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UDY ON HR STUDY

HR 혁신을 통한 위기의 한국기업 재창조: 인더스트리 4.0을 미리 대비하자 1회: 전사적 혁신을 통한 기업의 경쟁력 제고 2회: 과학기술의 발전이 초래할 일하는 방식의 혁신 3회: 인재를 모으는 방법 4회: 직급 체계는 위계적 조직 운영의 마지막 보루 5회: 성과 평가는 지속되어야 하는가? 전도 유망한 엔지니어가 자포스(ZAPPOS)에서 동대문으로 간 까닭은? 연초에 어느 온라인 매체에 게재된 기사가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기사의 내용은 자포스의 유일한 한국인이었고 홈디포(Home Depot)에 스카우트까지 되었던 어느 엔지니어의 동대문 진출에 관한 것이었다. 잘 나가던 그가 갑자기 모두가 부러워하는 조건들을 포기하고 동대문을 자포스로 만들겠다는 포부 하나로 척박한 동대문 상권에 도전장을 던졌다는 기사는 스토리텔링의 모든 요소를 잘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이 기사에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자포스라는 기업의 상징성 때문이다. 자포스는 최고의 고객만족을 지향하는 세계 최대의 신발 온라인 쇼핑몰 기업으로, 아마존이 최고가에 이 업체를 인수했다는 사실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더욱 눈여겨볼 점은 자포스가 최근 시도하고 있는 독특하고 혁신적인 기업구조와 운영방식이며, 이러한 실험들이 과연 어떠한 결말을 맺을 것인가이다. 지식 기반 경제에서도 건재한 위계적 조직 구조와 계층화된 직급 체계

1990년대 중후 반부터 밀레니엄 시대에 맞는 새로운 기업 운영 방식을 찾고자 하는 방안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개념이 부각되었다. 지식 기반 경제에서는 수확체증의 법칙이 적용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이 규모의 경제에 기반한 제조업 중심의 굴뚝산업(Smokestack Industry)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대표적으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이 각광을 받았고, 국내에서도 외환위기를 극복한 후 2000년대 초반 닷컴(.com) 열풍이 일면서 많은 벤처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출현과 닷컴 기업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기업은 여전히 전통적인 굴뚝산업에서 비롯된 위계적 조직구조와 계층화된 직급구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기업에서의 의사결정 권한은 위계적 계층구조의 상위 계층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러한 구조를 따라 지시와 보고가 이루어진다. 즉 전통적 기업 조직은 인위적으로 설계된 위계적 네트워크 구조로서, 의사결정권이 CEO에게 집중된 형태를 갖는다. 이러한 위계적 조직 구조상에서 구성원 각자가 담당하는 역할은 계층적인 직급 구조에 의해서 뒷받침된다. 또한 구성원 개개인의 가치는 담당한 업무(직무)의 가치나 자신이 보유한 역량에 대한 조직의 가치 부여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그 구조는 조직의 위계적 구조와 유사한 계층화된 구조가 된다. 이처럼 조직 구조와 직급 체계는 이른바 ‘동형화(Isomorphism)의 원칙’에 따라 운영되고 있으며, 조직 구성원들은 상명하복의 행동을 충실히 수행한 대가로 직급의 사다리(Ladder)를 따라서 승진과 급여의 인상이라는 반대급부를 취하게 된다. 최근 전통적인 위계 구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하여 조직의 하부로 권한을 위임(Delegation)하거나, 팀 레벨에서 ‘자율 팀’을 운영하면서 팀 리더를 구성원들의 자율적 의사결정을 통해서 선출하는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권한의 위임은 위계적 조직구조를 지탱해 온 계층적 직급 체계와 모순된다. 또한 기업들이 부서 간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 및 순환근무를 강화하는 노력들을 시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노력만으로 부서 간 장벽(Silo Effect)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부서 간 장벽은 의사결정 권한의 위계적 구조와 이를 뒷받침하는 직원들의 계층화 구조(즉 직급 체계)에 의해서 업무처리의 수평적 흐름이 저해되는 근본적인 기능장애(Malfunction) 현상이다. 심지어 많은 기업들은 부서 내 혹은 부서 간의 경쟁에 기반한 인센티브 제도의 운영으로 부서 간 협업을 방해하고 부서 간 장벽을 공고히 하는 우(愚)를 범하고 있다. 따라서 구조적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위계적 조직구조와 계층적 직급 체계를 전반적으로 혁신해야만 한다. 계층이 소멸한 기업이 정말 가능한 이야기인가? 그렇다면 기업들이 위계적 구조를 해체하고 인위적인 직급 체계를 폐지한다면 어떤 모습이 될까? 그 결과는 조직의 구성원들이 각자 맡은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거대한 업무 연결망(Work Network)이 될 것이다. 