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채용 시즌이다. 많은 회사가 본격적으로 9월부터 채용에 나선다. 대학별로 마련된 취업박람회, 채용설명회 등을 통해 취업준비생들과 만난다. 9월은 인재를 모셔가기 위해 회사도 준비를 많이 하는 때이지만 취업준비생들 입장에서도 긴장감 속에서 분주히 움직일 시기이다. 지난여름, 지방의 한 기관에서 주최하는 인턴십 프로그램에 갔을 때의 일이다. 취업을 희망하는 젊은이들이 강의장 가득 모였다. 자기소개서 작성, 면접에 임하는 방법 등에 대해 현직 인사담당자로서 조언을 해주는 자리였다. 많은 젊은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질문도 끊이지 않았다. 그들의 눈에서 의지와 결의가 읽혔다. 반갑고도 고마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들과는 사뭇 다른 반응을 보이는 친구들도 있었다. 어떤 얘기가 오가도 스마트폰에만 열중하는 사람, 옆에 앉은 친구와 소곤소곤 얘기하며 자기들만의 화제에 빠진 사람, 피곤한지 연신 졸고 있는 친구들 등 나는 이런 친구들의 눈에서 뜻밖의 것을 보았다. 그건 일종의 체념이었다. ‘해도 안 될 것을 뭐 하러 저렇게 열심히 하나’하는. 사실 상당히 놀랐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런 반응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었던 것을 새삼 깨달았다. 지난해에도 또 그 이전 해에도 이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는 학생들을 보았었다. 젊은이들이 아무리 노력해도 나아지지 않는다는 이른바 ‘헬조선’이라는 말이 나오면서부터인 듯 했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단어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심정을 이해할 수는 있다. 젊은이들이 노력한 만큼 이룰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다 보면 낙담하고 좌절하고 희망을 잃어버려 이런 상황이 될 수 있다.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 기성세대로서 책임감을 느낀다. 몇 년 전 어느 고등학교에 선배와의 대화라는 주제로 학생들 앞에 선적이 있다. 학생들 앞에서 강의하러 가기 전날, 당시 비슷한 또래였던 딸에게 물어보았다. 무슨 얘기를 하면 아이들이 좋아하냐고. 딸의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무슨 얘기를 해도 듣지 않을 테니 아빠가 하고 싶은 얘기를 하세요.”황당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아이들은 제각각이었다. 마치 한 시간 쉬는 시간이 생겨서 즐거운데 웬 아저씨 하나가 와서 귀찮게 하느냐는 태도였다. 나랑 눈을 맞추고 내 얘기를 들어주는 학생들은 단 몇 명에 지나지 않았다. 그때는 아직 이 친구들이 어려서 그렇구나 생각했었다. 올여름 만난 젊은이들은 어리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이유로 특강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들의 심정을 하나하나 헤아릴 수는 없으나 마음 한쪽에 자리 잡은 분노와 실망, 허탈감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았다. 자, 이제 다시 인사담당자의 입장에서 바라보자. 채용을 통해 많은 신입사원들이, 또는 경력사원이 조직에 합류한다. 대부분 열정이 넘치고 업무를 하려는 의욕으로 가득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지는 않다. 때로는 열정을 가장하고 의욕을 과대 포장한 채 면접을 통과하기도 한다. 열정이 가득해서 입사하더라도 일상에 적응하다 보니 또는 갑자기 바뀐 환경에 의욕을 잃어버리게 되는 경우도 있다. 입사 후 1년 이내에 이런 상황을 겪는 사람이 제법 있고, 대략 3년 내에는 많은 사람이 이런 경험을 하게 된다. 아무리 좋은 인재, 의욕에 넘치는 인재를 채용한다 해도 그 마음이 내내 유지하기란 참으로 힘든 일이다. 입사할 때부터 그런 마음이 없었다고 하면 더더욱 힘들 것이다. 이때 직원의 사기 유지라는 커다란 과제가 인사담당에게 부여된다. 조직이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 공동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곳이다. 서로를 격려하고 믿고 의지할 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 조직이란 참으로 오묘해서 어느 한 사람의 낙담과 외면이 은근히 조직 내에 전파된다. ‘뭐 이런다고 잘 되겠어?’라든가 ‘이런 거 그전에 다 해봤잖아, 잘 안 되잖아.’ 혹은 ‘왜 내가 이런 고생을 사서 하고 있어?’라는 의식이 번지고 퍼지면 조직은 급속히 활기를 잃고 성과를 낼 수 없게 된다. ‘지금은 힘들지만 한번 해보겠다, 할 수 있다’는 생각과 의지가 사라지면 조직은 흔들리게 된다.

인사담당자의 역할이 이때 더욱 필요하다. 힘든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맥 빠진 구성원에 힘을 주는 사기충전자로서의 기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람들을 만나고,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하고, 대안을 고민하고, 경영진에 의견을 개진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은 인재를 채용하면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지원자를 인터뷰하고 오랜 기간 검토한 후에야 극소수를 채용한다.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을 다해 채용한다. 사실 그렇게 해야 한다. 채용에 신중을 기해야, 그런 사람들로 조직을 구성해야 건강하고 활력을 잃지 않고 위기에 강한 조직이 된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채용 시즌에 공채라는 관문을 통해 적게는 몇 명부터 많게는 천여 명에 이르는 신입사원을 채용한다. 거기에 한 사람 한 사람을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과정이 들어갈 수 없다. 안타깝지만 그것이 우리의 방식이고, 반대로 젊은이들이 사회에 진출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채용 시즌이다. 채용을 앞둔 젊은 청춘들에게는 도전과 기회의 장이고, 회사의 인사담당자에게는 엄청나게 많은 일이 주어지는 시기이다.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우리 회사에 적합한 구성원을 맞이하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좀 더 현실적으로 말해서, 얼마 후 인사담당이 해야 할 일인 신입사원들이 회사에 잘 적응하도록 도와주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라도, 채용 업무에 신경을 더욱 써야 할 것이다. 신입사원들이 자신의 역할을 당당히 다 하고 믿음직한 구성원이 되는 그날을 상상하며 좀 더 힘을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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