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최근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는 직무능력 중심 채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서구 국가들의 경우에는 어떨까? 그들은 오히려 반대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같은 서구 국가들에서는 1960년대와 1970년대까지는 채용에 있어 사람과 직무를 맞추는 방식에 집중하였다. 즉, 특정 직무를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지식, 숙련, 능력 등 직무요건을 갖춘 지원자들을 선발하고 채용할 수 있는 방식에 중점을 두었다. 하지만 1980년대 이후부터는 지원자를 직무보다는 더 넓은 개념에서 기업의 특성과 맞추는 방식의 장점이 더 부각되고 있다. 과거의 특정 직무 기술보다는 리더십, 창조성, 의사소통 능력 등과 같은 역량들이 강조되고 있다. 이는 경영환경이 복잡해지고 빨리 변하게 되면서 기업들이 유연한 채용제도를 유지하기 원하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즉, 특정한 직무만을 담당하기보다는 경영환경이 달라짐에 따라 다른 업무들도 유연하게 맡을 수 있는 인력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는 특정 직무보다는 조직문화에 적합하고 다양한 직무들을 담당할 수 있는 인재를 채용하는 관행을 가지고 있었고, 최근에 특정 직무 능력을 중요시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결국 채용제도의 효율성은 기업들이 원하는 직무역량과 지원자들이 가지고 있는 직무역량 간에 발생하는 이른바 ‘직무 불일치(Job Mismatch)’ 문제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과도한 스펙’ 쌓기도 결국 스펙이 적절한 인재에 대한 신호기제로서의 역할을 더 이상 수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인해 문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직무요건(Job Requirements)에 대한 정보를 어떠한 방식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효율적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서구 국가들의 경우 직무 표준화를 통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였다. 최근 우리나라도 시행하고 있는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e Standard)과 국가역량체계(NQF: National Qualification Framework)가 이러한 방식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은 여러 가지 목적을 위해 개발되고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노동시장에서의 이동에 있어 중요한 노동시장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특정 근로자가 어떤 분야에서 어느 정도의 숙련 수준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표준화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기업은 근로자의 숙련 분야 및 수준에 대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있고 근로자는 자신의 숙련 분야를 필요로 하는 수요처를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또한, 특정 수준의 특정 직무에 대한 임금정보까지 통합함으로써 노동시장의 불명확성을 상당 부분 제거할 수 있는 기능이 있다. 결국, 국가직무능력표준이 잘 개발되고 제대로 운영되면 노동시장에서의 거래비용을 상당 부문 감소시킬 수 있고 이를 기업과 근로자가 공유할 수 있는 장점이 큰 것이다. 국가직무능력표준이 활용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인사관리 제도 중의 대표적인 분야가 채용제도이다. NCS 채용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지닌다. 첫째, 채용기준의 사전 공개이다. 채용일정, 직군 및 직무별 업무내용 및 필요 역량 등의 채용 기준은 채용공고문을 통해 사전에 공개되어야 하며, NCS 기반 채용 공고문은 채용분야의 NCS 분류, 직무수행 내용, 필요 지식, 기술, 태도, 자격, 직업기초능력 등의 정보를 포함해야 한다. 둘째, NCS 채용의 특징은 채용기준에 따른 직무역량 평가에 있다. 입사지원서에서는 개인 신상정보를 배제하고, 직무와 관련된 능력에 해당하는 경험을 작성하도록 한다. 필기평가에서는 NCS의 직업기초능력과 직무수행능력의 핵심요소를 평가한다. 면접평가에서는 직업기초능력과 직무수행능력을 각 기업 특성에 맞추어 평가 한다. 기존 채용제도와 비교하여 보면 서류전형에 있어 출신학교, 신체조건, 가족관계 등 직무와 관련이 적은 항목들이 상당부문 존재했던 반면 NCS 기반 서류전형에서는 구체적인 직무 내역 및 요건을 제시하고 지원 직무와 관련된 활동이나 경험 그리고 자격 등을 기술하도록하며 기업의 핵심가치 및 인재상 관련 내용으로 자기소개서 항목을 구체화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진다. 필기전형에서도 기존 채용제도에서는 전공과목이나 상식 등 일반적인 지식에 대한 검증 위주로 이루어진 반면 NCS 기반 채용에서는 직무수행에 필요한 인성, 능력, 지식, 직업기초능력 등 직무 적합성을 평가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게 된다. 면접전형에서도 기존 채용제도는 비구조화된 면접으로 회사에 대한 지원동기나 개인 특성 등에 대한 질문을 주로 하지만 NCS 기반에서는 경험 및 상황 면접, 직무 관련 발표 및 토론 등 구조화된 방법으로 평가를 진행하게 된다.

