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호의 인재경영

“화재가 발생했을 때 증강현실(AR) 앱을 통해 승객들에게 행동 요령을 알려주면 어떨까요?”, “신형 전동차의 유지보수 교육 컨텐츠를 가상현실(VR)로 제작한다면 효과적일 것 같아요”. 옆 강의실에서는 직원들이 스마트폰을 활용해 IoT 시제품 만들기에 몰두하고 있다. IoT 기반 기술 습득에서부터 IoT 시스템을 설계하고 개발한 시스템을 시연하는 단계까지 이어진다. 올 4월 서울교통공사가 실시한 4차 산업혁명 기반 역량 교육 현장 모습이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직업의 미래’ 보고서는 ‘AI로봇 으로 향후 5년 내 일자리 510만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직업과 직무에 있어서 변화는 불가피한 현실이 됐다. 이미 4차 산업 기술은 서울 지하철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최근 서울교통공사는 KT와 협력해 여자화장실에서 비명이 감지될 경우 화장실 입구의 경광등이 울리고 역직원의 휴대전화로 상황을 알려주는 ‘세이프 메이트(Safe mate)’를 설치했다. 또한 지능형 CCTV와 IoT센서 기반의 24시간 관제 시스템을 고덕차량기지에 구축했다. 5호선에 전력을 공급하는 14개 변전소에는 전력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는 기가에너지매니저가 있다. 국내 최초로 역과 전동차의 사용 전력을 별도로 측정하고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에너지 절감을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LG유플러스와는 드론을 이용한 교량 안전진단, IoT 모터 진단 등의 사업을 공동 추진하고 있다. 지하 환경 개선에서도 조용한 혁명은 현재진행형이다. 왕십리역 등 3 개 역에 시범적으로 설치한 24시간 공기질관리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이 시스템은 지하역사 안팎에 설치된 IoT 공기질 측정기로 미세먼지및 초미세먼지 상태를 1분 단위로 측정한다. 이렇게 수집된 빅데이터로 환기시스템 가동 시점과 횟수를 자동으로 조절하게 될 예정이다. 정해진 구역을 스스로 청소하고, 충전이 필요하면 자동으로 복귀하는 청소용 로봇도 지하철역에 등장했다.

미래 사회에서는 업무를 두고 로봇과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할 수 없는 역량을 정의하고 개발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ICT기술을 통해 새로운 업무 영역을 창출하고 기계의 도움으로 어떤 성과를 낼 지에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4차 산업 기술을 조합하고 활용할 수있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4차 산업의 주요 기술을 체득하고 업무에 실제화하는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간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직원들의 인식은 이론 중심적, 추상적 이해에 머물러 있었다. 기술이 진보할수록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는 불안감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교육은 무엇보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추상적 관념을 실질적이며 업무에 구체적으로 적용이 가능한 기술로 인지시키는 것에 중점을 뒀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총 585명의 직원들이 4차 산업혁명 교육을 이수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4차 산업혁명 리더 교육’은 최상위급 직원 대상 5개월(전일제) 교육으로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적 상상력을 키우도록 했다. 핵심 간부들을 수개월동안 떠나보내는 것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인력 운영에 제약이 많은 공기업에서 인적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가 필요했고 혁신을 선도할 리더가 절실했 다. 리더가 세상의 변화에 눈 뜨고 무엇을 어떻게 실행해야 하는지 지속적으로 탐구하다보면 혁명의 전도사로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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