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국인들이 가장 친근하게 느끼고 가장 좋아했던 나라 중의 하나가 네덜란드였다고 한다. 유럽 여러 나라 중에서 우리나라하고 가장 교역관계가 적은 네덜란드가 갑자기 무슨 이유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국가로 꼽히게 되었을까?

의구심도 잠시, 아하! 하는 짧은 감탄사와 함께 그 이유가 금방 떠올랐다. 6월 한 달을 뜨겁게 달구었던 월드컵이 있었고, 그 중심에 ‘거스 히딩크’라는 네덜란드 출신의 감독이 있었던 것이다. 월드컵 본선에서 단 한 번도 16강 진출을 해 본 적이 없는 우리나라에게 4강 신화를 만들어 준 히딩크 감독에게 대한민국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고, 이런 한국인들의 사랑과 애정은 비단 히딩크라는 한 개인에만 머물지 않고 그의 조국 네덜란드에 대한 한국인의 무한 사랑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비슷한 현상이 지금 베트남에서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 사업차 베트남을 다녀온 선배의 말에 따르면, 지금 베트남은 온 나라가 '대한민국 신드롬'에 푹 빠져서 어디를 가든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융숭한 대접을 해 준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그들의 축구 국가대표팀을 맡고 있는 ‘박항서’라는 이름의 한국인 감독 때문이라고 한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2018 아시아 축구연맹(AFC) U-23 챔피언 십에서 준우승을 하는 파란을 불러일으켰기 때문이다.

베트남 축구가 AFC와 같은 메이저 대회에서 결승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베트남 축구는 아시아에서도 변방에 속한다. 월드컵 본선 진출에 대한 경험이 전혀 없으며, 아시안 컵에서조차도 1960년 4위, 2007년 8강 진출 외에는 뚜렷한 성과가 없다. 2007년 8강 진출도 주최국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로, 세계 축구의 중심에는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나라다. 그런 베트남에게 박 감독은 세계 대회 준우승이라는 트로피를 선사해 주었고 이런 공로로 그는 베트남 총리로부터 국가훈장까지 수여받게 된다. 이쯤 되면 16년 전, 우리나라에 불었던 ‘히딩크 열풍’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감독은 “히딩크 감독과 비교되는 것은 너무 과분하고 분에 넘치는 칭찬”이라고 했지만, 변방의 작은 축구팀을 세계대회의 준우승까지 이끈 그의 리더십을 결코 가볍게 보아 넘길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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