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진정한 자신의 진가를 깨닫지 못하는 한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않는다. 사람이 사람을 헤아릴 수 있는 것은 눈도 아니고, 지성도 아니거니와 오직 마음뿐이다.” [Mark Twain (1835~1910)]
이세돌 9단과의 대국으로 실력을 입증한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상대를 바꾸어 새로운 대국을 펼치고 있다. 상대는 세계랭킹 1위 커제 9단이다. 지난 5월 23일 열린 제1국에서 알파고는 단 한 차례도 승기를 놓치지 않고 완벽한 승리를 거두었다. 커제는 알파고의 바둑 수준을 “인간보다 수천 년은 앞 선 것 같다”고 평했다. 지난해 3월 이세돌 9단과 대결하던 때와는 또 다르다. 오직 스스로 대국하고 학습하는 ‘강화 학습’만으로 나온 결과이다. AR, VR, AI, IoT, 5G…… 수십 년에 한 번씩 나올만한 기술들이 동시에 쏟아져 나와 지금껏 상상하지 못했던 위력들을 보여준다. 요즘 선보이는 새로운 기술들은 박수를 받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을 왜소하게 만들거나 불안하게 한다.
이 모든 것의 시작점은 인간이다. 인간 스스로의 편의와 욕망충족을 위하여 도구가 사용되고, 기계가 개발되고 인공지능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간 자신이 대체되는 상황에까지 다다른 것이다. 인간의 어떠한 특징이 이 모든 것을 가능케 했을까? 현대의 과학자들은 인간의 ‘기억’이라는 독특한 메커니즘에서 그 답을 찾는다. 따지고 보면 세상만물은 어떤 형태로든 ‘기억’이라는 존재를 위한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나무는 종에 따라 과거부터 이어온 저마다의 독특한 생장 패턴을 가지고 있다. 동물들은 보다 더 인간과 유사한 기억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사회·인류학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인간을 인간답게 구분짓는 차별점을 찾아 왔고 직립보행, 언어사용 등의 요인들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영장류는 일반적으로 직립보행이 가능하고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저들 간의 언어가 아니라고 부정할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직립보행이나 언어사용만으로 오늘날의 인류를 특정해내기는 어렵다. 현대의 과학은 인간의 독특한 ‘뇌 구조’에서 인간의 인간으로서의 ‘차이’를 이해한다. 결국은 인간의 독특한 ‘뇌 구조’에서 기인한 인간만의 독특한 ‘기억’ 메커니즘이 오늘날의 인류를 있게 한 근본 시작점인 것이다. 인간의 뇌를 이용한 고차원적인 ‘기억’은 나무나 다른 동물들이 생존을 위하여 답습하는 행동패턴과는 완연히 다르다.
원래 자연에는 인간의 고차원적인 ‘기억’의 관점에서 ‘기억’이라는 현상이 없다. 모든 물리적 정보는 시간이 지나면 쇠퇴하거나 소멸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그런데 인간에게는 어떻게 ‘기억’이라는 현상이 생겨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