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독서리더클럽 강연 지상중계 - 이문규 연세대 교수의『서비스 마케팅&매니지먼트』
군대에서 훈련 용어로 ‘뺑뺑이’를 돌린다는 말이 있다. 체력을 단련시키기 위해 같은 장소를 반복해서 달려갔다 달려오게 하는 것을 말한다. 멀지 않은 과거에 우리나라의 서비스는 고객들이 ‘뺑뺑이’를 돌아야 겨우 얻을 수 있었던 낮은 수준의 서비스였다. 어떤 일을 해결하기 위해 찾은 창구에는 안내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헤매야 했고, 오래 기다리다 차례가 되어 창구직원에게 이야기하면 불친절과 퉁명함에 질리는 일이 다반사였으며, 대기번호표 발행기 없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후진국 형 서비스였다. 더군다나 창구직원들의 업무가 각기 세부적으로 분장되어 있어서 자기가 담당한 일 이외에는 처리해주지도 못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어느 정도 범위 내에서는 권한이 위임되어 융통성 있게 처리되어야 했지만 서비스 수준은 거기까지였다. 그렇다면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서비스 수준은 어떠할까.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행동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며, 그러한 차이점을 고려하여 어떠한 마케팅과 매니지먼트 전략을 가지고 가야 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지금은 서비스 마케팅의 시대 서비스 수준이란 것은 소비자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많은 사람들이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지불하는 돈으로 운영되는 서비스인데 그 사람들에게 그렇게 불친절했던, 아이러니한 시대를 지나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총생산에서 서비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60%대이고, 다른 선진국의 경우 70%를 상회한다. 따라서 우리가 마케팅이나 매니지먼트를 논할 때, 예전에는 제조업체와 제품이 주 대상이 되었으나 요즘에는 서비스 기업과 서비스를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지금 고객을 위에서처럼 다룬다면 그 기업은 생존을 할 수 없다. 이제 서비스 우선의 시대가 온 것이다. 서비스는 유형재와 다르다. 서비스는 무형이고 사람에 의해서 그 현장에서 제공된다. 소비자들은 서비스의 선택에 있어서 위험부담을 많이 느끼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으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태도나 행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사람들은 은행이나 병원, 호텔, 항공사, 교육기관, 통신사 등을 평가하고 선택할 때 자동차나 가전기기를 선택하듯이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까지 의존해왔던 경영의 가이드라인들이 서비스의 경우 달라질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서비스 ‘4I’와 마케팅 ‘8P’ 우리가 서비스 마케팅&매니지먼트 전략을 논할 때 서비스의 특성, 즉 서비스와 유형재의 근본적인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 서비스는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측면에서 유형재와 기본적으로 다르다. △서비스는 무형성(intangibility)이 높아 소비자가 구매 전에 시용(試用)을 할 수 없고 △생산과 소비가 불가분성(inseparability), 혹은 동시성을 가지고 있어서 접점요원들의 중요성이 크며 △품질의 불균질성(inconsistency), 혹은 이질성으로 소비자들이 서비스의 품질을 예측하기 힘들고 △소멸성, 혹은 재고불능성(inventory problem)으로 인하여 수요의 고저에 큰 영향을 받는다. 그만큼 서비스 마케팅은 지금까지 기업이 경험을 통해 익숙하게 된 유형재 마케팅과는 다른 전략 수립이 필요한 것이다. 이 네 가지 특성이 영어의 ‘I’로 시작한다 해서 이를 ‘4I’라고 부른다. 또한 일반적으로 유형재에 대한 마케팅을 논할 때 제품(product), 가격(price), 유통(place), 촉진(promotion)의 ‘4P’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서비스의 경우 기존 ‘4P’에 프로세스(process), 물리적 환경(physical environment), 사람(people), 생산성과 품질(productivity and quality)을 추가한 ‘8P 마케팅 믹스’에 대해 다룬다. 즉 서비스의 ‘4I’ 특성을 ‘8P’ 마케팅&매니지먼트 전략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서비스는 물건장사 아닌 사람장사 ‘서비스는 물건 장사가 아니라 사람 장사’라는 말이 있다. 서비스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대화와 상호교류에 의해 생산되고 제공되기 때문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결국 서비스 종업원의 수준이 서비스의 품질을 결정하고, 서비스 기업의 성공은 소비자들을 직접 상대하는 종업원들에 의해 좌우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위에서 이야기한 ‘8P 서비스 마케팅 믹스’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사람(people)이다. 서비스 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을 선발해서 최고의 교육훈련을 시키고 이들을 뒤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해줌으로써 이들이 서비스 현장에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유럽 굴지의 항공사가 된 SAS(Scandinavian Airline Systems)의 예를 생각해보자. 어렵던 회사를 짧은 시간 내에 이렇게 성장시킨 사람은 얀 칼슨 회장이었다. 그는 고객과 직원이 상호 교류하는 접점, 즉 결정적 순간(MOT: Moment of Truth) 관리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 서비스 기업의 성패는 고객과 종업원이 만나는 결정적 순간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SAS는 접점요원들의 선발, 훈련, 지원이 서비스 기업의 생존과 성장의 열쇠가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직원 만족도가 곧 고객 만족도 만족한 서비스 직원은 고객을 만족시킨다. 마음속에 있는 좋은 기분이 자연스럽게 고객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억지로 되지는 않는다. 우리가 많은 사람을 상대하면서 상대방이 나에게 정말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성의를 베풀고 있는지, 아니면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억지로 웃고 있는지 정도는 알 수 있다. 마케팅 분야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서비스 종업원 자신이 불만에 차 있으면 고객을 절대 만족시킬 수 없다고 한다. 자신의 문제가 해결되고 있지 않은데 어떻게 남의 문제를 돌볼 수 있겠는가. 이와는 반대로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직원이라면 그 성취감에 만족도도 더욱 높아진다고 한다. 즉 직원 만족도와 고객 만족도는 서로 상승작용이 있는 것이다. 고객만족도는 비용인가, 투자인가. 기업이 고객만족을 위해 쓰는 돈은 비용 처리되어 흘러가는 돈인가. 아니면 나중에 기업에 수익을 안겨주는 투자의 개념인가. 많은 마케팅 연구 결과에 의하면 고객만족은 결국 기업에 대해 많은 수익을 올리게 해주는 훌륭한 투자 대상이라고 한다. 만족한 고객은 같은 기업을 통해 반복구매를 하게 되어 고객충성도가 올라간다. 기업의 입장에서 이러한 충성고객의 수가 늘어감에 따라 수익성이 높아진다. 충성고객에 대해서는 고가판매를 할 수 있고 이들을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도 크지 않으며, 이들이 기업에 대해 좋은 입소문을 내주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종업원 만족은 고객만족으로 직결되고, 고객만족은 기업의 수익성을 높여준다. 따라서 서비스 마케팅과 매니지먼트의 성패는 종업원들을 얼마나 잘 선발하고 관리하는가에 달려있는 것이다.
◆ 저자 이문규 교수(연세대학교 경영대학)는 △연세대 경영학 학사, 미 일리노이대 경영학 석·박사 △전)서비스 마케팅학회 회장, 소비자원 비상임이사, 한국광고학회 차기회장 △저서 '서비스 마케팅&매니지먼트', '크리에이티브 마케터', '소비자행동의 이해', ‘브랜드전략론’, ‘디자인과 마케팅’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