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외환 부족으로 인해 겪었던 IMF 경제위기 이후 많은 기업에 서는 기존의 인사제도로는 더 이상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며 ‘직 무·성과형 인사제도’를 도입하였다. 그 당시 도입한 직무·성과형 인사제도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왜 요즈음 들어 다시 ‘직무 중심 인사 제도’라는 이야기가 화두에 오르내릴까? 그럼 현재 직무 중심 인사와 과거 직무·성과형 제도가 다른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접근법이 다른 것은 아니지만 주안점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경제위기 당시에는 그 도입 목적이 성과가 높고 낮음에 상관없이 동일한 보상을 받던 관행을 바꾸어 높은 성과를 내거나 필요 역량을 갖춘 인력에게 더 많은 보상을 주려던 것이 기조를 이루었다. 그러기 위해 월급제를 연봉제로 바꾸고 성과와 무관하게 지급되었던 고정 상여금과 각종 수당을 기본 연봉 또는 성과보너스로 전환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노조에서는 이러한 직무·성과형 보상제도를 ‘성 과연봉제’라는 명칭으로 비판하고 있다. 주로 성과연봉제에 대한 비판은 개인성과에 따른 기본 연봉과 보너스 차등 지급에 대한 것이었 고, 이는 노조가 수용할 수 없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보상구조의 바탕은 서구식 사고에 기반을 두어 만들어졌기에, 우리 정서와 조직문화에 잘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리고 직무에 따라 다르게 기본급을 구성하려면 직무별 시장가격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런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다는 것이 또 다른 비판점이 었다. 다시 부각된 ‘직무 중심 인사제도’는 성과에 대한 초점보다는 ‘직무가 다르면 보상이 다르다’ 또는 ‘동일직무에 동일임금’이라는 부분에 더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든 조직원에게 동일한 임금을 제공할 수는 없기에 이러한 차별성을 ‘하고 있는 직무’에 따라 다르게 책정하 자는 것이다. 그러기에 동일한 ‘직무’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두 접근의 주안점은 약간 다르다. 많은 국내 기업에서는 호봉제 임금제도를 활용한다. 사무직과는 다르게, 아직까지 많은 생산직 또는 현장직 직원들은 호봉테이블에 근거하여 급여를 받고 있다. 이러한 호봉제 임금은 근속연수가 증가하면 급여가 상승하는 연공적 성격이 너무 강하다. 한 직무에 오래 근무 한 인력이 신입인력보다 생산성이나 성과가 높다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연령이 높아지면,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가정은 타당하지 않고, 직무에 따라 한계생산성이 감소하는 상한 연령이 존재한다. 즉, 육체적 힘을 요구하는 직무는 더 이른 연령에 정점에 도달하고, 정신적인 작업이 요구되는 직무라도 정년보다는 더 이르게 정점에 도달한 다. 생산성과 성과에 맞추어 급여를 만들면 직선형이 아닌 포물선형이 더 적합하다. 그래서 이러한 연공적 성격이 강한 호봉제를 바꾸려는 다양한 노력이 이루어졌다. 그중 큰 주류가 직능급(직능자격제도), 역량기반 보상, 역할급, 직무급 등을 꼽을 수 있다. 직능급은 현재 맡은 직무를 잘 처리하기 위해 필요한 능력과 기술을 얼마나 잘 보유하고 있는가에 따라 급여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접근 법은 업무에 필요한 능력과 기술을 측정하기 어렵고, 높은 능력을 보유한 것이 항상 좋은 성과와 직결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래서 현재에는 고성과자가 보유한 역량(Competency)이 주로 활용되고 있다. 미래 성공을 위한 역량을 보상과 연계하여 기본급에 반영하고 있다. 