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의 시사터치

실업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정부가 내걸었던 혁신성장도 여전히 전망이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경제지표의 단기적 변동에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무엇보다도 현재의 한국경 제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우려된다. 대표적인 예가 경제사령탑이라고 불리는 기획재정부의 행태이다. 악화된 지표에 대한 대통령의 심기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기획재정 부는 혁신성장본부를 만든다고 한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년간의 정책에 대해 제로베이스에서 점검을 하기보다 가장 중요한 경제정 책부처인 기획재정부가 역량을 집중하지 않아 혁신성장이 되지 않았다고 평가를 한 것 같다. 기획재정부의 공무원들이 나서면 이른바 ‘혁신성장’을 할 수 있다는 오만한 발상의 반영이다.

원래 공무원들은 현안이 발생하면 TF나 위원회 같은 관련 조직을 만들고 해당 현안에 집중하는양 호들갑을 떨면서 대외적으로 보여 주기 활동을 하는 집단이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무슨 일을 하던 시작 단계에서는 대대적인 언론홍보를 하지만 마무리는 어떻게 했는지 성과는 무엇인지 조직은 어떻게 되었는지 등에 대해 누구도 알지 못하고 알 수도 없다. 공무원들의 현안대응은 일반적으로 여론용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의 요란한 활동들이 국민들에게 시그널 효과를 줄 수는 있겠다. 특히 혁신성장의 경우 1~2년의 문제도 아니고 실제 구조개혁의 문제이자 시장의 문제인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공무원들이 주도 하여 혁신성장본부를 만든다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이러한 공무원들의 설레발은 한국경제에 여전히 잔존하고 있는 개발연대의 그림자 때문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신화는 아버지의 후광으로 대통령이 된 딸에 의해서 다행히 잘 정리가 되어 사라졌지 만, 개발연대 공무원들의 애국과 유능함의 신화는 여전히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시장도 기업도 없던 개발연대에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개발연대에는 자원이 정부에 집중되어 있어 정부가 특정 산업 정책을 결정하면 기업은 정부의 지침에 따라 이윤과 상관없이 과감 하게 투자를 했고 정부는 그러한 기업들에게 모든 특혜적 지원을 집중시켰다. 한국의 개발연대를 대표하는 산업정책인 중화학공업육성정책은 정부가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위해 소수 기업들에게 저렴한 정책자 금을 지원해 주고 세제감면해 주는 등 모든 정책적 자원을 집중시켜 오늘날 한국이 제조업 강국이 되는 기반을 만들었다. 그러나 동시에 특정 부문에 대한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은 자원배분을 왜곡시켜 중화학공업에 대한 과잉중복투자를 유발하여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더욱이 이로 인해 시장의 경쟁을 거치지 않고 정부와의 유착 하에 기업이 성장하는 잘못된 기업구 조도 정부의 정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어쨌거나 한국의 개발연대는 유능한 엘리트 공무원에 대한 신화를 양산하였고 정부를 시장을 관리하고 주도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신으로 만들었다. 그러나 엘리트 관료주의는 과거 정부 주도의 경제성 장에는 기여하였지만 지금은 시장의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 관료들의 양대 무기는 예산과 규제이기 때문에 관료들은 재정을 통해 시장의 역할을 대체하고 규제를 만들어 시장의 발전과 운영을 저해한다. 정부가 시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진 집단이 엘리트 관료집 단이다. 더욱이 변변한 일자리가 없던 시대에는 많은 인재들이 정부 부문에 투입되었지만 이제는 민간부문들에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시장경제를 이해하는 인재들이 있기 때문에 엘리트 관료주의의 신화도 유지되기가 어렵다. 관료들은 규제를 통해 기업들을 통제하고 권력을 행사하고 있을 뿐이다.

유료회원전용기사

로그인 또는 회원가입을 해주세요. (유료회원만 열람가능)

로그인 회원가입
저작권자 © 월간 인재경영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