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한 장만 남은 달력이 어쩐지 열두 장일 때보다 무겁게 느껴진다. 시작보다는 늘 마무르는 일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돌이켜보니 1월에 야심차게 계획했던 일들 중 반에 반타작도 못했다. 해마다 그렇지만 올해도 극심한 흉년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이처럼 마음이 무거운 이유가 무엇일까. 단지 못다 이룬 계획들 때문일까. 어쩌면 미처 내려놓지 못한 욕심들이 가슴을 짓누르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순간에서도 마음을 내려놓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잘 알려진 이야기 하나가 생각난다.

노승과 사미승이 길을 가고 있었다. 어느 곳에 이르러 강을 만났을 때이다. 한 여인이 강을 건너지 못해 안절부절 하고 있었다. 노승은 서슴없이 등을 내밀어 여인을 업고 강을 건넜다. 날이 저물어 주막에 잠자리를 정하자 종일 노승의 눈치만 살피던 사미승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저, 스승님. 낮에 말입니다. 스님이 여인을 업어도 되는 것입니까?” “이놈아, 나는 그 여인을 벌써 강 건너에 내려두고 왔는데 너는 여태 무겁게 업고 있었던 게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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