최근의 이러한 채용 관행에서의 변화는 여러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다. H 자동차의 경우 학교, 학점, 영어성적 등 스펙을 최소화하고 지원자의 직무능력과 열정만으로 선발을 실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능력과 무관한 입사지원서 항목을 최소화하고 있다. 즉, 사진, 부모님 주소, 해외거주 경험 등은 2013년부터 입사지원서 항목에서 삭제하였고, 봉사활동인 동아리 활동 등 직무능력과 무관한 항목은 2015년부터 제외하였다. 또한 2013년부터 ‘The H’라는 제도를 운영하여 인사담당자들이 대학교, 자동차대회 등에 방문하여 지원자들을 직접 캐스팅하고 지원자 직무능력 및 태도를 중심으로 평가하여 선발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2011년부터 ‘Job Fair’를 실시하여 지원자의 모든 인적사항, 스펙 등을 배제하고 지원자 자기 PR을 통해 직무관심도를 평가하여 서류전형을 면제하는 제도도 운영한다. 블라인드 면접을 통해 신입 및 인턴채용 실무 면접 시 직무능력과 무관한 지원자 학교, 학점 등을 블라인드 처리하고, 면접관은 지원자의 직무능력과 역량에 집중하여 면접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L 기업의 경우 2007년부터 역량구조화 면접을 실시하여 면접관의 주관적 성향에 따른 평가를 최소화하고 지원자의 직무역량에 기반한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또한, 탈스펙 채용을 위해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여 지원서에 지원자의 학력과 관련된 사항을 블라인드 처리하여 학력에 대한 선입견을 차단하고, 지원자가 보유한 역량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스펙 다이어트를 통해 입사 지원서에서 사진, 수상경력, 동아리 활동, 어학연수 등과 같은 직무능력과 무관한 항목들을 삭제하여 능력 중심 채용을 강화하고 있다. 2015년 상반기부터는 ‘스펙태클(Spec-Tackle) 오디션’을 진행하여 직무능력 및 창의성을 보유한 우수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오직 직무수행에 적합한 능력만을 평가하여 인재를 선발하고 있다. P 기업의 경우에는 2013년부터 ‘챌린지 인턴십’을 운영하고 있는데 연 400명 규모이다. 스펙 초월 전형을 실시하여 입사지원서 항목 중학교, 학점, 어학점수 등 스펙에 해당되는 항목은 모두 삭제하였다. 평가과정에서는 블라인드 평가를 시행하여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는 지원자의 학력, 어학, 학점 등이 제공되지 않는 블라인드 평가를 실시하며, 실무역량을 평가하기 위해 현업 평가위원이 참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16년부터는 전공불문 계열별 채용을 실시하고 있는데 전공 및 직군별로 실시해오던 채용 모집분야를 계열별(이공계/인문사회계) 모집으로 변경하였다. 직무역량 수준 평가강화를 위해 ‘직무적합성평가’를 신설하였고 직무평가 비중을 상향하고 ‘직무에세이’를 도입하였다. G 기업의 경우에는 지원자격에서 어학 성적 기준을 폐지하였다. 다만 직무 수행 상황에서 어학 능력이 필수적이라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면접에서 이를 검증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이는 스펙이 아닌 실질적인 업무 수행능력을 채용의 주요 판단 기준으로 삼고자 하는 취지의 조치라고 보인다. 또한, 모집 분야별 직무 내용을 공고에 기재함으로써 지원자로 하여금 관련 직무 필요 역량을 사전에 생각하고 준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적성검사 시 NCS 기반 문제를 도입하였다. 즉, 2016년부터 NCS 기반의 문제를 적성검사에 일부 반영하여 지원자의 직무 상황에서의 능력 검증을 강화하고자 하였다.