과거 저자가 실제로 몸담았던 ICT 기업에서 구성원들의 업무 연결 관계를 네트워크 분석기법(Network Analysis)으로 분석한 결과, 조직 구성원들 간의 업무 연결관계는 자기 유사성(Self-Similarity)을 가진 좁은 세상(Small World)의 네트워크라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하지만 직무 수준(Job Level)에서 발견된 네트워크의 긍정적인 특성이 기업의 경쟁우위로 충분히 발현되지 못한 것은 다름아닌 조직의 상부 구조, 즉 위계적 조직 구조와 계층화된 직급구조 때문이었다. 위계적 조직구조와 계층화된 직급 체계가 구성원들의 창의성 발현을 저해하고, 구성원 간 혹은 부서 간의 협업을 어렵게 만들고, 나아가서 모든 구성원들이 동일한 목표를 위하여 역량을 결집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자포스는 근로자가 업무보다 직급, 절차 등 형식과 구조에 매몰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자기 조직화(Self-Organizing)의 기본 단위인 ‘서클(Circle)’을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구성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목적 수행에 필요한 각자의 역할을 정의하고, 이에 따라 책임과 권한을 분배하는 과정 또한 거버넌스 미팅(Governance Meeting)이라는 자율적 의사결정 절차를 통해서 결정한다. 한 서클 내의 목적이 너무 복잡해질 경우 ‘슈퍼 서클’은 ‘하위 서클’로 분기되도록 하였다. 다양한 서클 간의 의사결정은 독립적이지만, 기업의 전체적 방향성 일치를 위해 서로의 거버넌스 미팅에 참여하여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자포스의 실험적 조직 구조가 미래 기업 조직구조의 원형(Prototype)이 될 것인가는 장담하기 어렵다. 그 성공여부는 자포스가 앞으로도 외부의 환경변화와 고객 니즈의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면서 내부적으로 역량을 결집시킬 수 있는 보다 효율적인 네트워크 구조로 끊임없이 진화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기존의 조직구조와 인력운영에 익숙한 이들은 과연 이러한 조직이 제대로 기능할 수 있을지, 그리고 지속 가능할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가질 것이다. 또한 어떤 이들에게는 이러한 조직의 모습이 전(前) 자본주의적 생산조직으로 퇴화 혹은 회귀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으며, 따라서 이러한 조직은 위계적 조직 구조에 비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될 수 있다. 조직의 구성원들이 각자 맡은 업무를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거대한 업무 연결망(Work Network)이 기존의 기업 조직보다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 몇 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만 한다. 우선 이러한 구조가 기능하기 위해서는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구심점으로 작용할 공유가치가 필요하다. 공유가치(Shared Value)는 구성원들에게 네트워크 전체의 공동 목적과 이익에 부합하는 행동을 규정하는 일종의 규범으로 작용하여, 궁극적으로 구성원들 각자의 자율적 행동이 전체의 목적을 위하여 상호 동기화(Synchronization) 될 수 있도록 한다. 이것이 바로 자율성에 기반한 네트워크가 인위적인 통제와 계획에 의존하는 위계(Hierarchy)에 대해 갖는 경쟁우위이다. 또한 계층이 소멸한 기업은 폐쇄적인 전통적 기업과 달리 개방성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전통적 기업은 법적 기반에 근거하여 기업의 외부적 경계가 명확하게 설정되고, 내부적으로도 부서 간의 명확한 업무분장, 그리고 직급 간의 역할과 책임의 구분에 의존하여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화 된 기업에서는 내부적인 부서 간의 경계뿐만 아니라 기업의 외부적 경계도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즉 네트워크의 구성단위는 개인, 집단, 혹은 다수의 기업이 참여하는 거대한 생태계로 확장될 수 있으며, 확장성(Expandability)이 네트워크의 경쟁우위를 결정한다. 종종 미래 기업 조직의 변화와 관련해서 계층 구조의 소멸과 함께 언급되는 주요한 변화의 방향은 기업 규모의 축소이다. 정보통신기술(ICT)의 발전으로 외적 조정 비용이 감소되어 기업들이 많은 기능을 내부화할 동기를 상실하게 되고, 그 결과 기업 규모가 전반적으로 축소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더욱이 네트워크 형태의 기업 조직에서는소(小) 그룹(Small Group)의 역할이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자면 기업의 규모가 축소되기보다는 기업의 경계(Boundary)가 불명확해지거나 의미를 상실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다. 