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병법』완역한 김원중 건양대 교수 일문일답

◆ 중국 고대 병법서『손자병법』은 싸우지 않고 이길 수 있는 방법부터 싸움을 시작했으면 무조건 이기는 방법까지 6,200자의 간결한 단어에 승패와 운명의 변화 원리를 놀랍도록 정확하게 압축한 전쟁론의 고전이다. 당시 춘추전국시대를 관통한 단 하나의 표어는‘생존’이었다. 그러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생존 전략서가 21세기 무한경쟁 경영환경의 시각으로 재조명되면서 경영자들의 필독서로 떠오르고 있다. 손자 병법 완역본을 새롭게 출간한 김원중 건양대 교수와의 일문일답으로 21세기 손자병법의 의미를 짚어봤다. 고대에 저술된 손자병법이 현대 경영자들의 필독서로 손꼽히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아마 손자병법이 단순히 전쟁의 지혜를 담는 것을 넘어서서 인간의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전해주기 때문일 것이다. 손자병법의 전략 전술은 전쟁뿐 아니라 인간관계에 두루 응용이 가능한‘승자를 위한 바이블’로 손색이 없다. 적어도 손자가 가르치고자 하는 것은 다수의 라이벌을 상대로 살아남는 법이다. 싸워서 이기는 방법뿐만 아니라 싸우지 않고도 이길 수 있는 방법을 동시에 가르쳐 준다. 공격보다 방어가 우선이며 ‘필승’도 중요하지만 지지 않는 ‘불패’도 그만큼 중요하다고 강조한 것이 바로 손자병법이기에 고대나 현대를 막론하고 가르침을 주고 있다 생각한다. 유명 인사들의 지침서로도 유명하다. 오늘의 중국을 탄생시킨 혁명가 마오쩌둥이 늘 침대 곁에 두던 책이 바로 이 손자병법이다. 이는 이 책이 단순히 병서가 아니라 정치학의 보감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해준다고 하겠다. 손자병법은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빌 게이츠나 소프트뱅크 창업자 손정의에게는 기업경영의 지침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널리 알려져 있다. 나폴레옹도 늘 곁에 두고 읽었으며, 제1차 세계대전에 패한 독일의 황제 빌헬름 2세는 만년에 “내가 만일 20년 전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렇게 무참하게 패하지는 않았을 텐데”라는 회한에 찬 말을 남겼다고 한다. 손자병법은‘생존’을 키워드로 삼고 있다. 손자가 집필할 당시 시대적 배경은 어떠했나. 손자가 태어나 활동하던 춘추시대는 중국 역사에 있어 획기적인 전환기이자 격심한 변동기였다.『춘추』에 의하면 기원 전 242년 제후국과 각국 내부에서 발생한 전쟁이 483차례, 전쟁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정치·군사적인 활동과 회맹 등이 450차례나 되어 모두 933차례에 이른다. 사마천도『사기』에서 춘추시대 때 시해된 군주가 36명, 망한 나라가 57개국, 제후들 중에 달아나서 사직을 보존하지 못한 자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야말로 살아남는 것이 지상 최대 과제였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현대로 옮겨와 보면 제후국이 기업이요, 군주가 최고경영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흥해서 살아남거나 망해서 자취도 없이 사라졌던 제후국들의 길을 이제는 기업들 이 걷고 있는 셈이다. 손자가 말하는 전쟁이란 무엇이며 어떠한 승리 전략을 내세우고 있나. 손자는 전쟁을 피할 수 없는 사회현상으로 봤다. 사람들은 그가 전쟁의 달인이자 호전주의자로 이 책을 쓴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 반대다. 손자는 직접 전투에 참여하면서 공도 많이 세웠고 제왕들을 도와 패업을 이루는 데 적지 않은 기여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전쟁이 갖는 최악의 결과, 즉 백성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면서 전쟁에 신중을 기하는 면모를 보이게 됐다. 손자는 군 통수권자가 전쟁을 유희로 보지 말고, 반드시 엄숙함과 진지한 태도로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망한 나라는 다시 생존할 수 없고 죽은 자는 다시 살아날 수 없다는 이치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그렇다. 손자는 내정을 공고히 하면서 국가의 경제력을 갖추고, 덕으로 나라를 다스려 정치를 안정시키면서 민심의 향방을 바로잡는 것, 그리고 더 나아가 전쟁을 하기 전 모든 요소를 점검하면서 적과의 비교를 통해 승산을 세우는 것이 바로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기초 역량이라고 파악하고 있다. 손자병법을 깊이 있게 해석하려면 어떻게 읽어야 하나. 전쟁은 철저히 승리를 위한 것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식의 승부사적 기질을 담은 책이기 때문에 현대 경영의 시각에서 재해석하기에 좋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권모술수라는 측면에만 결부시켜 읽거나 구절 하나로 전체의 뜻을 재단하는 식의 단장취의(斷章取義)는 고전의 큰 세계를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될 뿐이다. 고전은 고전답게 읽어야 풍부한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손자병법은 짧은 문장에 수많은 변화원리를 담고 있기에 읽기가 매우 어렵다. 또한 전쟁은 매우 복잡한 과정이기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을 수 없고, 상대방을 속여야 하며, 정규전과 비정규전, 기습과 정공이 끊임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기정상생(奇正相生)을 근본으로 삼고 있다. 따라서 손자병법은 매우 집중하고 정독해야 하며, 속고 속이는 것들의 연쇄 속에 들어있는 패턴과 그 안에서도 변하지 않는 원리가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 ◆ 김원중 교수는 성균관대 중문과에서 중국고전문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건양대 중국언어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중국문화학회 부회장을 맡고 있다. 교수신문 선정 최고번역서『사기열전』을 비롯해『사기본기』와『사기세가』를 우리말로 옮겼다. 그 외에도『삼국유사』『정사 삼국지(전4권)』『한비자』『정관정요』『당시』등 굵직한 고전 원전 번역을 통해 고전의 한국화, 현대화에 기여해왔다. 2010년 제1회 건양 학술우수연구자상을 수상했다. ◆ 한경 독서리더클럽 7기 과정 -『손자병법』독파 6주 프로젝트 ▶ 책을 사랑하는 이 시대의 리더들이 모여 인문학에서 창조적 아이디어를 찾는 독서경영 프로그램 ▶ 일시 : 2011년 9월 23일~12월 9일(매주 금요일 저녁7시) ▶ 커리큘럼 : 김원중 건양대 교수와 함께하는 손자병법 독파 6주프로젝트, 저자 초청 강연(소설가 김진명, 건축사 조원용, 부산외대 박상진 교수, 미술사학자 정석범), 인문학 워크숍 등 (문의) 02-360-4042 이 주 영 한경 독서리더클럽 클래스매니저 opei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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