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여 1차 면접(직무PT/인성)에서 지원자의 자기소개서를 제외한 스펙(학교/학점/어학/성적 등) 자료는 일체 제공되지 않는다. L 기업은 대졸 신입공채 입사지원서 작성 시 직무능력과 무관한 항목(가족관계, 직장경력, 사회활동, 봉사활동, 어학연수, IT활용능력, 커뮤니티활동 등)을 삭제하였다. 직무능력과 무관한 질문을 하지 않도록면접위원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여 개인 신상이나 가족관계 등에 대한 질문을 하지 않도록 하였다. 이공계 신입공채 시에는 공학교육인증 졸업생 채용을 우대하였는데 이는 스펙보다는 직무 관련 전공실력을 갖춘 인력을 우대하기 위한 조치이다. C 기업의 경우에는 블라인드 서류전형을 실시하여 인사팀이 아닌 실제 채용할 부서의 직무 전문가들이 직접 자기소개서를 읽고 직무경험을 중심으로 평가를 실시하는데 이 과정에서 지원자 이름 이외에 출신학교, 자격증, 어학 등 개인 스펙은 볼 수 없도록 하였다. 2015년 상반기부터는 스펙 다이어트를 실시하여 개인정보 외 불필요한 입력란을 폐지하고, 이력서 작성 시 가족사항, 신체정보 등 불필요한 정보입력을 폐지하였다. 2015년 하반기부터는 어학기준도 철폐하였다. 과거 신입사원 지원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어학점수가 있어야 지원이 가능했지만 15년부터 일반 전형의 경우 어학기준을 철폐하여 누구든지 지원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S 기업에서는 2014년부터 ‘드림스테이지 면접’을 도입하여 스펙 중심의 평가방식에서 탈피하여 직무에 대한 열정과 역량만을 평가하는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여 출신대학이나 전공 같은 개인정보는 일체 활용하지 않고 있다. 대신, 하고 싶은 일에 대한 준비과정과 잠재역량을 제한된 형식 없이 마음껏 펼치는 오디션 형태의 면접을 실시한다.인문학적 소양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청년영웅단 제도’를 도입하였는데 매년 전국 10개 대학교에서 인문학 콘서트를 개최하여 참석자 중 테스트를 통과한 이들을 청년영웅단으로 선발한다. 청년영웅단은 신입공채 지원 시 서류전형과 1차 면접을 면제하고 드림스테이지(2차 면접)부터 바로 응시가 가능하다. 현업인재를 발굴하기 위한 S-Scout 제도도 실시하고 있는데 파워블로거, 마니아, 덕후, 경진대회 수상자 등 특별한 능력과 경험을 가진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도입하였다. 이상의 예들에서 알 수 있듯이 많은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을 선발하고 채용하기 위하여 많은 제도들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들은 우리나라의 노동시장 환경과 지원자들의 특성, 그리고 기업이 필요로 하는 인재상 등이 바뀌면서 기존의 채용방식으로는 더 이상 기업이 필요로 하는 적절한 인재를 뽑기 어렵다는 상황 변화에 의해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즉, 과거에는 일반적 지식 및 숙련을 가진 조직문화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하여 여러 가지 직무를 담당할 수 있는 범용적 인재를 활용하기 위하여 대졸공채 방식의 채용제도를 선호하였지만 이제는 여러 가지 경영환경의 변화로 특정 직무능력을 갖춘 근로자를 선발하여 특정 직무를 전담시키는 방식으로 채용제도가 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방식으로 근로자를 선발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지에 대한 정답은 없다. 다만 경영환경에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근로자들을 모집하고 선발하고 채용하는 기업의 적응 방식의 변화만이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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