다만 역량기반 보상도 직능급과 동일하게 측정에 어려움이 존재 하여 그리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다음으로 역할급인데, 역할의 차이가 확연하게 나누어지는 역할단계에 따라 급여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이러한 역할급의 단점은 역할이 확연하게 나누어지는 단계가 과거 직급구조로 환원되는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 여기서 직급이란 대리, 과장, 차장, 부장 등을 말하는 것이다. - 그러니 과거 직급에 따라 다른 호봉테이블을 유지하는 것과 크게 차이가 없는 상태가 연출된다. 마지막으로 직무급인데, 직무의 상대적 가치에 따라 급여를 지급하자는 것이다. 초기 직무급은 직무등급을 세밀하게 나누어 보상을 다르게 제공하였는데 현 역동적인 조직구조와 잘 맞지 않는다고 하여 변화를 하고 있다. 최근 이야기되고 있는 직무 중심 인사관리는 직무급과 역할급이 섞인 모양으로, 직무의 가치를 환산하여 비슷한 수준끼리 묶어서 큰 단위로 직무급을 제공하자는 브로드밴드(Broadband) 형식이다. 이러한 보상제도는 급변하는 조직구조에서도, 국내 기업과 같이 위계가 중시되는 구조에서도 잘 맞아 무리 없이 활용할 수 있다. 직무 중심 인사제도 직무 중심 인사제도로 전환하려면 가장 먼저 시행할 과제가 ‘직무분 석(Job Analysis)’이다. 사실 직무분석을 실행하기 전 직무를 어떻게 구분할 것인가를 먼저 고민하여야 한다. 모든 직원에게 직무분석을 실시하겠다고 하면, 조직원 수만큼 직무가 생길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광범위하게 직무를 분류하면 유용할 정보가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모든 지원기능(Staff Function)을 ‘경영지원’이란 한 직무로 구분 한다면 너무 포괄적이어서 직무프로필에 공통적으로 기술한 내용도 없고, 있더라도 실제 활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대부분 기업에서는 가치사슬(Value Chain)과 프로세스 위주로 직무를 정의한다. 아니면 외부기관에서 정리된 직무분류체계도를 활용하기도 한다. 직무분석이 완성된 다음 직무의 가치(Job Size)를 결정하는 ‘직무평가 (Job Evaluation)’를 실시한다. 직무평가 방법에는 서열법(Ranking Method), 분류법(Classification Method), 점수법(Point Factor Method) 등이 존재하는데, 가장 많이 쓰는 방법은 각 요인별 가중치 점수를 합하여 총점을 내는 점수법이다. 직무평가를 통해 직무별 가치도 구하고, 이를 기초로 조직위계(Layer)도 정리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을 정리하여 보면 아래 그림과 같다. ▶ 직무평가 결과의 활용

그림에서 보듯이, 직무 중심 보상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시장조사 데이터를 활용하여 보상의 구조를 설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쟁업체 간이나 동종산업 내에서 보상경쟁력이 떨어지면 인력유출이 일어나 고, 우수인력을 유인할 수 없게 된다. 반대로, 시장가격 대비 지나치게 높은 급여를 구성하면 높은 원가구조로 회사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 기업에 맞는 보상전략을 설계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더불어, 구미국 가에서는 직무급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이라, 글로벌회사로 전환하 려면 직무 중심 보상제도를 권장한다. 그러면 직무 중심 인사관리는 보상과 조직 설계 이외에 어디에 활용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영역이 채용이다. 최근 학연, 지연, 외모 등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고 블라인드 채용을 하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인적으로는 블라인드 채용을 선호하지 않으나, 실제 이러한 채용이 가능하려면 직무 중심으로 인사가 운영되어야만 한다. 즉, 그 직무에 필요한 요건을 근거로 해야 이러한 채용방식을 채택할 수있다. 외국에서 채용을 진행하면 무조건 요구하는 것이 직무프로필 로, 채용의 가장 근간이 된다. 다음으로, 성과평가도 직무프로필에 규정된 성과지표(KPI: Key Performance Indicator)와 직무역량에 근거 하여 진행된다. 