸리 수첩』의 저자 류인수 한국가양주연구소 소장을 만났다.

만화 ‘식객’의 젊은 술꾼, 류인수 가양주연구소장이라는 직함이나 전통주라는 영역을 다루는 무게감을 생각했을 때,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개량 한복에 머리가 희끗하고 연륜이 묻어나는 미간의 주름 같은 것들 말이다. 류인수 소장을 만나보니 개량 한복까진 맞았는데 나머지는 모두 예상을 빗나갔다. 개량 한복을 입은 덥수룩한 검은 머리의 30대 젊은 청년이었던 것. 젊은 사람이 우리 전통주를 알면 얼마나 알까 싶다면 오산이다. 그가 만화 ‘식객’에 우리 전통주를 지키는 젊은 술꾼으로 소개되기도 했던 것처럼, 오히려 패기와 열정이 그를 전통주 전문가로 만들어 줬다. “사실 제가 먹으려고 술을 담다가 전통주 전문가가 됐어요.” 농담처럼 던진 말 같지만 그것이 류인수 소장의 시작이었다. 그러다 전통주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한경 독서리더클럽 도서로 선정된『막걸리 수첩』만 해도 저자가 일주일에 5천km를 달려 전국 각지의 양조장을 찾아다니며 발품을 팔고, 직접 마시며 ‘속품’을 판 덕에 나온 결과물이었다. “막걸리 양조장을 찾아 한잔 얻어 맛을 보고, 가장 가까운 가게에서 한 병 사다가 먹어보고, 그렇게 다시 길을 떠나 다른 양조장을 찾고, 그러다 운전을 못하겠다 싶으면 그날은 그곳에서 잠들며 전국 막걸리 정보를 모았습니다.” 그 지역에 가지 않으면 맛보지 못하는 양질의 지역 막걸리들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이 책을 탄생시켰다. 각 지역의 조건이 모두 다르기에 각각의 풍미와 특색 또한 각양각색이니, 전국 막걸리를 한권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막걸리의 특색과 스토리는 물론 그에 어울리는 안주까지 친절하게 추천하고 있다. 그가 우리 술을 따라 떠난 여정은『전통주 수첩』이라는 책으로도 탄생했다. 우리 술의 대중화를 위해 전통주 만드는 교실도 운영하고 그 정보를 이름도 근사한 ‘술독닷컴(www.suldoc.com)’에 공개하고 있다.

노벨 술 상’이 있다면 1등! 막걸리 예찬론 그는 한국이 세계에서 유일한 탁주를 가진 나라이며 유일하게 많은 ‘균'들이 들어있는 술을 먹는 나라, 그 덕에 온갖 영양분이 들어있는 ’약술'을 가진 나라이기도 하다며 더없이 자랑스러워했다. 미생물이 가진 효소물질들이 막걸리의 항암기능을 높이는 것이기에 그야말로 살아있는 술, 완벽히 건강에 이로운 술을 가졌다는 자부심이었다. ▲ 막걸리를 더욱 즐겨 마시면 그것이 곧 세계의 술이 되는 길이라고 강조하는 류인수 소장. “만약 '노벨 술 상'이 있었다면 막걸리가 받았을 거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살아 있는 사람이니 살아 있는 술을 먹어야죠. 미생물이 가진 ‘살아있음'을 막걸리가 품고 있으니, 저는 하루 막걸리 한 병이 장수의 지름길이지 않나 생각합니다.(웃음)” 류인수 소장은 동동주와 막걸리의 차이를 아느냐고 물었다. 쉽사리 떠오르지 않아 답이 궁색한데 정답은 의의로 간단했다. 발효를 하는 동안 밥알이 동동 떠 있다고 해서 동동주. 지금 막 걸러서, 대충 막 걸러서 먹는다고 막걸리라는 것이다. 술을 담근 상태나 술을 거르는 모습을 담은 언어 그대로 이름이 된 우리 술, 참 정겹다. 쌀알이 모여 떠있는 모습이 하얀 꽃 같다 해서 백화주, 그 꽃이 매화 핀듯해서 매화주, 발효되는 술의 색이 노란 황금빛이라 해서 황금주, 이렇게 형상과 빛깔 같은 것에 따라 막걸리는 다양한 이름으로 역사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그는 막걸리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 ‘만들자마자 바로 마시는 것’을 추천했다. 빚어놓은 술에 물을 희석하면 알코올 도수가 낮아져 다른 잡균들의 증식이 일어나 빠르게 신맛이 나게 된다. ‘지금 바로 걸러 마시는 술’이 막걸리라는 점을 잊지 말고 맛이 변하기 전에 빨리 먹는 것이 상책이라는 것. 막걸리의 맛을 좌우하는 세 가지로는 쌀, 물, 혼을 꼽았다. 막걸리는 여느 술과는 다르게 곡물 전체를 먹는 것이기 때문에 곡물 맛이 곧 막걸리의 맛이기 때문이다. 또 막걸리를 제조하기 위해서는 많은 물을 희석해야 하기에 물맛이 막걸리 맛을 좌우한다. 물 좋은 곳을 찾으려거든 막걸리 제조장을 찾으면 된다는 말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술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혼이라며, 혼이 들어간 술은 절대 술맛을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술을 빚는 장인의 특징은 언제 어느 곳에 가더라도 생각은 항상 발효조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한다. 정성을 다한 술은, 그 정신이 술에 배어 최고의 맛을 선사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기술력이 더해져야 맛 좋은 막걸리가 완성된다.

막걸리 유전자를 깨우는 막걸리 파티 『막걸리 수첩』에 나와 있는 전국 막걸리 정보를 살펴보다가, 필자가 먹어본 막걸리를 표시해보기 시작했다. 101가지 가운데 고작 다섯 가지 밖에 되질 않았다. 그러다 보니 다른 지역에 가게 되면 그 고장 막걸리를 유심히 보게 되고, 그곳에서 술을 나눌 기회가 생기면 꼭 지역 막걸리 한 병을 주문하게 된다. 이러한 관심은 어쩌면 류인수 회장이 말한 ‘막걸리 유전자’가 내 안에도 잠재되어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과거 우리 막걸리는 지금처럼 단순히 즐기기 위한 술이 아닌, 땀 흘려 일하고 난 후 시원한 청량감으로 노동의 힘겨움을 씻어주는 탄산음료였으며, 먹을 게 없던 시절에는 배고픔을 달래주는 건강음료였습니다. 우리 몸속의 뜨거운 피에는 ‘막걸리 유전자’가 흐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만큼 우리에게 친한 동네 벗과 같은 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우리네 막걸리가 세계로 나가 그 기운을 떨치길 바라는 마음일 것입니다. 하지만 좀 더 ‘막걸리 식’으로 생각하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막걸리를 굳이 세계의 술로 만들려 하기보다는, 우리가 막걸리를 더욱 즐겨 마시면 그것이 곧 세계의 술이 되는 길 아닐까요.” 전통주교육원에서 빚은 막걸리를 현장에서 직접 걸러 즉석 막걸리 잔치를 벌였다. 배고프던 시절, 주린 배를 채워주던 술에서 이제는 건강을 생각하고 입맛까지 다스리는 막걸리. 물맛 따라 다르고 쌀 맛 따라 다른 막걸리의 맛을 즐기고, 손맛 따라 다르고 함께하는 벗 따라 다른 막걸리의 향에 취해 잠시 눈을 감아도 좋을 일이다. 전통 제조장들이 손수 빚은 우리네 막걸리, 그 풍성한 맛과 그윽한 술 향기를 따라가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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