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R INSIGHT

최근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는 직무능력 중심 인사관리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과거에 비해 노동시장 환경이 바뀌어 이제는 직무능력 중심으로 인사관리를 해야 하는 필요성이 강조되고 기술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졌다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그림 1]에서 보는 바와 같이 과거에는 노동시장 입직 시에 배우고 습득한 기술을 통해 퇴직 시까지 활용하여 일하는 데 큰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술의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노동시장 입직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기술 및 지식을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지속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는 서구처럼 직무 중심 노동시장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직업능력에 대한 근로자 및 노조의 관심이 높지 않고, 따라서 직업능력개발에 대한 노사의 논의 및 협력도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기술변화의 속도 및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라 기업 및 근로자의 직무능력에 대한 관심도 점차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선진국의 사례를 참조하여 앞으로 우리나라에서 직무능력 중심의 교육훈련을 실시하기 위해 필요한 부분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호주의 경우 직업교육훈련을 효율적으로 실시하기 위한 방안 중의 하나로 훈련패키지 제도를 1996년부터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2016년 3월 기준으로 총 78개의 훈련패키지가 개발되었고 이를 통해 1,543개의 자격, 17,563개의 능력단위, 1,259개의 스킬세트를 포괄하고 있다. 스킬세트는 그 자체로 자격은 아니지만 산업계의 요구나 성과에 부합하도록 능력단위를 논리적으로 집단화한 것으로 이미 자격을 보유한 근로자가 자신의 능력을 확장하거나 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많이 활용된다. 훈련패키지 제도의 도입은 근로자가 해당 역량을 갖추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수단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기업의 입장에서는 인력채용 및 재교육비 부담을 완화시킬 수 있는 효과가 있다. 특히, 호주에서는 AQF(우리나라의 NQF와 같은 제도)와 연계하여 직무능력 수준에 대한 정보도 제공하기 때문에 기업에서 적합한 인력을 확보하는 데 있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호주는 또한 모듈형 자격 제도를 운영하여 근로자들이 기술 및 숙련을 보유하고 이를 관리하는 데 있어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즉, 특정 자격증을 보유하는 데 필요한 숙련 및 지식을 한 번에 다 보유해야만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자격을 보유하는 데 필요한 숙련 및 지식을 모듈화하여 이를 부분적으로 습득하면 차후에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방식을 통해 자격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근로자의 자격 습득에 있어 유연성이 확보되고 자격습득에 필요한 일부 숙련 및 지식만 보유하다가 자격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문제점 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이전에 습득한 숙련이나 지식을 검증할 수 있는 기존학습인정(RPL: Recognition of Prior Learning)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근로자의 숙련수준을 공식적으로 검증해 줄 수 있는 숙련평가자(Skill Assessor) 양성 등과 같은 인적 인프라 및 이를 검증할 수 있는 물적 인프라의 구축이 필요하다. 호주의 사례는 훈련패키지 제도나 모듈형 자격 제도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근로자들이 숙련 및 지식을 습득하고 이를 통해 자격을 습득하고 이를 업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제도들을 도입함으로써 근로자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숙련이나 지식을 사장시키지 않고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이를 실무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 필요하다 하겠다.