새로 입사한 인력도 직무프로필을 근거로 자신이 하여야 할 업무와 역할에 대하여 개략적으로 이해한다. 인력산정도 동일하다. 사업단위에서 요구하는 인력도 한 고려요인이지만, 직무별 인력구조도 또 하나의 고려요인이 된다. A직무에는 인력구성이 적절 한데, B직무에는 너무 고직급자만 존재한다면 이에 따른 충원계획도 구비하여야 한다. 직무 중심 인사관리를 하면, 경력개발과 교육훈련도 확실히 용이하게 운영할 수 있다. 회사에서 요구하는 인력과 개인의 경력성장 욕구를 적절하게 매칭하고, 규정된 직무역량을 기준으로 준비도도 체크할 수 있게 된다. 그러기에 직무 중심 인사관리는 채용 부터 퇴직까지 인사제도를 연결할 수 있다. 주요 과제들 현재 정부 노동정책과 직원들의 가치관 변화로 인사부서에 많은 과제들이 부과되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 하겠지만 직무 중심 인사관리도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 한다. ① ‘워라밸’실현을 위한 근로시간 단축 과거에 비해 요즈음 직장인에게 ‘워라밸’은 중요한 삶의 가치가 되었다. 2012년 가족친화우수기업 대통령표창을 받은 SK이노베이션에서도 정시퇴근 문화의 조기정착을 위해 가장 주요한 요인은 ‘CEO의 결단’이라고 하였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당시 CEO 주도하에 오후 6 시 강제소등, 소등 후 사내 PC 접속 이력 추적, 적발 시 팀장 경고, 연차 100% 소진 실패 시 본부장 보너스 삭감 등 강제 조치를 시행하였 다. 그런데 그 당시 직무 중심 인사관리를 실행하였다면 좀 더 효과적 이지 않았을까 한다. 국내 기업의 늦은 퇴근은 해야 할 일이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아 생기는 부분도 무시할 수 없다. 만약 상위자가 정확한 업무내용과 업무량에 근거한 지시를 하였다면 현재보다 훨씬 나은 상황이 연출되었으리라 생각한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대법원 판결 또는 관련 규정 개편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과 같이, 팀장이 업무를 지시하고, 부과 받은 직원이 업무가 넘쳐 허덕이면 동료들이 지원하는 형태로는 이러한 정부정책에 맞추어 나가기 힘들 것이다. 삼성전자는 미리 40시간 근로시간에 맞추는 연습을 시행하였고, 최근 신세계는한 발 더 진보하여 35시간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일은 갑자기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더 먼저 개선하여야 할 사항은, 우리 모든 직장 인이 꼽고 있는 ‘비효율적 회의와 과도한 보고’가 사라져야 한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회의에 보내고 있으며, 보고를 위해 얼마나 많은 야근 이나 주말 출근을 하는지 알아야 개선될 수 있다. ② 화려한 스펙이 아닌 우수한 잠재력을 보유한 인력 채용 국가직무능력표준(NCS: National Competency Standard)을 활용하여 블라인드 채용을 하든,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든 간에 스펙 위주로 채 용하지 않으려면 직무 중심으로 채용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과거와 같이 신입사원 공채는 너무 많은 지원자가 지원하기에 이력서를 검토할 수밖에 없다. 공채는 소속감과 충성심을 높이는 장점이 있는 반면에 집단적 배타주의를 생성할 수 있다. 특히 공채와 경력채용 간의 갈등구조가 소문이 나면, 훌륭한 경력직원을 채용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된다. 점점 공채는 줄어드는 상황이니, 직무에 근거한 채용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다. 그럼 요즈음 뜨거운 감자인 ‘우수한 잠재력을 보유한 인력’은 어떻게 선발할 수 있을까? 채용방법을 독특하게 한다고 이러한 인력을 선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양한 선발 방법을 활용하여, 탁월하지 않지만 모든 분야 평균 정도 인력을 선발 해서도 우수한 인력을 채용했다고 할 수 없다. 가장 권장하는 방법은 2~3가지 예언타당도가 높은 선발방법을 활용하되, 실제 업무상황과 비슷한 상황에서 후보자를 관찰하는 방법을 권장한다. 