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가가 들썩이고 있다. 베르나르의 『잠』과 하루키의 『기사단 죽이기』가 몰고 온 돌풍 때문이다. 지난 주말에 들렀던 교보문고도 그 책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모처럼의 찬스를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었다. 물론 나도 그들의 책은 빼놓지 않고 내 돈 주고 사서 다 읽었으니 공연히 이 글을 보고 옹졸한 시샘 때문에 턱도 없는 비방을 한다는 오해는 안 했으면 좋겠다.

그러나 우리에게 심각한 지적 쏠림은 분명히 있다. 글로벌한 측면에서 살펴보면 더 분명하게 보인다. 서점의 경제·경영 신간 코너에 가보면 대번에 알 수 있다. 금융이든 기술이든 마케팅이든 심지어 인사나 자기계발 류의 책까지 그 단어가 빠져 있는 책을 찾기가 힘들다. ‘4 차 산업혁명’ 말이다. 그 단어가 책 판매의 방아쇠라도 되는 거로 생각하는 걸까? 우리야 그 요상한 ‘혁명’ 때문에 미래가 대단히 암울해질 수 있다고 겁에 질려 있지만 미국의 경영자들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조차 쓰지 않는다. 그냥 10여 년 이상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이라는 단어를 그대로 쓴다. 차분한 건종주국인 독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유독 우리만 이 난리다.

그 단어를 유행하게 만든 게 클라우드 슈밥의 ‘4차 산업혁명’이란 책때문인데, 그 책을 읽은 사람들조차도 정작 그 책의 전 세계 판매량 중에 1/3이 한국에서 팔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을 것이다. 아마 평소에 독서와 거리감이 좀 있는 분이 이 책을 읽는다고 언론에 이야기 하면서 ‘그분마저 읽으신다면 나도…’라는 바람이 불어서일 것이라 추측해 본다. 그래도 전 세계의 1/3은 좀 심하지 않은가?!

이번에 나온 『잠』이라는 소설도 그렇다. 베르나르는 소설을 읽는 건지 백과사전을 놓고 공부를 하는 건지 헛갈리게 만드는 묘한 재주를 가진 사람이다. 더더욱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그의 나라 프랑스보다 한국에서 그의 책이 더 팔렸다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그가 한국을 제2의 조국이라고 그랬을까? 하기야 나도 그렇게 엄청난 인세를 안겨주면 어디라도 제2의 조국이라고 불러주겠다. 실제로 그는 한국을 방문 해서 “작품을 쓸 때마다 한국에 대해 짧게라도 언급하려고 한다.”라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렇게 많이 팔아주는데 그 정도 예의는 기본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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