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7년 IMF 금융위기 이후 국내 대기업들은 소위‘성과주의’에 기반한 신 인사제도를 도입하기 시작한다. 제도개편의 핵심은 평가와 이에 따른 차등보상. 이제 웬만한 중견기업은 물론, 공공기관들까지 이런 제도를 일반화시키고 있다. 오랜 기간‘형평성’을 기반으로 유지돼 온 전통적인 인사제도가 송두리째 바뀌고 있는 것이다. 회사 성과가 급등락을 거듭하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하에서 업적, 능력과 관계없이 나이만 먹는다고 무조건 급여가 안정적으로 올라가는‘연공서열형 보상제도’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즉, 노동 생산성 때문에 그리고 핵심인재 유지/확보 때문에 성과주의 도입은 불가피했다. 14년이 지난 지금, 우리 기업들은 잘 하고 있는 것일까? 전국경제인연합회 사무국과 조직/인사 컨설팅 기관인 ㈜피플솔루션은 지난 국내 주요 기업들의 HR 제도 운영실태를 파악, 그 의미를 확인하고 HR 제도개편에 관한 시사점을 제공하고자 2009년 공동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성과주의 정착을 가로 막는 것 주요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HR 정책/전략 중 1위는 ‘성과주의 HR’이었다. 10개 기업 중 7개 기업이 ‘성과주의’를 전략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핵심인재 확보/유지’, ‘안정적 노사 관계 추구’가 뒤를 이었다. 성과주의가 1위로 나타난 설문 결과를 ‘도입한 지 10년이 넘었건만, 얼마나 중요하면…’이라는 의미로 새길 수도 있다. 하지만 ‘10년이나 지났는데, 아직도 성과주의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한 마디로 아직도 정착이 안됐다는 것이다. 설문 결과 1위로 나올 만큼 모두 중요하다고 외치면서도, 도대체 무엇이 성과주의의 정착을 가로막는 것인지 생각해볼 일이다. 제도의 단순화 필자는 그 원인, 다른 각도로 얘기하면 앞으로의 과제를 다음 세 가지로 항상 이야기한다. 첫째 ‘제도의 단순화’다. 2000년을 전후로 대기업들이 도입한 성과관리 제도의 초기 모델들을 보면 꽤나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즉 직무별 KPI로 역량을 산출해 대상을 평가한다. 그러므로 서로 다른 직무 담당자들은 평가 항목이 당연히 다르다. 우리나라 기업 94%가 쓰고 있다는 상대평가 체제를 구축하면서 팀원 이 적은 부서는 어떻게 평가 등급별 배분을 해야 하는지 꼼꼼하게 정해준다. 항목평가를 어떻게 점수화해서 종합평가 점수를 계산하는지 정해놓는다. 이런 작업들을 하면서 HR 부서는 스스로 ‘어떻게 이렇게 정교하게 만들었을까? 내가 봐도 참 대단해’라고 뿌듯해 한다. 그런데 이 작업 결과를 보고 현업에서는 뭐라고 할 것 같은가. ‘뭐야! 이게 뭔 소리야. 왜 이리 복잡해?’라고 한 마디 던진다. 제도를 만든 HR 부서의 ‘자랑스러운 정교함’이 제도를 사용하는 현업의 ‘짜증스러운 복잡함’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당연히 제도 도입 초기에는 세세하게 정하는 게 맞을지 모른다. 새로운 것에 제대로 적응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모든 게 그러하듯 지나치면 문제다. 10여 년 간 상대평가를 해 온 LG전자는 최근 절대평가 체제로 전환했다. 하이닉스는 평가제도를 지난 해 대폭 수정하면서 정량적 점수 계산식이 아닌, 등급 판정식으로 바꿨다. 다른 여러 기업들도 세부 직무별 서로 다른 평가항목 구성체제를 포기하고, 직군 별로 크게 묶어 평가 항목을 가져가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제도가 점점 정착되면서 HR 부서가 세밀하게 통제했던 것을 이제는 관리자에게 상당 부분 맡기는 단순한 제도로 바뀌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 글로벌 표준이다. 제도 도입 10년이 지나서 이제야 표준 모드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현업 관리자의 성과관리 역량 배양 물론 매우 중요한 전제조건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두 번째 과제이기도 한, ‘현업 관리자의 성과관리 역량 배양’이었다. 필자는 최근 많은 기업체에서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바른 성과관리’ 워크숍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 해에만 52회 실시했다. 그때마다 관리자들을 대상으로 ‘성과관리, 뭐가 머리 아픈가’라는 주제를 갖고 분임 토의를 한다. 결과를 보면 아래 그래프와 같다. 토의 결과를 정리하면서 저자는 이렇게 말하곤 한다. “여러분들이 고민하고 계신 게 다른 기업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교과서에는 해법이 없습니다. 해법은 여러분 각자가 정하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 바른 관점이 무엇인가 반추하시고, 몇 가지 쓸 만한 요령을 체득하세요.” 이제는 HR이 만든 제도를 관리자들이 제대로 사용할 단계다. 즉 바른 제도보다는 바른 운영이 중요하다. 이것이 바로 관리자의 리더십이다. 인사제도는 HR 부서가 만들지만 쓰는 것은 현업 관리자들이기 때문에, 현업 관리자들의 리더십이 바탕이 되지 않고서는 제대로 작동할 리가 없다. 육성 중심으로의 이동 마지막으로는 ‘육성 중심으로의 이동’이다. 2005년 유니레버(Unilever)를 방문, 그들의 성과관리 제도에 대해 소개받은 적이 있다. 우리들은 평가, 고과라고 하는 제도를 그들은 ‘PDP’(People Development Plan)라고 불렀다. 그들이 평가를 하는 핵심적인 이유는 과거 업적을 따져서 차등 보상을 주는데 있는 게 아니라, 미래 업적 즉 인재의 육성/개발이었다. 삼성, LG 등 HR 체제를 선도하는 기업들에서 이제는 오직 차등 보상을 주는 평가가 아니라, 핵심인재 선발, 승계관리 등을 위해 평가를 다양하게 활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제도의 단순화, 현업 관리자의 성과관리 역량의 확보, 그리고 육성에의 활용이라는 3대 과제 또는 트렌드는 글로벌 표준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IMF 금융위기 이후 도입한 신 인사제도, 특히 성과관리 제도가 10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송 계 전 (주)피플솔루션 대표 peoplesolution@pscnc.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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