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채용시즌이면 대기업의 입사시험 진풍경이 언론에 보도된 다. 전국에 수백 개 시험장이 개설되었고, 응시자가 몇 명이었으며, 경쟁률이 사상 최대를 기록하여 최근의 높은 청년 실업률을 반증한다는 기사가 주요 뉴스로 다뤄진다. 각종 취업 사이트는 취업정보나 체험기 등으로 뜨겁게 달아오른다. 대한민국 고용시장의 특수성이 빚어낸 진풍경이자 코미디다. 대기업이나 이름을 대면 알 만한 회사가 아니면 취업실패로 자책하는 한국 특유의 신분과 체면과 서열을 중시하는 풍토가 빚어내는 씁쓸한 단면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동안 전혀 변하지 않는 장면이다. 공채는 주로 직무적성검사 등의 이름으로 경쟁시험을 치른다. 학력 이나 배경에 상관없이 공정하게 응시기회를 부여한다는 측면에서 합리적인 제도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획일적인 기준과 집단경쟁에 의존하여 인재를 선별하는 낙후된 방식이다. 빠르게 변해 가는 세상에 청년들이 청춘과 열정을 오롯이 적성검사 점수 올리는데 ‘올인’ 하는 모습이 안쓰럽기까지 하다. 외국의 어떤 선진기업도 이런 전형 방식을 운영하는 사례는 없다. 4차 산업혁명의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은 더 세분화되고 더전문화되고 더 복잡해지는데, 수만 명의 청년이 꼭두새벽부터 도시락 싸들고 시험장으로 들어가는 풍경에 “과연 이것이 최선인지”, “이 것이 지금 시대에 적절한 방식인지”, “앞으로 계속 이렇게 가야 하는 것인지” 등으로 만감이 교차한다. 과연 글로벌 시대, 4차 산업혁명시대에 청년들을 이런 방식으로 뽑아야 하는지 걱정이 앞선다.

 

집단적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채용방식

경쟁시험 방식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자사만의 고유한 직무적성검사 모델을 개발하고 네이밍을 하여 일종의 자사 브랜드로 만든다. 높은 지원 경쟁률에 뿌듯해하고 심지어 타사와 경쟁하기도 한다. 공채에 깔려 있는 기저는 “우리 회사의 고유 시험을 통과하고, 철저한 검증과정을 넘어야만 비로소 자랑스러운 회사의 일원이 된다”는 일종의 자부심이다. 필자가 현업의 인사책임자 시절에 가졌던 생각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이런 방식은 조직의 결속력과 자부심 고취에는 긍정적인 반면 조직의 순혈주의를 심화시킨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이런 정서는 채용의 다양성과 탄력성을 저해하게 된다. 대기업이 자사 고유의 채용모델을 더 고도화할수록 이로 인한 사회적 기회비용, 상대적 박탈감, 청년 삶의 질 하락, Career Path의 다양성 악화라는 부작용은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생기고 있다. 적게는 수천 많게는 수만 명의 지원자가 일시에 몰리는 기업의 경우 채용관리의 효율성 측면에서 공개시험방식은 불가피하다고 항변한다. 저마다 5대 그룹, 10대 그룹만 찾으니 그럴 만도 하다. 수만 명의 지원자를 일일이 면접할 수도 없고, 블라인드 채용 압박으로 서류전형도 여의치가 않은 상황을 감안하면 공채의 불가피성은 이해가 되는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년채용 방식의 방향타가 되는 일부 대기업의 공채방식이 왜 시험이라는 구시대적인 집단 경쟁방식으로 고착되 고, 트렌드로 확산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없다. 채용시장은 대기업 절대 甲이 존재하는 시장이다. 당연히 사회, 학교, 개인이 그 틀을 따라갈 수밖에 없는 일방적인 구조이다. 시험을 본다고 하니 모든 청춘들이 대학 4년 내내 직무적성검사 준비에 올인하는 것이다. 이로 인한 부작용은 임계점에 도달했다. 이 땅의 청년들의 인생을 두세 시간 종이시험과 1시간도 채 안 되는 면접으로 결정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들을 집단적 무한경쟁으로 내 몰아서야 되겠는가? 대학입시도 여러 번 기회를 주는 세상인데. 최근 채용비리로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금융권, 공기관 등에서도 공개경쟁시험을 채용제도의 주요 개선방안으로 내놓고 있어 아연실색하게 된다. 사람 뽑을 때 제일 쉬운 방법이 시험이니 그리 결정했을 것이다. 말도 탈도 많으니 차라리 시험 쳐서 점수 높은 순서대로 뽑으면 뒷말도 안 나오고, 이의제기를 해도 근거가 있으니 구설수를 피해갈 수 있다는 의도일 것이다. 경영진 수십 명이 구속되는 큰 악재에 직면한 금융권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결정이라는 점도 이해는 되지만 아쉬운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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