독일의 경우 실업자 대상 훈련인 양성훈련과 별도로 주로 재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향상훈련이 활성화되어 있다. 독일은 향상훈련과 관련하여 연방 수준, 지역 및 산업 수준, 그리고 기업 및 사업장 수준에서 노사가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는 독일의 생산체제가 근로자의 숙련에 기초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노사 공동 의사결정의 산업 민주주의 전통의 영향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교육훈련 제도의 차이 이외에도 교육훈련과 관련된 환경에 있어서도 독일과 우리나라는 차이를 보인다. 그중 가장 중요한 차이는 노동시장 구조의 차이일 것이다. 독일은 소위 직종 노동시장이 발달하여 횡단적 노동시장 이동이 활발하고 따라서 숙련이나 자격의 중요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기업 내부 노동시장이 발달하여 기업 간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낮고 대부분 기업 내부의 이동에 의해 인력이동이 일어난다는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노동시장 구조의 차이는 기업의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 의지에 있어서도 차이를 발생시킨다. 즉, 기업 간 분절이 심한 우리나라의 경우 기업들이 근로자에게 교육훈련을 시킨 후 그 성과를 거두기 위해 해당 기업에서 계속적으로 근무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특정 근로자에게 교육훈련을 시키면 해당 근로자의 노동시장에서의 가치가 증가하여 더 높은 임금을 받고 다른 기업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은 경우 우리나라 기업들은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된다. 반면, 독일은 이러한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 즉, 특정 근로자에게 교육훈련을 시켜 해당 근로자의 숙련 및 지식이 증가하고 이에 따라 해당 근로자가 다른기업으로 이동하더라도 독일의 기업들은 이러한 현상을 문제로 인식하는 경향이 덜하다는 것이다. 독일의 기업들은 이러한 인력이동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이며, 해당 기업에서의 숙련 축적뿐만 아니라 업종 전반에서의 숙련 축적도 중요한 과제로 여긴다고 하겠다. 즉, 교육훈련을 통해 특정 근로자의 숙련 및 지식이 향상되면 해당 근로자가 다른 기업으로 이동하더라도 해당 업종에서의 숙련 및 지식 축적은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에 부정적으로 보지 않으며 근로자가 또 다른 계기로 인해 다시 해당 기업으로 돌아올 수도 있고 이 경우 과거에 근로자에게 제공하였던 교육훈련은 기업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와 독일은 서로 노동시장 구조나 교육훈련 제도에 큰 차이가 있어 독일의 교육훈련 제도를 직접적으로 벤치마크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기업이나 근로자 모두 교육훈련 그리고 이에 따른 숙련 및 지식의 향상을 중요하게 받아들인다는 점과 교육훈련과 관련된 제도 운영이나 의사결정에 있어 노사가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는 점은 우리나라 교육훈련 제도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영국의 경우 효과적인 향상훈련을 위한 노동시장 인프라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영국 NOS의 경우 교과과정 개발 및 운영을 Sector Council에 위임하고, Sector Council은 표준 및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을 IMI에, 그리고 검정은 IMI Award에 위임하는 방식을 통해 국가직무표준을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NOS 개발 및 운영을 Sector Council에 위임하여 운영하는 것은 NOS가 실질적으로 산업현장에서 작동할 수 있는 현장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영국의 경우 NOS 수준에 따라 노동시장에서의 초임(임금수준)이 다르게 책정될 만큼 현장에서의 활용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영국과는 다른 노동시장과 정부구조 등으로 인해 정부 주도의 NCS 개발 및 운영이 필요한 측면이 있지만 실질적인 개발 및 운영 과정에 실무 전문가들의 적극적인 참여는 현장성 강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경우 전일제 학생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VRQ와 재직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NVQ가 어느 정도 연계되도록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효과적인 향상 교육을 위해서 대학에서는 특정 직무의 하위수준 중심의 교육을 담당하고, 해당 직무의 고급수준 교육은 주로 기업의 기술교육원 등 재직자 과정에서 담당하도록 교육과정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재직자 교육훈련 활성화를 위해서는 교육훈련 결과가 승진이나 배치와 같은 인사결정에 적극적으로 활용되도록 하고, 평가제도 반영을 통해 보상제도 등에도 연계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영국의 경우 NOS가 노동시장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NOS 수준에 따라 노동시장에서의 임금 수준이 달라지는 등 NOS가 구체적인 노동시장 성과와 연동되어 운영되기 때문일 것이다. 이상 호주, 독일, 영국과 같이 서구 선진국에서 재직자 교육훈련이 어떠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위 국가들의 경우 근로자들의 직무능력을 기업 경쟁력의 중요한 원천으로 보고 있으므로 근로자의 직무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고, 정부도 이를 위한 노동시장 인프라 구축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는 교육훈련에 대한 중요성이 높게 인식되고 있지는 않으나 미래의 노동시장에서는 교육훈련의 중요성이 더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은 교육훈련에 대한 투자를, 근로자는 직무능력 향상을, 정부는 이를 위한 노동시장 인프라 구축을 고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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