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ICT·IoT·AI·Bio 기술이 함께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 노동문제도 AI 로봇과 인간의 생존을 위한 경쟁 속에서 접근해야 한다. 노동문제는 공장제 임노동과 지식서비스 노동, 프리랜서, 그리고 잡노마드(Job Nomad) 형태가 다양하게 섞여 있는 다층구조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제4차 산업혁명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는 저성장·고실업,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인지혁명과 농업혁명은 장기간에 걸친 진화의 과정이었지만 과학혁 명과 동력을 중심으로 하는 1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는 그 발전의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고, 2차 산업혁명과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는 가히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해왔다. 이제 4차 산업혁명은 이 모든 것이 융합되면서 초연결사회를 지향하게 된다. 아래의 [그림 1]은 인류 전체의 발전과정을 보여주는 것이지만 대한민국만 따로 떼어 놓고 보면 산업혁명, 지식정보혁명, 모바일 창조혁명, 초연결혁명이 모두 1945년 해방 이후 70년 동안 단기간에 이루어졌다는 특징이 있다. 다른 나라가 수백 년 걸린 발전과정을 우리는 70년 만에 달성했 다. 6.25전쟁기간과 복구기간을 빼고 본격적인 산업화의 길을 걸었던 1965년부터 계산하면 50년밖에 채 되지 않는다. 우리 경제를 ‘압축성장’으로 표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동서양 고전의 지혜
동양고전인 『莊子』의 우물 안 개구리, 여름 벌레, 속 좁은 선비의 세가지 우화는 이 시대에도 空間·時間·思考를 바꿔야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물 안 개구리는 우물이라는 ‘空間’에 갇혀있기 때문에 바다를 이야기할 수 없고(정와불가이어어해 구어처야, 井 蛙不可以語於海 拘於處也), 여름 벌레는 여름이라는 ‘時間’에 갇혀있기 때문에 얼음을 알 수 없으며(하충불가이어어빙 독어시야, 夏蟲不 可以語於氷 篤於時也), 자기만의 지식에 빠져있는 선비는 편협한 ‘思 考’에 갇혀있기 때문에 세상의 도(道)를 깨우치지 못한다(곡사불가 이어어도 속어교야, 曲士不可以語於道 束於敎也). 이러한 『莊子』 의 세 가지 우화에 『孟子』의 항상 먹고 살기 위한 일이 없으면 마음이 편하지 않아 도덕이 사라진다(무항산무항심, 無恒産無恒心)는 ‘恒産’을 더하면 ‘空間·時間·思考·恒産’의 네 가지가 된다. 서양 베니스의 구겐하임(Guggenheim) 미술관 입구에도 “Changing place, Changing time, Changing thought, Changing future”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또한 토플러 부부(Alvin Toffler, Heidi Toffler)가 쓴 『부의 미래 (Revolutionary wealth)』에서도 “Stretching space, Rearranging time, Trusting knowledge, Revolutionary wealth”의 4가지를 얘기하고 있다. 이들도 空間·時間·思考·恒産’을 나타내므로 『莊子』, 『孟子』에 나오는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양(洋)의 동서(東西)와 시(時)의 고금 (古今)을 막론하고 모두 '空間·時間·思考·恒産’이 논의되는 것은 이네 가지가 우리 인류 역사에서 가장 중심적인 어휘(Keyword)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노사관계와 노동법은 국내의 사업 또는 사업장이라는 ‘空 間’과 역사적으로 근대 공장제라는 ‘時間’ 속에서 사용자의 지시·감독 아래 기계의 부속품과 같이 사용자의 ‘思考’대로 시키는 일만하는 근로자의 먹고사는 문제인 ‘恒産’을 해결한다는 철학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신자유주의와 세계화의 거대한 물결 속에 노사관계와 노동법에 대한 ‘空間·時間·思考·恒産’이 모두 바뀌고 있다. 첫째, 장소적 으로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어느 곳이든 사업장이 될 수 있으며(Off Shoring, Global Outsourcing), 또한 공장·사무실·매장·자택·차량·스마트오피스·가상공간 등 어디서든(Any Where) 노무제공이 가능하므로 ‘空間’이 넓어졌다. 둘째, 시대적으로 동력을 중심으로 하는 1차 산업혁명, 전기를 중심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했던 2차 산업혁명, 전자와 컴퓨터기술을 바탕으로 자동화가 가능했던 3차 산업혁명을 지나 이제 4차 산업혁명의 경계에 서 있다. 따라서 우리는 ICT(정보통신기술, Information & Communication Technology)·모바일(Mobile)·사물인터넷(IoT)·뇌(Brain)과학·바이오(Bio)생명공학·AI(인공지능, Artificial Intelligence)·로봇(Robot)공학·우주(Space)공학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연결되고(Hyper-Connected), 언제든 노무제공이 가능한 21세기라는 ‘時間’ 속에 살고 있다. 셋째, 노·사·정 3당사자의 ‘思考’는 더 복잡하게 얽혀있다. 고학력화의 영향으로 노무공급형태가 다양화되고, 사용자의 지시감독대로 일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스스로 일하는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하기 때문에 전통적 판단기준으로는 근로자로 인정받기 어려운 사람이 늘어난다. 노동력 구매자도 사내하도급·파견· 프랜차이즈·산업서비스계약·공정운용계약 등을 활용한다. 나아가 사람뿐만 아니라 다국적기업(多國籍企業, Multinational Corporation)· 글로벌 자본·AI 로봇·컴퓨터 등이 사용자 역할을 하는 다면적 관계가 나타난다. 이런 상황에서는 누가 진짜 노동법상의 책임을 지는 사용 자인지 구분이 어렵다. 글로벌 생존경쟁 속에서 ‘저성장·고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 노동법 규제완화 정책을 펴고 있다. 넷째, ‘항산항심(恒産恒心)’이란 말이 나타내듯이 일정한 직업과 재산을 가진 사람은 마음에 그만큼 여유가 있으나, 그렇지 않은 사람은 정신적으로 늘 불안정하여 하찮은 일에도 흔들리므로 일하는 사람들의 ‘항산’을 지원하는 노동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헌법에 근로권(제32조)과 노동3권(제33조)을 일하는 사람의 ‘생존권적 자유권’으로 명시해서 보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노사관계와 노동법을 둘러싼 ‘空間·時間·思考·恒産’이 바뀌는 상황에서도 노·사·정의 자신의 밥그릇만 챙기기 바빠 거시적인 해결책을 찾아보려 하지 않는다. 기업 구조조정과 임금체계 변경을 둘러싼 노사정 갈등이 자칫 국가경제 전체를 망가뜨릴 위험도 존재 한다. 공간과 시간이 바뀌면 생각이 변해야 하고, 먹고사는 문제인 恒産도 새롭게 정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