네트워크형 기업 조직에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특성이 개방성이라고 한다면, 전략적으로 중요한 것은 단순한 규모가 아니라 바로 기업 조직의 ‘경계 허물기’이다. 기업이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폐쇄적인 경계를 허물고 외부로부터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이 창의성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구성원들의 인구 통계학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지식, 기술, 역량, 사고방식 등 지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기업이 폐쇄적인 경계를 허물고 외부로부터 다양성을 확보하는 방안의 하나이다. 이처럼 네트워크의 외연을 확장할 경우 그 범위는 또한 무한하게 확장될 수 있으나, 가치의 공유 여부를 기준으로 그 경계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인위적으로 설계된 위계적 구조가 사라진 수평화된 네트워크에서 전통적인 의미의 직급 체계가 지속될 수 있는가?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네트워크화된 기업에서 직급은 더 이상 존재가치가 없다. 기존의 계층화된 직급 체계는 인적 자원에 대한 인위적 분류 체계로서, 위계적 계층구조에서 최적화된 인적 자원의 활용방안을 지탱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네트워크 구조에서 개개인의 역할은 자신이 담당한 업무(Job)의 고유한 내용과 네트워크 상의 위상(Topology)에 의해서 규정되게 된다. 기업 조직에서 구성원들의 네트워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정의될 수 있다. 공식적인 업무를 중심으로 업무 흐름을 파악하는 업무 네트워크(Work Network), 그리고 업무 수행 중 필요한 정보나 조언을 구하는 인적 네트워크(Information Network), 그리고 단순한 조직 내 친분을 표시하는 친교 네트워크(Friendship Network)등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업무 네트워크를 근간으로 다양한 성격의 네트워크가 중첩되어 있는 것이 미래 네트워크 기업의 모습이며, 각 구성원들은 다양한 성격의 네트워크에서 서로 다른 위상을 가질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역할도 다양하게 정의될 수 있다. 오늘날 대부분의 기업에서 개인의 보상은 기본적으로 직급 별 급여밴드(Pay Band)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때 급여 밴드는 기업이 외부노동시장의 급여 경쟁력과 내부적인 형평성을 고려하여 전략적으로 결정하게 되는데, 어떠한 방법으로 급여 밴드를 설계하든 근본적으로는 기업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의해서 개인의 보상 수준이 결정된다. 하지만 네트워크화된 기업에서는 인재 확보는 기본적으로 휴먼클라우드(Human Cloud) 플랫폼을 활용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휴먼클라우드 플랫폼을 통한 인재 확보 방식에 따라서 개인의 보상이 결정되는 방식은 다양한 가격 결정 방식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다가올 혁명적 변화에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 법과 제도는 경제적 사회적 제 관계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동시에 각각의 사실관계를 규정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미래 기업의 법적 행위의 의사결정 주체는 과연 누구인가? 특히 소유와 경영이 한 대주주에게 귀속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인정되고 있는 우리 나라에서는 이러한 급진적인 변화에 대비하여 사회적 합의를 통하여 법적 제도의 정비 방향에 대한 고민을 시작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사회에서 중요한 경제적 이슈가 되는 대기업과 하청기업, 기업과 소비자, 그리고 기업과 근로자 간의 계약들은 과연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새로운 형태의 계약을 법적으로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어야 한다. 그리고 새로운 경제적 패러다임의 출현에 대비하여 국민들이 현대사회의 위기를 극복하고, 급격히 변화하는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능력과 자질을 길러줄 수 있는 교육의 근본적 혁신이 요구된다. 소통, 협업, 민주적 의사결정, 집단지성과 같은 새로운 가치를 지향하는 네트워크형 기업이 생산의 지배적 패러다임으로 잘 기능할 수 있도록, 그리하여 모든 국민이 미래의 삶을 보다 인간답게 영위할 수 있도록 준비시키는 교육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히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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