아무래도 투입된 시간이 너무 적으면 채용 오류가 높아질 수 있다. ③ 유용한 정보를 보유한 직무프로필 인사부서는 직무분석과 애증의 관계에 있다. 직무프로젝트가 필요하 다고 하여 많은 인력을 동원하며 멋지게 직무프로필을 만들어놨는데, 별로 활용하지 않아 두고두고 욕먹는 경우가 허다하다. 문제는 대부분 직무프로필을 만들고 업데이트하지 않아 일어났거나, 직무프로필을 제대로 활용하지 않아서 일어났으리라 생각한다. 그러나 직무 중심 인사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용한 직무프로필이다. 이 자료가 유용하려면 계속 업데이트를 하여야 한다. 직무프로필에 유용한 정보를 담기 위해서는 직무별 담당자를 설정하여야 하고, 시스템 지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보완장치를 마련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애증관계가 지속될 것이다. ④ 연공적 보상 감소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목전으로 다가왔다. 정부 지원도 그리 훌륭한 보완책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와중에도 현업에서는 인력이 부족하니 충원을 해달라고 난리가 아니다. 충원계획을 들고 경영 진께 보고를 들어가면, 휘발유를 들고 불길에 뛰어드는 꼴일 것이다. 생산성과 성과를 고려하지 않고 연공만 갖고 계산하면 2020년에는 동일한 인력을 유지하더라도 인건비는 1.5배~2배 정도로 상승할 것이다. 연공적 보상을 줄일 수 없다면 우리에게 5년, 10년 후 미래는 보이지 않는다. 호봉제를 사용한다면 호봉상승분을 근속연수에 따라 줄이는 작업을 진행하여야 한다. 더불어 정확한 직무분석을 통해 인력상승도 억제하여야 한다. 더 이상 도급 인력도 사용할 수 없다. 이러한 준비가 없다면 계속 인사부서에 불호령이 떨어질 것은 명약 관화하다. ⑤ 사람 위주에서 시스템기반 인사로 여태까지 국내 인사관리는 사람 위주 인사관리이었다. ‘사람 위주 인사관리’는 한 사람의 역량에 따라 성과가 좌지우지하는 인사를 말하는 것이지, 사람을 중요하게 다루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연히 인사는 사람이 가장 최우선이 되어야 한다. 여태까지는 상사의 지시에 따라 성과를 내었던 것이 우리의 관례이다. 그러다 보니 중요한 역할을 하던 직원이 나가면 업무 마비가 일어나곤 했다. 조직에서는 점점 보직자가 중요하게 되고, 모든 우수직원은 직무와 역량에 불문하고 관리자로 양성되었다. 직무 중심 인사관리가 구비되면 이러한 것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러한 인사관리 아래서는 내가 어떠한 일을 하여야 하고, 어떠한 역할과 책임(Role & Responsibility)을 맡고 있는지, 그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역량을 갖추어야 하는지를 이해하기에 한 사람의 부재로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상사의 역할은 무슨 일을 하라고 지시하는 것이기보다는 각자 역할을 잘 수행하기 위해 지원하고 도와주는 역할이 된다. 그러기에 한 사람의 부재가 업무 마비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상으로, 직무 중심 인사관리에 대하여 논하였다. 직무 중심 인사관 리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모든 기업에 다 맞는 맞춤 솔루션도 아니 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요즈음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경영 자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의 명언으로 결론을 대신한다. “누군가로부터 비난받는 것이 두렵다면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비판받는 것이 죽도록 싫다면 그저 새로운 일을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된다. 사람들은 실패한 행동을 해서 후회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하기를 실패해서 후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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