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방이 둘러싸인 보이지 않는 상자에 갇혀 있다. 선(善)이란 아무것도 없는 빈 공간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곳에서 가능하다. 나는 바로 이 아무것도 없는 감옥과도 같은 광활한 자유 속에서 고립된 채로 나 자신을 잃어버렸다.

– Joseph의 일기(소설 Dangling Man 中) -

「Dangling Man(국내번역: 허공에 매달린 사나이)」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소울 벨로우(Saul Bellow, 1915~2005)가 1944년 발표한 140페이지 분량의 첫 번째 소설이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18년간 미국에서 살아온 27살의 주인공 조셉(Joseph)은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피끓는 젊은이로서 인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직장을 그만두고 입대를 지원한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입대가 보류된다. 다시 직업을 가질 수도 없다. 내일 당장 입대 영장이 나올지도 모른다. 기다 리고 또 기다리는 일상이 반복된다. 입대만 기다리기를 7개월째,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생활한다. 빈둥거리는 조셉을 주변 사람들은 측은하고 한심하게 바라본다. 사람들과의 교류가 적어지면서 가족 및이웃과 심한 갈등을 겪게 되고, 점점 사람을 만나는 게 두렵고 낯설어 진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일기를 쓴다. 소설은 9개월 가까이 이어지는 조셉의 일기이다.

갑자기 주어진 자유 속에서 역설적으로 고립과 혼돈으로 방황하는 주인공의 모습은 오늘날 우리의 자화상이다. 자유로운 시간 속에서 오히려 고립된 조셉은 허공에 매달린 채 세상과 단절되어 폐인이 되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진정한 자유에 대해 고민한다. 어쩌면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인류의 변혁기에 네트워크 홍수 속에서 서로를 고립시키며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는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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